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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6 02:59
다시 찾아온 통기타 유행을 보면서
조회 수 4087 추천 수 0 댓글 0
인터넷을 통해 한국 뉴스를 보니 요즘 한국에서 다시 통기타가 유행한다고 한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더니, 정말 그 말이 맞나보다. 우리나라에서 통기타가 유행하는 시대가 다시 오다니,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뉴스에서는 요즘 한창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통기타를 연주하는 참가자들, 그리고 예능프로 ‘놀러와’가 방송한 ‘세시봉 친구들’ 편을 통해 젊은 세대들은 통기타를 새롭게 접하게 되었고, 중장년 세대들은 통기타의 추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었다. 결국 대중문화는 얼마나 대중들에게 노출되느냐, 즉 대중들이 그 문화를 접할 기회가 얼마나 있느냐에 달린 것이라는 게 실감이 간다. 그 동안 방송에서는 허구언날 얼굴, 몸매, 춤실력만 뽐내는 이들을 가수랍시고 보여주고, 음악도 대부분 전자음으로 범벅이 된 자극적인 노래들만 선보이는 통에 대중들은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진짜 뮤지션, 그리고 통기타나 피아노만으로 구성된 어쿠스틱 음악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너무 적었던 것이다. 그래서 비록 이번에 다시 찾아온 통기타 유행을 가능하게 해준 것도 방송이지만, 동시에 그 동안 대중들에게 통기타를 접할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도 방송이니 고마운 동시에 원망스럽기도 하다. 지금은 모두 환갑을 넘긴 ‘세시봉 친구들’의 주역들이 활동했던 그 시절,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로 상징되는 청년문화가 있던 그 시절이 아마도 우리나라 통기타의 최고 전성기였을 것이다. 이후 80년대 민중가요를 거쳐 고 김광석이 활동했던 시기까지도 통기타는 그 존재를 잘 지켜냈으나, 이후 90년대로 넘어와 대중음악이 점점 전자음을 내세우고, 댄스와 볼거리 위주로 치중하면서 2000년대 들어서 통기타는 쓸쓸히 과거의 것으로 취급되어 갔다. 대중들은 더 이상 통기타 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었고, 들을 기회가 없다보니 통기타를 직접 연주하고 싶어하는 이들 역시 줄어들었다. 그나마 기타를 배우려는 청소년들도 전자기타를 배우지 통기타를 배우려고 하지 않았다. 어느새 통기타는 중장년들의 추억의 노래에나 등장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미사리 카페촌에서나 접할 수 있는 희귀한(?) 악기가 되어갔다. 필자가 통기타 가수로 일했던 시절만 해도 카페나 술집의 통기타 라이브 무대에서는 원래 통기타 만으로 무대를 선사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이 마저도 반주기를 같이 틀어줘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통기타로만 반주를 하면 손님들이 심심하다(?)고 불평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상태로 세월이 흘렀고, 불과 최근까지만 해도 우리는 방송 어디서도 통기타를 접하기가 어려웠다. 가요 순위프로그램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 가수를 찾아볼 수 없었고, ‘콘서트 7080’ 같은 중장년을 위한 음악프로에서 그나마 통기타를 메고 출연하는 기성가수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통기타는 폼으로(?) 메고 있을 뿐, 뒤에 배치된 밴드의 반주 속에 통기타 소리는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방송을 통해 통기타를 접한 대중들이 통기타의 매력을 알아보면서 덩달아 통기타 판매량도 증가하고, 또 통기타 강습도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접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그렇지, 한 번 통기타의 매력을 접하기만 하면 누구든 통기타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필자로서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서른 즈음에’를 통해 여러 차례 밝힌대로 필자의 외삼촌은 ‘사랑으로’를 만들고 부른 듀엣 해바라기의 리더 이주호다.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통기타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급기야 중학교 3학년 겨울에 통기타를 장만하여 독학하기 시작했으며, 작년에는 직접 작곡한 통기타 연주곡이 담긴 음반까지 내는 오늘날에 이르렀다. 외롭고 힘들었던 고교시절, 독서실에서 돌아온 늦은 밤 퉁기던 통기타 소리의 매력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나무통에서 울려나오는 그 깊고 감미로운 소리... 통기타는 그야말로 음악과 가장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악기다. 필자는 사적인 자리에서, 기분 좋은 사람들과의 기분 좋은 술자리에서 종종 누가 시키지 않아도 통기타를 꺼내들고 노래를 부르곤 한다. 주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담은 내가 만든 노래들을 통기타와 함께 노래하다 보면 부르는 나도 행복하고, 듣는 사람들도 행복해한다. 통기타와 함께 노래를 하면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 간 감정의 교감이 참 잘 이루어진다. 또, 통기타와 함께 노래를 하다보면 듣는 사람도 함께 어울려 노래를 하기가 참 좋다. 통기타나 피아노 만으로 구성된 어쿠스틱 음악은 상대적으로 심심하고 공백이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만큼의 공백이 뮤지션의 감성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오히려 전자음이나 화려한 악기들보다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고, 노랫말과 그 노래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도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통기타는 말 그대로 ‘작은 오케스트라’로 일컬어지는 만큼, 수준급이 되면 통기타 하나 만으로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정교하고 뛰어난 음악을 선사할 수 있는 악기다. 그런 통기타가 다시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 부디 잠깐 동안의 반짝 유행으로 그치지 말고, 이번 기회를 통해 통기타와 통기타 음악이 우리 대중가요에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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