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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2 19:17
반값 등록금, 거기서 끝이 아니다
조회 수 2733 추천 수 0 댓글 0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시위를 보면서, 참 암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사립대학들이 막대한 적립금을 축적하면서 지금과 같이 높은 등록금을 책정한 것은 분명 지탄받아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아니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거나 하는 것은 단기적인 해결책을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방안은 될 수 없을 것 같다. 대학들이 양보하든, 국가가 나서든, 결국 등록금이 반값이 되었다고 치자. 당장 등록금을 내야 하는 대학생들, 그리고 앞으로 대학에 입학해야 하는 예비 대학생들과 그 부모들은 등록금이 반값이 되었다고 좋아할 것이다. 돈이 없어서 대학에 가지 못하는 이들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의 효과는 아쉽게도 딱 거기까지다. 더 많은 이들이 대학을 갈 수 있고, 대학으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 여전히 대학은 그저 졸업장을 따기 위해 가는 곳이고, 대졸자들의 취업난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며, 비록 학자금 대출로 인한 빚이 반으로 줄어들지언정, 무의미한 대학 졸업장을 쥔 청년 실업자들은 계속 양산될 것이다. 대학 등록금을 낮추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보다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인식과 시스템을 고치는 게 더욱 절실하다는 얘기다. 대학 진학률을 수치로만 보면 마치 한국은 대단한 고학력 국가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상은 학문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재들이 배출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많은 고학력자들이 모두 사회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는 것도 아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99.99%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을 것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잘 살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당장 내 자식은 어떻게든 대학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 대학 교육이 정말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기에, 남들 보기에도 수치스럽기에, 맹목적으로 대학 졸업장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이 오랜 동안 한국인들을 지배해왔다. 나아가서 이름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적인 사무직 직업을 갖는 게 성공의 표준처럼 되다 보니, 일단은 모두가 다 대학에 진학하고, 모두가 다 사무직 직업에 도전하게 되었고, 엄청난 대학 입시 경쟁률과 엄청난 취업 경쟁률이 발생한 것이다. 당연히 모두가 다 명문대에 진학할 수는 없고, 모두가 다 안정적인 사무직 직업을 가질 수는 없으니, 그저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 잉여 대졸자들이 양산되고, 취업 경쟁에서도 실패하는 청년 실업자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대학을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또 나온 대학의 간판은 평생을 따라다닌다’라는 말로 대변되는 학벌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등록금이 반값이 되고, 반의 반 값이 된 들, 청년 세대의 비극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다 대학을 갈 필요가 없고, 모두가 다 번듯한 사무직에서만 종사해서도 안 된다. 대부분의 서구권 선진국들처럼 꼭 대학에 갈 필요가 있는 사람만 대학에 가고, 대학에 가지 않는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사회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다른 진로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의사와 청소부가 같은 아파트에서 사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게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노동의 가치에 대한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게 비정상이거나 무시를 당하는 것이 되면 안 되고, 사무직이 아니라고 낮은 급여를 받고 차별을 당하는 것이 되면 안 된다. 대학을 안 나와도 얼마든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다른 분야에서 하는 일이 대학을 나온 이들이 하는 일에 비해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 ‘대학 졸업과 사무직 취업’이라는 하나의 길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진로가 가능하고, 다양한 직업들이 평등하게 대접받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되면 졸업장 하나 따자고 불필요하게 대학에 진학하는 이들이 없어질 것이고,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 성실하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바람직한 사회가 될 것이다. 너무 이상적으로만 들리는가? 그런데, 이미 많은 선진국들에서는 다들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나라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고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 일이, 우리 나라에서는 문제가 되고 스트레스가 된다면, 결국 사람들의 인식 구조 문제다. 국민성 문제다. ‘대학 졸업과 사무직 취업’의 길을 가지 않아도, 잘 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바꾸려면 결국 사람들의 인식 구조를 바꿔야 한다. 당장 반값 등록금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게 연행되는 대학생들에게는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조차 너무나 미안해진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 만으로는 그들의 우울한 청춘을 구원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결국 그 책임은 잘못된 인식 구조와 사회 시스템을 유지해온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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