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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2 01:35

음악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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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토요일 저녁에는 킹스톤에서 열린 가을 음악회에 출연해서 연주를 가졌다.

그 동안 영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연주를 했지만, 정작 이렇게 한인타운에서 많은 한인 관객들에게 음악을 들려드린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어제 저녁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을 음악회가 열렸던 런던 한인 교회에는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고, 특히 한인 관객들이 정말 많았다.

이번 가을 음악회는 런던 한인 교회에서 아프리카 감비아 단기선교기금을 위해 마련한 자리로, 필자가 속한 가야금 & 기타 듀엣인 KAYA팀을 비롯, 가야금 병창, 색소폰, 콘트라베이스 연주 및 재 이태리 한인 성악 협회 출신의 걸출한 성악가 분들이 출연하는 음악회였다.

한인타운에서 개최된 이런 음악회로는 드물게 정말 다양하고 수준 높은 음악들이 선보였고, 오랜만에 한인 음악가들의 멋진 무대를 접한 한인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합하며 늦은 밤까지 음악회의 열기를 이어갔다.

필자가 속한 KAYA가 오프닝으로 첫 연주를 맡은 탓에, 남은 공연시간 동안에는 그야말로 다채로운 한인 음악가들의 멋진 공연을 관객이 되어 느긋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양한 음악가들의 멋진 음악을 감상하면서 문득 너무나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어제 출연한 초청 음악가들 중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하지 않은 이는 필자 한 명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훌륭한 음악인들과 함께 한 무대에서 아름다운 공연을 만드는데 참여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기뻤다.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음악을 좋아했지만, 재주도 없고, 숫기도 없는 나는 결코 내가 이렇게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도 어린 시절 필자를 봐왔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그랬을 것이다. 심지어 필자의 부모님 조차 필자가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을 결코 상상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 내가 그렇게 음악적 기량이 뛰어난 음악인은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정식으로 음악을 배운 적도 없고, 또 전업 음악인이 아닌 삶을 살고 있기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음악에 투자하며, 충분한 연습을 하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그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것은 음악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것이다. 그렇게 별볼일 없는 필자 같은 사람도 이렇게 음악을 하며 행복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이유라면 바로 그렇게 변함없이 음악을 사랑해 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음악을 사랑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직접 음악을 연주해보고 싶다는 바램을 갖게 되었고, 그렇게 연주를 하다보니 혼자만 그 음악을 누리기보다는 다른 이들과 함께 공감하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은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정말 천재적인 재능과 놀라운 끼를 갖고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음악이고, 그런 재능과 끼가 없는 사람은 음악을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착각.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이렇게 음악을 한다. 아주 비싼 입장료를 받는, 꼭 완벽한 음악이어야 하는 특별한 자리가 아닌 이상, 조금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음악은 누구나 선보이고 또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의 학교 발표회 같은 자리에 가 보면 학생들의 정말 어설픈 솜씨로 관객들에게 음악을 선보이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처음에는 어떻게 저런 실력으로 무대에 세울까 하면서 민망할 정도였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참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학생들은 그렇게 어설픈 음악으로나마 음악을 직접 체험하고 또 무대에도 서면서 엄청난 것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음악 자체적인 것으로부터 배우는 것 말고도, 그렇게 무언가를 준비해서 무대에 선다는 것은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매우 우수한 교육적인 효과를 발휘시킨다.

필자 역시 떠올려 보면 사람들 앞에서 음악을 하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내 성격과 정서에 정말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어제 연주를 마치고 무대 옆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서 나머지 공연을 감상하느라 관객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저마다 고단한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그들의 몸과 마음의 피로가 비록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지만, 그렇게 음악을 감상하면서 점점 행복하게 변해가는 그들의 표정에서 음악이 주는 선물이 느껴졌다.

물론, 무대에서 직접 그 음악을 선사하는 우리들 역시 그 선물을 한아름 받아갔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음악이라는 것... 아마도 신이 우리 인간에게 허락한 선물 중 정말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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