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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는 올해 2010년의 마지막 이야기면서 동시에 내년 2011년의 첫 이야기가 됩니다. 글을 쓰는 지금은 아직 2010년 12월이지만 연말 연휴 관계로 신문 지면을 통해 ‘서른 즈음에’를 읽어 주시는 분들은 내년에 이 글을 만나실 테니까요. 제가 ‘서른 즈음에’를 2007년 1월 첫 주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벌써 꼬박 4년을 썼습니다. 처음 ‘서른 즈음에’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오래 쓰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얘기들을 그렇게도 써 왔는지... 가끔은 쓸 이야기가 잘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었던 적도 있지만, 그래도 신기하게 언제나 ‘서른 즈음에’를 쓰려고 하면 이런 저런 쓸 것들이 떠오르더군요. ‘서른 즈음에’를 쓰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과 느낌들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서른 즈음에’를 쓰기 위해 더욱 열심히 생각하고 느끼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생일이 빨라서 초등학교를 7세에 입학한 탓에 대학 1학년 때 19세였습니다. 그 때만 해도 서른이라는 나이는 정말 많이 늙은(?) 나이처럼 여겨졌더랬습니다. 교회 고등부에서 청년부로 올라가니 19세인 제 눈에는 22~23세 대학생 형들도 정말 어른같이 보였고, 군 복무를 마친 25세 이상 예비역 선배들은 더더욱 늙어(?) 보이더군요. 그 젊음이, 그 체력이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습니다. 아무리 밤을 세워 놀아도 끄떡 없었고,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가 잘 안 나왔더랬습니다. 한 해를 대충(?) 보내고 난 뒤에도 새 해가 시작되면 여전히 나이 앞에 2가 붙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회사 출퇴근에 생체리듬이 맞춰지다 보니 자정을 넘기면 피곤합니다. 아침에 늦잠을 자보려 해도 출근용(?) 기상 시간이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더군요. 체중 조절을 위해 아무리 적게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해도 한 번 나온 배가 잘 안 들어가네요. 새해가 시작되면 이러다 곧 나이 앞에 4가 붙겠구나 하면서 까닭모를 애잔함이 느껴집니다. 대학 1학년 때 어른같아 보였던 20대 초중반 친구들이 이제는 어려 보이고, 심지어 그들의 젊음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이제 그들은 서른을 넘은 저를 보며 늙었다고 하겠지요.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집의 제목처럼 그들은 서른이라는 나이를 젊음과 청춘이 끝난 나이로 볼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올해의 끝 이야기이자 내년의 첫 이야기를 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인식하는 끝과 시작은 그저 숫자들로 만들어진 형식적인 경계선일 뿐이라고. 19세와 20세, 29세와 30세, 그리고 올해의 끝이자 내년의 시작... 하지만 결국 그것은 달력의 숫자일 뿐, 실제로 12월 31일 밤 11시 59분과 1월 1일 새벽 12시 1분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끝난 게 아니고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의 연속성을 굳이 인간들이 구분하고, 끝과 시작의 의미를 부여한 것일 뿐이지요. 30세가 되었다고 젊음의 끝도 아니고, 60세가 되었다고 노년의 시작도 아닙니다. 12월 31일을 넘기면 올해의 것들이 사라지거나 정리되는 것도 아니고, 1월 1일이 되었다고 완전히 새로운 그 무엇이 시작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끝과 시작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우리 마음 깊숙한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정한 끝과 시작을 결정하고 실천하는 것은 달력의 숫자도, 또 그 숫자에 따른 우리들의 나이도 아닙니다. 진정한 끝과 시작은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여전히 용서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새해가 시작되어도 그 미움은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바로 지금 이 순간 용서한다면 그 미움은 끝나고 그에 따른 평안이 시작됩니다. 끊어야 할 습관이 있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 끊으면 거기서 끝입니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싶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 실천하면 거기서 시작입니다. 내가 꿈이 없다면, 두려워서 도전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20대일 지라도 이미 그 젊음은 끝났습니다. 내가 여전히 꿈을 꾸고, 삶의 의미가 뜨거울 수 있다면 아무리 60대일 지라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달력의 숫자에 따른 시작과 끝, 그리고 또 거기게 따른 우리들의 나이에 갇혀서 진정한 끝과 시작을 잃어버리고, 또 잊어버리고 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끝은 언제나 시작과 맞물려 있습니다. 끝나면 시작되는 게 있고, 시작되면 끝나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끝과 시작은 결국 하나입니다. 혹시 지금 이 순간 무엇인가의 끝이기에 슬프시다면 상심하지 마세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시작될 것입니다. 혹시 지금 이 순간 무엇인가의 시작이기에 힘드시다면 염려하지 마세요, 끝이 있을 것입니다. 한 해의 끝이자 또 다른 한 해의 시작,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무엇을 끝내고 무엇을 시작하실 것인지요? 아무쪼록 불행한 것들은 끝나고, 행복한 것들이 시작되는 여러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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