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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7 02:03
복불복(福不福), 그리고 마이클 오어 이야기
조회 수 4261 추천 수 0 댓글 0
언제부턴가 ‘복불복’이라는 말이 매우 친숙해졌다. 복불복(福不福), 말 그대로 복이 있거나 복이 없거나, 더 쉽게 운 좋거나, 운 나쁘거나. 복불복 열풍은 아마도 TV 인기 예능 ‘1박 2일’ 덕분일 것이다. 사실, 복불복은 비단 예능프로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어쩌면 우리네 인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먹기 고통스러운 음식 한 번 먹으면 해결되는 예능프로의 복불복과는 달리, 우리네 인생의 복불복은 그 혜택도, 치러야 하는 댓가도 너무 크다. 자칫 그것이 평생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복불복의 개념은 어떻게 보면 참 무서운 발상이다. 결국 나만 피해 안 보고 좋은 것을 누리면 그만이라는 얘긴데, 만약 모두가 이런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불복(不福)’을 당하게 된 운 나쁜 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다소 비약이겠지만, 만약 우리들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이 복불복에 의해 정해진 운명을 살아가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좋은 환경과 조건을 타고난 이들이 처음부터 열악한 환경과 조건을 타고난 이들에 대해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마인드를 갖는다면 그 사회는 어떻게 될까? 미식축구 스타 마이클 오어(Micheal Oher)의 실화를 다룬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의 주인공 마이클은 몸무게가 150Kg이 넘는 거구의 빈민가 흑인 청소년으로, 아버지는 살해당하고 어머니는 마약중독자다. 옷이 없어 한 겨울에도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하루 하루 잘 곳을 걱정해야 하는, 그야말로 타고난 불복(不福) 인생이다. 간신히 다른 이의 도움으로 백인들이 주로 다니는 사립학교에 입학한 마이클, 그러나 입학만 했을 뿐, 이미 누가 봐도 불복(不福) 인생인 그에게는 미래가 없어 보인다. 그러다가 같은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는 부유한 리앤 가족을 만나게 되고, 리앤은 그런 마이클을 입양하여 정성을 다해 그의 삶을 후원한다. 결국 마이클은 최고의 미식축구 선수로 성장하고, 미시시피 대학에 장학금으로 입학하게 된다. 영화는 여기까지는 영화로 보여주고, 마지막에서는 배우가 아닌 실제 인물들이 등장하여 2009년 프로미식축구 리그 NFL에서 1차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어 볼티모어 레이븐스 팀에 입단하게 되는 마이클 오어와 리앤 가족의 모습을 실제 영상으로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영화는 참 감동적이다. 주변인들로부터 이해할 수 없다는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그토록 헌신적으로 사랑과 정성을 쏟는 리앤을 보며 오직 자신의 유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부끄러워지고, 그런 리앤의 사랑과 헌신에 부응하여 인생역전을 일구어낸 마이클을 보며 사람의 인생은 정말 함부로 판단하고 한정지을 게 아니라고 깨닫게 된다. 우리는 늘 주어진 환경을 탓하면 안 되는 것이고, 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같은 인물인데도 주어진 환경에 따라 이렇게 인생이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 잔인하다는 생각도 든다.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인 이 영화는 어쩌면 그야말로 불복(不福) 인생이 복(福) 인생을 만나서 그 역시 복(福) 인생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어떤 게임을 해서 정해진 결과는 아니지만, 마이클은 그야말로 불복(不福) 인생, 리앤의 가정은 그야말로 철저한 복(福) 인생이다. 영화에서도 빈부, 인종 등 여러가지 설정(결국 실화에 근거한 것이지만)을 통해 극과 극인 그들의 처지를 강조하고 있다. 상당한 부유층에 화목한 가정, 정말 누구도 부럽지 않을 좋은 환경을 누린 리앤과 그 가족들은 어쩌면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마인드로 마이클을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복(福)을 타인의 불복(不福)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예능프로의 복불복에서는 나만 좋은 것 먹고, 나만 따뜻한 잠자리를 구해도 괜찮지만, 우리 인생에서의 복불복, 우리 사회에서의 복불복은 그래서는 안 된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복(不福)에 속한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 내가 누리는 복(福)을 나누어야 한다. 복불복(福不福)은 인간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결정되는 면도 있겠지만, 결국 주어진 운명이다. 그러나, 그렇게 누군가에게 주어진 운명이 극도의 불행일 때, 그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우리 인간에게는 분명 있다. 그러기 위해서 불행이 비껴간 복불복 승리자들은 불행을 맞은 복불복 패배자들이 마냥 패배자로만 머물지 않도록 이들을 위해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마이클 오어와 같은 사연들이 더욱 많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리앤처럼 불복(不福)에 속한 그 누군가의 삶에 손을 내밀어 아름다운 인생역전을 도와줄 수 있기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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