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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1 01:56
나는 런던의 한국인 헤드헌터 (7)
조회 수 2926 추천 수 0 댓글 0
타고난 말발도 부족하고 기존의 영업 경험도 없는 필자에게 초창기 영업을 통한 고객사 발굴은 너무나도 넘기 어려운 산이었다. 하지만, 이 산을 넘지 않고서는 결코 헤드헌터로서 커리어를 쌓아갈 수 없었고, 되든 안 되든 일단 최선을 다해 부딪혀야 했다. 초반에는 안 되는 말발을 억지로 써 가며 전형적인 영업을 해 보려 했지만 당연히 성공적이지 못했다. 막말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고객사를 구워삶아야(?) 하는데, 도무지 그게 되질 않았다. 결국 전형적인 영업사원들과 같은 방법은 나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법을 바꿨다. 그나마 내가 자신있는 글을 통해, 즉 이메일과 서신을 통해 영업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말발로 고객사를 꼬시지(?) 못할 바에는, 정말 필요한 내용만 진실되게 담아서 글로 전달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또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어떤 경우에도 절대 말(글)을 과장하거나 속이지 않을 것이며, 대신 내가 말하고 쓴 것 만큼은 내가 실적을 내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지키자는 나름대로의 영업원칙을 세웠다. 당시 그렇게 어설프고 답답한(?) 방식의 영업을 해보겠다고 다짐하면서, 영업사원들 특유의 순발력과 화려한 말발이 당장은 효과가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사람은 진실함으로 승부할 때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정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진심을 담아 이메일, 서신 영업을 하던 차, 일부 고객사에서 속는 셈 치고 한 번 테스트나 해보자는 식으로 필자에게 답장을 보내서 채용을 의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렵게 고객사를 발굴해서 얻은 채용 의뢰들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였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고객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고객사에 가장 적합해 보이는,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고객사의 입장이라도 채용하고 싶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드는 인력들만을 발굴하고 소개했다. 물론, 그렇게 최선을 다했건만, 항상 좋은 결과만 얻은 것은 아니었다. 더 솔직히는 성공하지 못한 사례들이 훨씬 많았다. 때로는 고객사에서 채용 자체를 취소한 적도, 때로는 고객사가 직접 확보한 인력을 채용한 적도, 또 때로는 애써서 소개한 후보가 입사를 거절하거나 아니면 입사 후 얼마 안 되서 퇴사한 적도, 심지어는 고객사로부터 해고를 당한 적도 있었다. 당연히 나도 사람이기에 그 때마다 좌절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러던 중 성공 사례들도 하나 둘 쌓여갔고, 그렇게 성공 사례를 경험한 고객사들은 나중에 다시 나를 찾아주었으며, 심지어 나를 다른 고객사에 소개까지 시켜주는 고객사도 있었다. 다행히 나름대로의 영업 원칙을 세우면서 다짐했던 것들을 적어도 지금까지는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도 고객사에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솔직하게 할 수 없다고 사양했으며, 어떤 경우에도 의도적으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가식적인 대화를 하지 않았다. 비록 말발도 부족하고, 고객사의 기분을 살살 맞춰주는 재주도 없고, 약간은 어설퍼도 보이지만, 그럼에도 필자를 찾아주시는 고객사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어떻게 보면 고객사 발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후보자 발굴이다. 그리고, 후보자들과의 관계 역시 고객사와의 관계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하다. 기껏 영업을 통해 고객사를 발굴하고 채용 의뢰를 따냈지만, 결국 마땅한 후보자를 채용시키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닌 셈이니까. 사실, 헤드헌터들이 진짜 스트레스 혹은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은 결국인 이들 구직자 후보들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고객사도 별별 인간 유형들이 있지만, 후보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막무가내로 일자리를 찾아 달라는 사람, 터무니 없는 연봉을 요청하는 사람, 심각하게 뚱한 사람(그럴 거면 뭐하러 나를 찾아왔는지), 반대로 심각하게 말이 많은 사람(헤드헌터 만나러 와서 헤드헌터가 말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정말 각양각색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필자 역시 런던에서 구직자였고 힘겹게 구직 활동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대부분 필자와 같은 처지에서 필자를 찾아오는 구직자 후보들의 심정을 그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만난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나 무례하거나 황당한 후보들도 있고, 필자도 감정을 지닌 사람인지라 때로는 프로답지 못하게 반응한 적도 있었다. 또, 직업이 필요하다고 필자에게 간절히 요청해서 정말 어렵게 어렵게 채용을 시켰더니, 필자에게 상의도 없이 입사 하자마자 퇴사해버려서 필자를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는 솔직히 상처보다 배신감이 더 크기도 했다. 사실, 평생을 같이 산 사람의 속도 100% 알 수가 없는 것인데, 하물며 아무리 많은 얘기를 나눠본들 헤드헌터라고 후보자의 속을 결코 완벽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당연히 후보자에 대한 판단이 완전히 빗나가서 모두를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사람에게 상품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좀 그렇지만, 어쨌든 헤드헌터들은 세상에서 가장 파악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가장 변덕이 심한 상품인 사람이라는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어쩌면 이러한 상처나 배신감,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는 헤드헌터의 운명인 듯 하다. 다음 주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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