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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8 19:00
결국은 그렇게 떠나셨네요
조회 수 2539 추천 수 0 댓글 0
보름 전 ‘그렇게 떠나면 안 되잖아’ 편을 써놓고 혹시나 하는 마음이 남아있었건만, 회사에서 오후 티타임에 동료들이 차를 끓여오고 비스킷을 사 와서 즐겁게 나눠먹는 중 인터넷으로 한국 뉴스를 보다가 결국 천안함 장병들의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눈물을 감추느라 고생했다. 솔직히 많은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어둡고 차가운 그곳에 갇혀서 차오르는 숨을 참다가 결국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그들이 겪어야 했을 고통과 공포를 떠올리니 너무나 끔찍해서 나도 모르게 몸이 떨린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세상을 떠나야 했던 그들의 안타까움을 누가 달래줄 수 있을까... 내 자식이, 내 남편이 그렇게 공포와 고통 속에서 떠났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처절히 실감하고 있을 유가족들의 아픈 가슴은 차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사랑한다는 말도, 잘 가라는 말도 못한 채, 아무런 예고도, 준비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그들의 뜨거운 눈물이 언제나 메마를 수 있을까... 국가에 대한 의무를 완수하던 중 세상을 떠난 그들, 그런데 정작 국가는 국가의 부름에 몸을 던진 그들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다 한 것인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의 상황이 대충은 예상된다. 국가의 높으신 양반들이 심각한 척하는 표정으로 유감을 표시할 것이고, 사건을 정확히 규명하고 책임자의 잘잘못을 가려서 필요한 처벌을 하라며 폼(?) 나게 명령할 것이다, 정작 자신들 역시 책임자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은 채. 이들 높으신 양반들 대부분은 정작 자신이나 자신의 자녀들은 군 면제자겠지. 몇 명의 높으신 군인들이 옷을 벗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마도 그저 ‘재수가 없구나’ 할지언정, 진심으로 반성하고 슬퍼하지는 않을 것이다. 해군은 당분간 해군들을 배에 태우지 않으려 할 것이며, 배에 태우더라도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호들갑을 떨면서 안전을 점검할 것이다, 그저 당분간이다. 해군뿐만 아니라 당분간 전 군이 안전을 강조하면서 뭘 하더라도 위험 요소가 없는지 확인하느라 호들갑을 떨 것이다. 당분간 해군을 자원하는 이들이 없을 것이고, 부모들도 자기 자식들이 해군을 가면 어쩌나 하면서 노심초사 할 것이다. 이러다가 해군 입대자 미달 사태가 발생하여 강제징집으로 해군을 충원할 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고위층이나 돈, 권력을 거머쥔 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더욱 자신들의 자녀들을 군에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잘 한 선택이었다고 안도할 것이며, 이들은 앞으로 정말 자녀들을 군에 보내지 말아야겠다고 재다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천안함이라는 배 이름조차 가물가물해질 것이다. 그저 유가족들의 가슴에만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은 채, 그 모든 것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흘러갈 것이다. 돈과 권력이 있어서 자녀들을 군에 보내지 않아도 되는 이들과, 돈과 권력이 없어서 자녀들을 군에 보내놓고 마음 졸이는 이들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다. 옆자리에 앉은 영국인 동료도 인터넷으로 BBC 뉴스를 통해 천안함 소식을 접하고서 필자에게 아는 척을 한다. 그저 “So sad”라고 대꾸해줄 뿐, 해줄 말이 없다. 2010년 최첨단 시대에, 또 그 중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최첨단 국가를 자부하는 한국에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도 그렇게 어설픈 대응을 보였으니 뭐라 말하겠는가? 영국에서도 주기적으로 이라크, 아프간 전사자들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고, 그 때마다 군에 대한 장비 지원이나 정부의 정책이 옳은 것인가를 매섭게 몰아치는 논란이 일어나곤 한다. 군인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국가 역시 군인들에 대한 의무를 바르게 했느냐는 것이다. 거기에 왕가의 자녀들이나 귀족 출신들, 그러니까 이 나라에서는 돈과 권력을 가질 만큼 가진 이들도 군복무를 하는 모습이 최근에도, 또 역사 속에서도 심심찮게 보인다. 앞으로는 ‘타이타닉’이나 ‘포세이돈 어드벤처’ 같은 영화들을 마냥 즐겁게 감상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전까지는 그저 영화 속에나 존재하는 그런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통해 그렇게 공포와 고통 속에서 떠나야 했던 이들,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을 안은 채 남겨진 이들의 모습을 내 조국에서 목격하게 되니 그것이 얼마나 끔찍하고 얼마나 슬픈 일인지 가슴 깊숙한 곳에서 실감된다. 이번 천안함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면서, 유가족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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