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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조국에서 들려오는 가슴 아픈 소식들로 일주일 내내 마음이 안 좋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까지는 아직 천안함에 갇혀 있는 실종자들의 구조 여부나 생사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바라기는 이 글이 과거시점이 되도록, 제발 이 글이 신문에 인쇄되어서 여러분의 손에 쥐어질 때에는 그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무사히 구조되어서 가족의 품에 안기는 장면이 언론에 도배되었으면 좋겠다.

슬프고도 답답하다. 2001년 4월 3일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으니 어느덧 9년이나 흘렀건만, 지금도 군 복무 중인 당사자들의 심정이, 그리고 그들 가족들의 심정이 어떠할지는 충분히 공감이 가도고 남는다. 무엇보다 실종자 부모들의 심정이란...

실종자 중 직접 아는 사람이나 건너 건너 아는 사람도 없지만, 그럼에도 컴컴하고 차가운 해저에서 배에 갇힌 채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그들을 떠올리면, 그들의 가족을 떠올리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는 멋도 모르고 어떻게든 신속히 가라앉은 배를 발견해서 비행기로 들어올리든 항공모함으로 들어올리든 바로 들어올려서 실종자들을 꺼내면 되는 것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전혀 아니었다보다.

가라앉은 배 안에 분명 실종자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 가라앉은 배를 발견해서 눈 앞에 두고도 이렇게 긴 시간을 흘려보내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니... 저 안에 내 아들이, 내 형제가, 내 남편이 갇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을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우리나라는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헌납한 군인들의 생명을 이토록 보호해주지 못하는가? 전장에서 명예롭게 전사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사고로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하다니.

나라를 다스리는 윗대가리(이런 단어가 죄송하지만 달리 표현하고 싶지 않다) 대부분이 군 면제자이고, 돈 많고 지위 높은 이들의 대부분이 자녀들을 군에 보내지 않는 조국의 X같은 현실이 새삼 혐오스러워진다.

세상에는 분명 기적이 존재한다. 역사상 수 많은 기적들이 목격되었다. 제발 그 기적이 이번 천안함 사태에서도 발생했으면 좋겠다. 제발 살아 돌아와라, 제발!

천안함 사태에 이어서 월요일 아침 출근 전 고(故) 최진영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고(故) 최진실의 사망 소식 못지않게 충격적이었지만, 오히려 그보다 더 슬프게 다가왔다.

고(故) 최진실과는 조금 다르게, 사랑하는 누나를 떠나보낸 슬픔과 상실감에 따른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선택을 하기까지 그의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헤아려보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자살을 옹호할 수는 없다. 자살한 이들의 사정을 헤아리고 납득하는 것은 자칫 자살에 동조하는 셈이니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선택의 잘잘못과 상관없이 그가 그렇게 떠났다는 것 만으로 가슴이 너무 아프다.

필자는 그의 팬도 아니었고, 평소 유심이 관찰하던 연예인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 남매가 매우 불우한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유난히 각별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있다. 어느 오락프로에서 그가 누나의 몰래카메라 도우미를 자청해 이상한 여자친구를 누나에게 소개시키는 작전으로 둘이 같이 출연했던, 그들의 뜨거운 우애와 환한 웃음들이 떠오른다.

인간은 정말 나약한 존재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톱스타였던 그녀가 그렇게 세상을 떠날 줄, 그리고 그 동생마저도 그녀를 따라 그렇게 떠날 줄 도대체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들 남매에게 그런 불행이 찾아올 줄 도대체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정녕 인간은 불행이 찾아오면 그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인가? 그것인 운명이란 말인가? 신의 존재를 믿지만 이러한 일들 앞에서는 도대체 신의 뜻을 모르겠다. 그저 납득이 안 가고 그저 야속할 따름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의 전염이 이제 그만 그들 가족을 떠나갔으면 좋겠다. 차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그 모친의 심신이 하루 속히 회복되고, 역시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은 평생 극복하고 살아가야 할 그녀의 자녀들이 누구보다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너무나 슬픈 소식들에 문득 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살아있다는 것이 새삼 너무나 감사하게 여겨진다. 타인의 불행에서 나의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 당연히 존재한다고 여겼던 이들이 하루 아침에 나를 떠날 수도 있다는 무서운 진리를 상기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감사해야 하며 소중한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을 잃는 것, 그리고 그 떠나는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것, 필자는 아직 그런 경험이 없어서 그것이 어떤 것인 줄 감히 짐작조차 못 한다. 그들에게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 어떤 말 한 마디를 건네야 하는지 감히 알 수가 없다. 그저 잠시나마 이렇게 같이 눈물을 흘려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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