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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3 21:49
퇴근을 기다리고, 주말을 기다리며, 12월을 기다리듯...
조회 수 2858 추천 수 0 댓글 0
어느덧 12월, 올해의 마지막 달이다. 겨울에도 좀처럼 눈 구경이 어려운 런던답지 않게 11월 마지막 날, 12월 첫 날에 많은 눈이 내려서 온통 새하얀 풍경을 바라보니 더욱 12월인 게 실감이 간다. 올해도 그토록 치열했던 먹고사는 전쟁을 그래도 잘 치렀구나 하는 안도감, 그리고 올해처럼 내년도 무사히(?) 살아남아야 할텐데 하는 간절한 바램이 교차한다. 그런데, 12월이 되니 긴장이 조금 풀어져서인지 일이 하기가 싫다. 좀 쉬고, 좀 즐기고 싶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직장인들은 퇴근을 기다리며 하루를 살고, 주말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버티고, 또 이렇게 12월을 기다리며 한 해를 지내는 것 같다. 비록 평범한 직장인들과는 달리 이렇게 글도 쓰고, 음악도 하는 등 다채로운 삶을 살고 있을지언정, 어쨌든 내 일상의 가장 큰 비율은 어쩔 수 없이 규칙적인 출퇴근이 반복되는 월급쟁이 직장인이다. 아무리 한국인 헤드헌터라는 독특한 직업을 갖고있다 해도, 아무리 일을 즐긴다 해도, 어쨌든 이 세상 모든 월급쟁이 직장인들이 그렇듯 필자 역시 출근하는 그 순간부터 퇴근을 기다리고, 월요일이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주말을 기다린다. 수도 없이 많은 이메일을 읽고 쓰고, 수도 없이 많은 전화를 받고 걸다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모두 녹초가 되어간다. 게다가 간혹 예상치 않은 업무 상 사건/사고가 터지거나, 아니면 정말 이상한 사람들과 상대하게 되면 그 스트레스는 배가 된다. 사람을 대하고 사람을 연결하는 게 직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수 많은 사람들을 겪어야 한다. 어린 시절 그토록 내성적이고 숫기가 없던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니, 스스로도 놀래 자빠질 지경이다. 그렇게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 중 업무관계를 떠나서도 정말 사적으로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 좋은 분들도 있는 반면, 정말 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 있을까 싶은 불쾌한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고 명색이 헤드헌터가 사람을 대하면서 싫은 내색을 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그것들을 삭히다 보면 자연스레 스트레스가 눈덩이처럼 커져간다. 그렇게 피로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무렵,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근 시간이 찾아와 그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탈출시켜준다. 어느덧 어둠이 내린 시간, 오늘 하루 중 온전히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그 몇 시간이 남아 있음에 그래도 감사하며 걷는 퇴근길의 발걸음은 출근길보다 몇 배는 가벼우리라. 그렇게 며칠간의 출퇴근이 반복되다 보면 이제 진짜 에너지가 소진되었음이 느껴진다. 하루만 더 출근했다가는 폭발(?)하겠다 싶을 무렵, 역시 기다리고 기다리던 금요일 저녁이 찾아오고 주말이라는 달콤한 선물을 만끽한다. 퇴근과 주말, 직장인에게는 고통스런 사막을 걷다가 만나는 오아시스와도 같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해도 퇴근과 주말이 지켜지지 않는 직장은 다니고 싶지 않다. 돈은 나중에 벌면 되고, 아니면 조금 적게 쓰면 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받은들, 그렇게 돈과 바꾼 퇴근과 주말은 나중에 어떻게도 되돌릴 수가 없다. 수 년 전 한국에서 친구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서, 매일 밤 늦게 퇴근하는데도 기필코 그 밤 늦은 시간에 단 30분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더 늦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퇴근하고 바로 자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직장인이 되고나니 하루 24시간 중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거의 없어지더라. 그렇게 단 30분이라도 뭔가 하고싶은 짓을 하지 않으면, 내 소중한 하루가 그냥 소멸되어버리잖아.” 그렇다, 퇴근은 내 소중한 하루가 그냥 소멸되지 않고, 그래도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몇 시간의 자유를 허락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주말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있을 때, 주말에도 출근하면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을 알았지만, 처음부터 나는 주말에는 일을 안 한다고 못을 박았더랬다. 영국에서도 주말에 일을 하면 좀 더 통장 잔고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결코 주말에 일을 할 생각이 없다. 물론, 주말에 음악 연주를 하게 되거나, 취재를 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것들은 단지 해야 되기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라, 그보다는 하고 싶어서 하는, 하면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기에 주말에도 연주를 다니고, 취재도 다닌다. 그렇게 퇴근과 주말이 있기에, 우리는 그래도 고단한 하루를, 힘겨운 한 주를 버텨낸다.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하고, 상한 마음을 치료한다. 그리고,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만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12월은 그렇게 고단한 하루와 힘겨운 한 주들이 무수히 반복된 뒤에 찾아오는 한 해의 종착역이다. 비록 새 해가 되면 다시 달려야겠지만, 그래도 12월 종착역에서는 마음껏 즐기고 쉬자. 그 종착역에 도착한 당신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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