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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조금 더 일찍 썼어야 하는 이야기인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이번 시간에서야 쓰게 되었다.

지난 해 우연히 다른 동포신문에 실린 어떤 분의 글을 보게 되었는데, 글이 참 좋았다.

이 분은 목사님이셨는데, 한 신문에는 필자가 쓰는 ‘서른 즈음에’와 같은 개인적인 혹은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쓰셨고, 또 다른 신문에는 목사님답게 신앙과 관련된 글도 쓰고 계셨다.

이 분이 쓰시는 개인적인 혹은 일상에 대한 이야기에는 목사님답지 않은(?) 진솔함이 묻어나서 참 좋았고, 또 신앙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한국 목사님으로서 쓰기가 쉽지 않은 주제였음에도, 그러한 글을 쓰는 것으로 인해 당할 수도 있는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이 좋아 보였다.

한 주, 두 주 이 분의 글을 읽다 보니 어느새 내가 이 분의 글을 빠짐없이 챙겨서 읽는 애독자가 되어 버렸고, 이 분의 글이 실리는 신문들을 일일이 찾아 보기가 번거로워서 아예 이 분의 블로그를 방문하여 이 분의 글을 애독했다.

재미있게도 그 사람의 글을 꾸준히 읽다 보면 생면부지인 그 사람과 어느새 친해지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된다.

그 분의 글에 담겨진 영국에서 살아가는 일상의 소소함은 필자 역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그것이었고, 또 재영한인사회에 신문에 글 쓰는 사람이 몇 없으니 까닭 모를 동지의식(?) 같은 것도 느껴졌다.

필자는 그 분을 단 한 번도 직접 뵌 적은 없었다. 그 좁은 재영한인사회에 살면서 지나가다 마주친 적도 없고, 목사님이신 그 분의 설교를 들어본 적도 없다.

그렇게 직접적인 만남을 전혀 가진 적이 없는 철저한 타인 관계였으면서도, 단순히 글을 통해서 그 분과 그냥 그렇게 정서적인 친근감이 쌓여갔다.

아마 그 분 역시 비록 필자를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지만, 또 필자의 음악 연주를 들어보신 적도 없으셨을 것 같지만, 그래도 오다 가다 필자의 글을 적어도 한 번 정도는 보시지 않았을까 싶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재영한인사회에서 신문에 글을 쓰는 사람이 워낙 없으니, 그 분 역시 비록 다른 신문이지만 어쨌든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존재 정도는 알고 계시지 않았을까?

언제, 어디서가 될 지는 기약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분을 한 번 정도는 직접 뵐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렇게 직접 마주치게 되면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정도의 인사라도 가볍게 드리고 싶었다.

혹여나 기회가 된다면 필자가 연주하는 음악도 들려드릴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얼마 전 그 분의 블로그에 건강에 이상이 생기셔서 응급실을 다녀오셨다는 얘기가 언급되어 있었다.

이제 50세 정도가 되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쨌든 본인이 응급실에 다녀 오셨다는 얘기를 나중에 직접 쓰실 정도였으니 그냥 별 일이 아닌 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그 분이 다시 응급실에 실려가셨다는 얘기가 이번에는 그 분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다른 분에 의해 언급되어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분의 블로그를 다시 방문했더니 믿지 못할 이야기가 올라와 있었다.

지난 번 응급실에 실려가신 뒤에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셨다는 소식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필자는 그 분을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분이 하늘나라로 떠나셨다는 그 갑작스런 소식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매 주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과 또 진지한 신앙의 이야기들을 쓰셨던 그 분이,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인 그 분이, 재영한인사회에서 신문에 글을 연재하는 몇 안 되는 글쟁이들 중 한 명인 그 분이,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할 일이 참 많으셨을 그 분이 떠나셨다니...

이럴 줄 알았더라면 우연한 만남을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그 분께 연락을 해서 한 번이라도 직접 뵐 것을, 그 분 블로그에 답글이라도 하나 남겨드렸을 것을, 그저 아쉽기만 하다.

떠날 때를 알 수 없다는 것,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야속한 게 바로 이 떠날 때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그 분의 블로그에는 그 분이 떠난 뒤에도 꾸준히 그 분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글을 남겨주고 계신다.

그 분의 블로그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blog.naver.com/cuddington

비록 그 분은 떠나셨지만, 그 분이 남겨놓은 소중한 글이라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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