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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서른 즈음에를 쓰려고 하면 무슨 얘기를 써야할 지 막막할 때가 있다.

한참을 고민해봐도 결국 쓸 이야기가 없을 때는 그나마 가장 쉽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단골 소재인 나의 어릴 적 이야기, 나의 사람들, 그리운 것들을 끌어내서 간신히 글을 쓴다.

서른 즈음에를 처음 쓰기 시작했던 6년 전 유학생 시절에는 쓸 이야기들이 시도 때도 없이 너무 많이 떠올라서 그것들을 별도로 메모해두기까지 했었건만.

지금 내 삶을 들여다보면 분명 그 때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며, 더 바빠졌는데, 왜 글을 쓸 소재는 오히려 그 때보다 줄어든 걸까?

서른 즈음에는 내 생각과 느낌들을 담은 일종의 내 일기장과도 같은 것이었는데, 이제 나는 일주일에 단 한 번 뿐인 일기를 쓰기가 어려울 만큼 생각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더 바빠졌음에도 생각과 느낌들은 오히려 더 줄었들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당장 먹고 사는 일에만, 출세하는 일에만, 눈 앞의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나 자신의 내면에 귀기울이는 시간은 줄어들고, 현실적인 이득이 없는 일들은 점점 귀찮게 여겨진다.

생각을 해도 어떻게 하면 내가 하는 일에서 성공할까?’,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들을 주로 하고, 무언가를 느끼더라도 고단한 일상의 피로를 푸는 차원에 그치다 보니 글로 담아낼 소재가 없다.

유학생 시절만 해도 사소한 것들도 신기하고, 재미있고, 그래서 늘 많은 생각과 많은 느낌들을 가질 수 있었는데.

요즘처럼 회사일로 정신없이 지내다가, 또 이런 저런 신경 쓸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이렇게 글을 쓰려고 하면 마치 내 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회사 일을 잘 하기 위해서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려대고, 쉴 새 없이 사람들과 떠들었는데, 정작 나 혼자만의 고요 속에서 나만의 생각과 느낌들을 찾아보려 하니 그저 멍해진다.

분명 나는 살아있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죽어 있었던 것이나 다름 없다.

서른 즈음에를 쓰기가 어려워진 것 뿐만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노래를 만들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예전에 누군가가 내 블로그를 방문해서 이성적이어야 하는 헤드헌터가 감성적인 글과 음악을 하는 게 특이하시네요.”라고 했던 적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감사하게도 나는 헤드헌터/직장인으로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시간들 동안 점점 계산적이 되어가고, 현실적이 되어가면서, 또 이런 저런 일들과 사람들에 부딪히면서, 비록 유능한 직장인은 되었을 지 모르지만, 내가 가진 감성과 창의력은 점점 잃어왔다.

그나마 간간히 음악 활동을 하고, 또 이렇게 글을 쓰면서 감성의 불씨가 꺼져가려 할 때마다 아슬아슬하게 그 불씨를 다시 살려왔지만.

요즘 나는 스스로 헷갈릴 때가 있다. 회사에서 좋은 실적을 올려서 두둑한 보너스를 받을 때가 더 기쁜지, 아니면 내가 만든 음악을 듣고 누군가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더 기쁜지.

한 번은 직장에서 알게 된 어느 대기업의 관계자분이 내가 음악 콘서트를 갖는 것을 전해들으시고서 신기하다고 하셨다.

그 분은 나보다 사회생활 연배가 10년 이상 높으신 분으로, 그 분께서 나를 보고 신기하다고 하신 것은 단순히 내가 음악을 하는 것 자체가 신기한 게 아니라, 직장인이 그런 것에 여전히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는 얘기였다.

, 아무리 악기를 연주할 줄 알아도, 그렇게 직장을 다니고 사회생활에 전념하다 보면, 사람들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 활동을 할 마음 자체가 생기지 않는 게 보통인데, 나는 여전히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나도 혹시나 그런 짓을 할 마음이 사라져버리지는 않을까, 또 감성을 잃어버려서 더 이상 내 음악에 나 스스로도 감동하지 않게 되면 어쩌나 싶은 두려움이 들 때가 있다.

실제로도 회사에서 일이 너무 많고, 또 일 때문에 사람들과 지지고 볶고 스트레스를 한참 받다가 급하게 무대에 서면, 내 손은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하면서도 나 자신은 정작 아름다운 게 뭐였더라?’ 싶을 만큼 느낌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아예 처음부터 마치 밥벌이 기계처럼 그저 하루 하루 주어진 책임을 완수해서 그것들을 통해 얻어지는 경제적 보상에만 만족하는 삶이 전부인줄 알았다면 모르겠지만, 나는 그 이상의 것들을 꿈꾸며 살았었기에 지금 이렇게 무뎌져가는 내 자신이 너무나 서글프다.

평범한 직장인이 되면, 그리고 어른이 되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무뎌져야만 하는 것일까?

비록 무뎌졌을 지언정, 그것들이 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분명 내 안에 어딘가에 잠들어있을 것이고, 나는 그것들을 다시 깨울 수 있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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