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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5 22:11
다 지나가는 것이니...
조회 수 3463 추천 수 0 댓글 0
‘마음을 비우는 시’ 마음이 너무 지쳤다. 몸이 지치면 잠이라도 푹 자 주면 되는데, 마음은 지쳐도 마음을 잠재우기는 너무 어렵다. 마음을 써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살아가는데, 마음이 잠들지 못하니 그렇게 지쳐버린 마음을 써서 일을 하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전쟁같이 살지 않고, 여행같이 살려고 애를 쓰건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전쟁이 되어 있다. 이겨도 이긴 게 아닌 전쟁, 인간의 마음과 마음이 부딪혀 일어나는 전쟁, 마음에 따라 끝날 수도 있는 불필요한 전쟁... 마음이 지친 것은 결국 마음에 안 좋은 생각과 안 좋은 감정들이 가득해서이다. 마음은 참 재미있는 게 한 번 안 좋은 감정들이 시작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서 끊임없이 어두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현실은 그렇게 어둡지 않은데, 얼마든지 시선을 돌려 밝은 빛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도, 그렇게 마음이 어두움을 향하게 되면 더 깊은 곳 어두움만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에 안 좋은 생각과 안 좋은 감정들이 들어서면 이것들을 다시 몰아내기가 너무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다행히 그것들을 몰아낼 수 있기에 우리는 늘 어떤 시련도, 고난도 이겨내며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 게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것들을 마음에서 몰아내지 못하는 이들은 결국 스스로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세상을 등지지 않으면서도 마음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억지로 몸을 잠재우는 수면제처럼, 그렇게 마음을 잠재울 수 있는 수면제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마음을 잠재우는 수면제를 먹고 한 숨 푹 잔 뒤에 일어나면 어느새 지난 것들은 꿈처럼 사라져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아쉽게도 마음을 잠재우는 수면제는 없다. 아마도 그런 건 영원히 없을 것이다. 대신 우리는 그 마음을 비우는 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마음을 비우는 시’에서 이해인 수녀님은 기차를 타고 바라보는 창 밖 풍경처럼 다 지나가는 것이라고 하신다. 지금 내 마음에 가득한 근심과 슬픔들은 영원할 것만 같은데, 정말 그것들이 다 지나가게 될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기차를 타고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내 시선에서 사라져가듯, 인생이라는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 만나는 근심과 슬픔들도 내 마음에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비록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들을 돌아봐도 모든 것들이 그렇게 지나가지 않았던가? 영원히 붙들고 싶었던 행복의 순간들도 여지없이 지나가 버렸고, 또 살아있음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힘겨웠던 순간들도 결국에는 지나가 버렸기에 지금 이렇게 이 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겠지. 행복의 순간들을 영원히 붙들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고통의 순간들 역시 영원히 머무르지 않았기에 그렇게 모든 것들이 지나가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수 많은 것들을 지나 보내고, 어느새 세상과 작별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살아오는 동안 끊임없이 그 마음에 담았다가 비워냈을 그 많은 것들이 다 부질없었음을 그제서야 비로소 깨달으며, 그 마음에 담은 것들 때문에 전쟁을 벌였던 지난 날을 후회하겠지. 지금 이 순간 마음이 지친 상태로, 마음에 전쟁이 일어나 마음이 잠들지 못한 상태로 이 글을 보고 계실 그 누군가에게, 그리고 바로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리라, 다 지나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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