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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8 20:37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그늘 – 마지막
조회 수 2535 추천 수 0 댓글 0
지난 8월 런던 폭동 사태를 계기로 이번 시리즈를 쓰게 되었다. 이번 주 뉴스를 보니 이번 폭동 중 체포된 이들의 25%가 이미 과거에도 10회 이상 범죄를 저지른, 그야말로 상습범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체포된 이들 중 4분의 3은 단 한 번이라도 범죄를 저질러서 경고 조치라도 받은 적이 있는 이들이라고 한다. 나는 이번 폭동 사태를 계기로 영국의 이런 저런 문제점들을 얘기했지만, 결국 이번 폭동은 그렇게 대단한 동기나 사회적 차원에서의 집단 반발이 아닌, 그저 평소에도 행실이 불량한(?) 이들이 마침 이 때다 싶어서 저지른 며칠 간의 소동에 불과하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즉,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얘기한 것처럼, 특히 해외에서 이번 폭동의 원인이 영국 내 어떤 대단한 사회적 갈등이나 불만 표출이라고 분석했는데, 미안하지만(?)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폭동 소식아 전해지자 한국에서는 영국의 이민자 문제, 다문화주의 때문에 일어난 폭동이라고 열을 올리면서, 그래서 한국도 이런 폭동이 날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넘겨짚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죄송하지만 그건 정말 헛다리였다. 폭동에 가담한 이들의 대다수는 영국의 사회문제나 이민자 문제에 대해 별 관심 없는, 지난 이야기들을 통해 언급한 별 능력도 없고 게으르면서, 또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해 한심한 인생을 살고 있는 영국 토종 한량(?)들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폭동은 평소에도 크고 작은 범죄나 일탈행위를 일삼던 이들, 아니면 그런 일탈행위를 꿈꾸던(?) 이들이 마침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틈을 타서, 괜히 군중심리 속에서 동네 상점을 터는 등 별 생각없이 저지른 우발적이고 단순한 소동이었다. 요즘 영국과 런던은 언제 그런 폭동이 있었느냐는 듯이 평소와 같고, 정치인들이나 관련 분야 전문가들도 더 이상 이번 폭동에 대한 그럴듯한 분석이나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폭동으로 마치 영국이 붕괴되고, 국가적 위기사태까지 올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던 이들도 더 이상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이제는 다들 조용하다. 물론, 이번 사태를 통해 영국의 젊은 세대들의 도덕과 양심이 무너진 것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난 이야기들을 통해 언급한 영국의 문제점들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인지도 모른다. 특히, 유럽의 불안한 경제상황 속에서 영국의 경제 역시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은 틀림없다. 정부의 재정적자가 천문학적인 수준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각종 긴축 정책들의 부작용과 그에 따른 국민들의 반발 역시 크게 우려된다. 영국 실업자 규모는 최근 또 다시 기록을 갱신했으며, 게다가 영국 대학 등록금이 내년부터 무려 세 배로 인상될 예정인 가운데, 특히 영국 젊은이들의 미래가 너무나 암울해 보인다. 비록 나에게는 너무나 좋은 기회를 제공했고, 너무나 소중한 경험을 갖게 해준 영국이며, 그래서 나는 영국에서 사는 게 너무나 행복하지만, 어쨌든 영국이라는 나라는 수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과연 영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글을 쓰면서도 감히 나 같은 사람이 답하기에는 너무나 무시무시한(?) 질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정말 새발의 피도 안 되는 미미한 수준인데, 감히 내가 어떻게 영국의 미래를 논하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드는 생각은 ‘공룡은 넘어져도 한 번에 고꾸라지지는 않는다’는 단순무식한 발상이다.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참 피곤한 문제들을 여러 개나 갖고 있는 영국이지만, 그럼에도 영국은 지난 세월 동안 축적된 유무형의 자산들이 매우 탄탄한 공룡 같은 강대국이다. 특히, 아무리 요즘 젊은 세대들이 도덕과 양심이 없다 해도, 어쨌든 영국인들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그 영국인 특유의 전통적인 정신적 가치들은 영국이라는 나라를 지탱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이렇게 많은 문제들을 갖고 있으면서, 또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 있으면서도, 영국을 유지시켜주는 또 다른 원동력은 시스템이다. 물론, 그 시스템의 오류와 단점도 많이 있지만, 어쨌든 영국의 시스템은 영국이라는 나라가 무리 없이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일정한 선을 지킬 수 있도록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비록 영국이 점점 저물어가고 있다고 해도, 공룡이 단 한 방에 풀썩 주저앉지 못하는 것처럼, 영국 역시 최대한 버텨가면서 그 나름의 대안을 찾아갈 것이라고 본다. 오래 전 ‘서른 즈음에’에 썼던 것처럼, 페인트공도 열심히만 살면 아무에게도 무시 당하지 않고 행복하고 여유롭게 자신의 소중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나라, 보리스 존슨 같은 더벅머리 괴짜가 런던 시장으로 선출되는 나라, 내가 발견한 영국은 그런 나라다.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과는 또 다른 ‘기회의 가능성’이 있는 영국, 미국은 절대 갖지 못한 ‘전통’을 간직한 나라 영국. 그런 영국에서 보고 듣고 배우며 경험한 이 모든 것들을 언젠가 우리 나라를 위해, 우리 나라의 사람들을 위해 소중하게 기여하고 싶다는 바램으로 이번 시리즈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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