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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적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성산동의 아파트와 주변 동네는 지금도 꿈에 가장 자주 나타나는 곳이다.

 

아마도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꼈던 시절, 그리고 그 외로움을 통해 나의 정서와 감수성이 가장 많이 형성된 시절에 살던 곳이어서일 것이다.

 

지금 이렇게 정신을 말똥말똥 차리고서 성산동의 아파트와 주변 동네 풍경을 그려보면 정확하게 떠올리기가 어려운데, 신기하게도 꿈 속에서는 그 풍경들이 그 시절 그대로 펼쳐져 있다.

 

성산동 아파트는 세 개 동으로 이루어진 5층 짜리 아파트 단지였는데, 단지 뒷편에는 모래네가 내려다 보이는 낭떨어지가 있었다.

 

난간 넘어로 수풀이 우거진 가파른 절벽이 있는 낭떨어지도 그렇고, 그 낭떨어지 옆으로 조그만 길이 나 있는 아파트 뒷편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이었기에, 그 시절에는 괜시리 무서운 곳이기도 했다.

 

대낮에 자전거를 타고 놀 때도 아파트 뒷편은 무서워서 얼른 지나갔고, 한 번은 밤에 내 자신의 담력을 스스로 시험(?)해본답시고 그 아파트 뒷편을 미친듯이 뛴 적도 있다.

 

그랬던 아파트 뒷편과 낭떨어지는 지금도 꿈에 자주 나타난다. 이렇게 성인이 되었는데도, 꿈 속에서 그 아파트 뒷편에 가게 되면 그 어린 시절 느꼈던 공포감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나는 그 낭떨어지에서 뛰어내리면 피터팬처럼 하늘을 훨훨 날게 되는 꿈을 정말 많이 꾸었다.

 

어린 시절 난간 넘어 가파른 절벽에서 내려다 보던 풍경, 저 난간을 넘어가면 어떻게 될 지 상상하던 것들이 무의식 중에 너무 깊이 남았나보다.

 

흔히 그렇게 하늘을 나는 꿈을 꾸면 키가 큰다고 한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도 마찬가지다.

 

비록 이른 나이에 근육운동을 해서 중학교 시절 이후 키가 멈춰버렸지만, 그 때까지는 정말 하늘을 나는 꿈을 많이 꾸었고,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과 중학교 시절에는 늘 반에서 뒤에서 다섯 번째에 들만큼 키가 컸다.

 

대부분 남자 아이들이 그렇듯, 필자 역시 어렸을 때 슈퍼맨 같은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 하늘을 날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바램들이 실현되는 곳이 바로 꿈 속이었다.

 

마냥 즐겁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도 있지만, 가끔은 악당(?)들한테 쫓겨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다가 그 성산동 아파트 낭떨어지까지 오게 되고, 그 난간 위로 올라가 절벽 아래로 멋지게 점프하면서 하늘을 날게 되는 꿈은 정말 최고였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서 그렇게 하늘을 날아오르는 꿈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 겨우 날아올랐는데 날아가는 모양새가 영 시원치 않을(?) 때도 있었고, 어떤 날은 날아오르기 위해 죽어라고 뛰는데 좀처럼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애를 태웠던 적도 있다.

 

나이가 들고 그렇게 하늘을 날아오르는 꿈을 꾸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동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하늘을 나는 꿈은 순수했던 어린 시절, 동심을 간직하고 있을 때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과도 같다는 것을.

 

우리는 성인이 되면서 더 이상 하늘을 날고 싶어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슈퍼맨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인간은 결코 그렇게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어린 시절 신기했던 그 모든 것들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게 되고, 우리는 어느새 현실의 문제들에 고민하고 몰두하면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성공한 삶만을 간절히 바라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어느새 우리들의 꿈도 동화 같은 상상의 세계보다는, 그렇게 현실적인 고민과 현실적인 바램들이 투영되기 시작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후크는 그렇게 성인이 된 피터팬에 대한 얘기다. 성인이 되고, 뻔뻔한 변호사가 된 피터팬은 자신이 과거에 피터팬이었다는 사실도 잊고 사는 이 시대 평범한 중년 남성이다.

 

영화 초반, 성인이 된 피터는 예전처럼 하늘을 날지 못하고, 그를 돕는 네버랜드의 아이들과 요정 팅커벨은 피터에게 단 한 가지의 행복한 생각만 갖고 있으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피터는 자신의 자녀들을 떠올리며 행복한 생각을 갖게 되고, 예전처럼 다시 하늘을 힘차게 날아오르게 된다.

 

지금도 후크를 가끔 보면서, 성인이 된 피터가 다시 하늘을 날아오르게 되는 장면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괜히 눈물이 난다, 이렇게 성인이 되어서 동심을 떠나온 내 모습에, 그래서 이제는 꿈 속에서 더 이상 하늘을 날지 않음에.

 

어쩌면, 스필버그 감독은 그렇게 더 이상 꿈 속에서 하늘을 날지 못하는 이 시대 평범한 어른들에게 다시 동심을 찾게 해 주려고 이 영화를 만든 것 같기도 하다.

 

진정 우리는 그렇게 동심을 떠나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걸까? 어른이 되는 게 무조건 더 행복한 것만은 아님에도?

 

요즈음에는 그렇게 하늘을 나는 꿈을 일 년에 겨우 한 두번 정도 꾼다. 더 나이가 들면 그마저도 꾸지 못하게 될까?  

 

여러분들은 마지막으로 꿈 속에서 하늘을 날아본 게 언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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