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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가 일제히 그녀를 언급하며 그녀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이른바 대처리즘(Thatcherism)’이라고 불리우는 그녀의 사회&경제 정책과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한 찬반 양론도 뜨겁게 벌어졌다.

하지만, 그러한 시사적인 화제보다 내 가슴을 파고든 것은 한 때는 철의 여인(Iron Lady)’이라 불리우며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친 그녀 역시 늙고 병들어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렇게 전 세계적인 위상을 떨친 거대한 인물들은 마치 그들에게는 늙고 병든 노년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고, 심지어 그들에게는 죽음조차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대처 전 총리는 그녀가 책임져야 했던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었고, 한창 때는 그 누구보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을 자랑했던 인물이다.

비록 부작용과 안 좋은 결과들도 초래했지만, 어쨌든 대처리즘은 영국을 위기에서 구해냈고, 그녀는 그녀의 모든 것을 바칠 만큼 자신의 조국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 역시 결국은 외로움과 슬픔을 느낄 줄 아는 한 인간이었고, 사랑받고 싶고 보살핌을 받고 싶어하는 한 여성이었을 터, 그녀도 살아 생전 행복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그녀의 말년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남의 인생에 대해 내가 함부로 이랬을 것이다, 저랬을 것이다판단할 수는 없지만, 워낙 공개된 부분이 많은 그녀의 삶이었으니, 아마도 그녀의 삶에서 가장 큰 힘과 행복의 원천은 그녀의 조국 영국남편 데니스였던 것 같다.

50년이 넘는 결혼생활을 유지해오면서 그녀의 남편 데니스는 영원한 그녀의 편이었고, 그녀가 정치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그 모든 차별과 어려움들을 극복하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그녀는 분명 정치권에서 물러나면서 상당한 상실감과 피로감을 느꼈을 터, 그럼에도 비교적 안정적이고 행복한 중년의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역시 남편 데니스 덕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2003년 데니스가 사망하면서 철의 여인조차 그 슬픔과 상실감은 극복하기 어려웠던 모양인지 그녀는 결국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늙어갔다.

메릴 스트립이 대처 전 총리로 분한 영화 철의 여인에서도 볼 수 있듯 그녀는 남편의 사망을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어려웠는지, 남편 사망 이후에도 남편이 살아있다고 착각하는 치매 증상을 자주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비록 그녀가 정치인으로서의 삶에 지나치게 몰두하느라 자녀들에게는 좋은 엄마가 되어 주지 못했다 해도, 성인이 된 이후 그녀에게 무관심했던 그녀의 자녀들은 그녀의 말년을 더욱 외롭고 슬프게 만들었다.

영국 언론은 간병인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 진료를 위해 어렵게 외출에 나선 대처 총리의 폭삭 늙은 모습을 보도했고, 2010년과 2011년 크리스마스에는 자식들이 찾아오지 않아서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냈다는 소식도 보도되었다.

영국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들이 함께하기 위한 명절인 만큼, 그녀의 자녀들이 크리스마스에 어머니를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말년에 후회했을런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 그렇게 정치에 모든 인생을 쏟아부었던 자신의 과거를.

위기에 처한 조국 영국을 구해내는 커다란 업적을 쌓지도 않고, ‘철의 여인으로 불리우며 전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지 않더라도, 그저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소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면서.

한편, 그 누구보다 총명하고 그 누구보다 강인했던 그녀가 치매에 걸리고 뇌졸중에 걸려 노쇠해진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렇게 인간이 장수하게 된 게 좋기만 한 것인지 의문도 든다.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었지만, 결국 노년이 되면 누구나 병에 걸리고 고통을 받으며 때로는 추한 모습이 되기도 하는데, 목숨만 붙어 있으면서 마치 산 송장처럼 그렇게 지내는 게 과연 장수의 축복인지 모르겠다.

물론,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은 오직 하늘이 결정해주는 것이기에 우리는 그저 하늘이 정해주는 그 순간을 받아들일 뿐이지만.

철의 여인도 삶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질서 아래 한 줌 흙으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또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지금 내가 집착하는 것들, 지금 내가 화를 내는 것들, 지금 내가 갈등하는 것들, 어쩌면 그것들은 진실로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것일 지도 모른다.

반면에 지금 내가 간과하는 것들, 지금 내가 소홀히 여기는 것들, 지금 내가 잃어가고 잊어가는 것들, 어쩌면 그것들은 진실로 가장 큰 가치가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한 줌 흙으로 돌아갈 때 과연 나는 스스로 만족스러웠다고 여기는 일들이 많을까, 아니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많을까?

그 모든 것들이 바로 지금 이 순간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살아 숨쉬는 일분 일초가 사소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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