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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5 18:37
스승의 날 떠오르는 얼굴들 (3)
조회 수 3942 추천 수 0 댓글 0
지난 해 스승의 날 즈음에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로 두 편의 글을 쓰면서, 중학교 시절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내년 스승의 날 즈음에 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에 그 시리즈를 다시 이어서 써 본다. 필자가 졸업한 마포구 중동의 중암중학교에는 당시 학년 당 남자반 네 개, 여자반 네 개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필자 아래 학년부터는 교복을 입게 된, 그래서 중암중학교 역사 상 마지막으로 사복을 입을 수 있었다. 1학년 담임이었던 최보X 선생님은 여자 체육선생님이었는데, 그 때는 뭐가 씌웠는지(?) 공부도 곧잘 해서 반장도 했고, 게다가 필자가 체육선생님 아들이라고 특별히 필자를 예뻐하셨다. 그런데, 하루는 담임 선생님과 함께 하는 체육 시간에 발야구를 하는데 필자가 계속 헛발질을 했더니, 선생님께서 어지간히 답답하셨는지 “너 아버지가 정말 체육 선생님 맞냐?”며 장난으로 핀잔을 주셨던 게 기억난다. 당시 한명X 라는 국어 선생님이 계셨는데, 이 분은 우리를 혼내실 때 권투선수처럼 폼을 잡고 스텝까지 밟아가면서 우리에게 펀치를 날리셨다. 물론, 진짜 감정을 실어서 살벌하게 때린 것은 아니었고, 그보다는 장난스러움이 더 많이 담겨 있었기에 우리는 선생님이 그렇게 누구를 권투선수처럼 혼내실 때 오히려 재미있어 했다. 그것 말고도 이 선생님은 정말 기발한 벌칙(?)을 개발하셨는데, 두 명이 떠들다가 걸리면 가위바위보를 하게 한 뒤에 이긴 놈이 진 놈의 뺨을 때리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세게 때리면 거기서 바로 끝이고, 그러나 살살 때리면, 그 다음에는 다시 맞은 놈이 때린 놈을 때리게 했다. 그렇게 반복하다 결국 한 놈이 진짜 세게 상대방을 때리면 거기서 그 벌칙은 끝나는 것이었다. 이 벌칙은 과연 누가 먼저 진짜로 세게 한 대를 때리게 되는가, 그리고 선생님이 과연 어느 정도로 센 따귀가 나왔을 때에서야 벌칙을 멈추는가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만큼, 우리들로서는 이 벌칙이 주어지면 그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벌칙이 교육적으로 옳은 것이었는지는 지금도 헷갈린다. 1학년 당시 기술 과목을 가르치던 이동X 선생님이 계셨는데, 필자는 괜히 이 선생님을 싫어했었다. 가르치는 것도 별로 마음에 안 들고, 애들을 다루는 방식도 별로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2학년이 되고서 그만 이분이 담임이 되어 버렸다. 당시의 그 실망감이란. 게다가 뭔 일인지 또 다시 반장이 되어서, 싫든 좋든 이동X 선생님과 일 년을 가까이 지내게 생겼다. 필자가 이동X 선생님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을 선생님도 느끼셨는지, 하루는 거기에 대한 섭섭함을 슬쩍 드러내기도 하셨다. 이동X 선생님은 필자가 반장이 되고서 역시 선생님이셨던 필자 아버지에게 연락 하셔서 술도 같이 한 잔 하셨고, 그 뒤로는 선생님을 조금씩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학년이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서 하루는 조회시간이 한참이 지나도록 선생님이 들어오시지 않았고, 반장으로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교무실에 갔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선생님일 출근 길에 계단에서 넘어지셨는데, 신경을 다치실 만큼 너무 크게 다치셔서 병원으로 실려가셨다는 소식이었다. 그렇게 사고를 당하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괜히 그 전까지 선생님을 싫어했던 게 너무나 죄송하게 느껴졌다. 임원들(부반장 및 무슨 무슨 부장들)을 데리고 선생님의 병문안을 갔는데, 목 주위에 깁스를 하시고 너무나 고통스럽게 누워 계셨던 선생님과 사모님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사모님께서는 우리가 멀리서 (당시 선생님이 입원 중이신 병원은 우리 학교가 있던 곳에서 두 시간이 넘는 먼 거리에 있었다) 병문안을 왔다며 병원 식당에서 우리 모두에게 설렁탕까지 사주셨다. 어쨌든, 그렇게 담임 선생님이 안 계신 데다가,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당시 우리 반은 전체 학년에서 가장 공부도 못 하고, 말썽을 피우는 녀석들이 가장 많이 모인 반이었다. 학교에서는 임시 담임선생님이 배정될 때까지 대책이 없었고, 결국 우리 반은 그야말로 개판이 되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갓 부임한 초보 여선생님이 수업 중간에 울면서 교실 밖으로 나갔을 만큼. 우리 반이 워낙 통제도 안 되고, 늘 시끄럽다 보니까 교장 선생님이 지나가다 여러 차례 우리 교실에 들어오셔서 훈계를 하셨고, 그 때마다 반장이었던 필자는 참 난감했다. 급기야는 전교생 유일하게, 아마도 그 학교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필자는 교장 선생님의 호출을 받고 교장실로 불려가서 단 둘이 면담을 가졌다. 교장 선생님은 필자에게 담임 선생님이 안 계시니 반장이 솔선수범해서 학급을 챙기라고 당부하셨다. 참, 그 교장 선생님은 인자한 할머니 같은 여자 교장선생님이셨다. 역시 성함도 기억난다, 정차X 교장 선생님. 한편, 장기 병가를 내셨던 이동X 선생님은 필자가 3학년이 된 어느 날 학교로 복귀하셨다. 안타깝게도 목에 깁스는 계속 하셔야 했고, 어떻게 보면 평생 그 장애를 안고 가시게 된 셈이다. 이동X 선생님께 충분히 따뜻하게 대해 드리지 못한 것은 지금도 참 죄송하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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