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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 10월에 난생 처음으로 스웨덴 스톡홀름에 다녀온 뒤에 서른 즈음에스웨덴, 바이킹 민족이 이룬 복지국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한 편 작성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비정상적으로 비싼 스웨덴 물가에 충격을 받았으며, 무엇보다 못된 택시 기사가 일부러 빙빙 돌아서 택시비를 바가지 씌운 경험을 해서 스웨덴에 대해 별로 안 좋은 첫 인상이 남았다는 얘기를 썼다.

그리고 4년 만에 다시 찾은 스웨덴 스톡홀름, 마침 이번에도 10월 방문이었다.

1.jpg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던 10 31일 저녁, 노벨상 시상식 장소인 스톡홀름의 유명한 콘서트 하우스(Konserthuset)에서 열린 ‘Korean Music Night(한국 음악의 밤)’ 콘서트에 출연하게 되어 2 3일 일정으로 다시 스웨덴을 방문한 것이다.

감사하게도 이번에는 주최측에서 모든 일정을 하나 하나 직접 챙겨주셔서 전용 차량으로 이동하느라 못된 택시기사를 만날 일도 없었고, 너무나 멋진 관광도 시켜주셨다.

이번 스웨덴 관광 중 가장 좋았던 곳은 스톡홀름 시청이었는데, 시청 소속 가이드와 함께 시청 구석 구석을 직접 둘러보는 투어를 했다.

2.jpg

스톡홀름 시청은 노벨상 시상식 후 리셉션 만찬이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극장에서 공연을 했고, 노벨상 만찬이 열리는 시청 투어도 했으니, 나름대로 묘한 인연이다.

시청 건물 내 실제 공무원들이 업무를 보는 영역은 나름 현대식 사무실들이 별도로 있고, 이렇게 관광객들이 투어를 하는 영역은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어지간한 유서 깊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투어 못지 않게 시청 곳곳에는 너무나 멋지고 오랜 전통을 간직한 장소들이 있었으며, 가이드의 설명도 재미있었다.

2천만 개의 작은 금조각들로 구성된 황금의 방이나 불과 3분만에 결혼식을 마쳐야 하지만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결혼식방(?) 등 여러 흥미로운 곳이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시의회 회의실이었다.

중앙에 시의원들이 앉는 회의석이 있고, 좌우편 상단에는 청중석이 있는데, 한 쪽은 일반 시민들이, 한 쪽은 언론인들이 앉는 곳으로, 즉 시의회 회의는 일반인들과 언론에 고스란히 공개가 된다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드높은 천정에는 바이킹 양식의 목조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고, 천정 벽화는 하늘이 그려져 있는데, 시의회의 회의 내용이 뻥 뚤린 하늘 밑에서 만천하에 공개되는 만큼 투명하고 올바른 회의가 되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한다.

4.jpg

가이드가 어느 정도 포장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스웨덴 정치인들은 정말로 그렇게 투명하고 올바른 정치를 할 것 같고, 시민들도 그렇게 정치인들의 회의를 지켜보면서 그들을 신뢰할 것 같다.

선진국이라는 것은 단지 국민의 일부가 큰 부자여서 선진국이 아니라, 그렇게 사람들의 의식이 선진적이어야 선진국인 것인데,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스웨덴이 보여준 복지 국가의 전형이나 국민들의 높은 행복도 등을 고려해볼 때, 스웨덴은 분명 축복 받은 선진국이 맞는 것 같다.

한편, 이번에 스웨덴에서 너무나 즐거운 경험을 했고 친절한 스웨덴 사람들도 만나보면서, 첫 인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늘 첫 인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면서, 첫 인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첫 인상은 중요한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는 첫 인상이 맞곤 한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내가 2009년도에 스웨덴에 대해 안 좋은 첫 인상만 갖고서 평생 스웨덴을 그렇게만 기억했더라면 나는 스웨덴에 대해 크게 오해한 채 스웨덴의 진가를 평생 몰랐을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첫 인상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단정지을 때가 많은데, 때로는 그 첫 인상이 틀릴 수도 있는 만큼, 최소한 그 사람을 다시 알아볼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2009년의 그 안 좋았던 스웨덴의 첫 인상은 이제 온데 간데 없고, 스웨덴과의 두 번째 만남을 통해 이렇게 스웨덴이 좋아진 나의 사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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