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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ley Age Concern이라는 곳의 초청으로 자선 공연을 다녀왔다. 자선 단체는 노인들을 보살피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으며, 특히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자선 공연에도 치매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관객으로 초청되었는데, 주최측에서 우리에게 부탁하기를 한국 음악이나 우리가 만든 음악도 좋지만, 주로 영국인 노인들인 관객들에게 익숙할 음악들을 포함해달라고 했다.

 

이유인즉슨 치매 환자들은 때로는 이렇게 본인들이 과거에 들었던 음악을 다시 들음으로써 희미하게나마 기억을 되살리고 정신이 돌아오는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우리 레퍼토리에는 영국인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Amazing Grace’ 비틀즈의 ‘Let It Be’, 그리고 파헬벨의 캐논 같은 곡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둠이 내린 저녁 주최측에서 예쁘게 꾸며주신 무대에서 시작된 공연, 한국음악이 곡으로 연주될 때는 얌전히(?) 박수만 치던 관객들이었으나, ‘Amazing Grace’ 연주가 시작되자 휠체어에 앉아계신 할아버지 분이 알아들을 없는 감탄사를 외치시며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듯 앉은 팔을 흔드셨다.

 

분이 저러시나 했는데, ‘Amazing Grace’ 연주가 끝나고 주최측 관계자분이 잠시 양해를 구하면서 분은 과거에 밴드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했던 분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얘기를 듣는 순간 괜히 코끝이 찡해왔다. 그는 과연 젊은 시절 얼마나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이기에 저렇게 치매에 걸리고 휠체어에 앉아서도 (나중에 분의 아내 되시는 할머니분께 들었는데 분은 중풍에도 걸리셨다고 한다) 음악 소리에 그토록 반응을 것일까?

 

분이 감탄사도 외치고 연주 내내 팔을 휘젓는 모습은 관객들이 조용히 연주를 듣는 일반 음악회였더라면 연주자들에게 방해가 수도 있는 튀는 행동이었겠지만, 이날 만큼은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분의 그런 모습에 더욱 힘이 났고 연주하면서 보람이 느껴졌다.

 

Graham이라는 이름의 할아버지는 이어서 연주한 ‘Let It Be’에서는 물론, 공연 내내 가장 열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고, 공연이 끝난 분께 다가가 인사를 건넸는데 알고 보니 중풍에도 걸리셔서 정상적인 의사 소통이 전혀 되지 않으셨다. 공연 없는 감탄사만 외치신 것도 때문이었다.

 

분이 말을 알아들으시는 지는 없었지만, 어쨌든 나는 분께 악수를 건네며 “Thank you for listening to us!” 우리 음악을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다.

 

31.jpg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나도 훗날 저렇게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기억을 잃게 되면, 아마 나도 그렇게 젊은 시절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음악에 반응하게 될까?

 

사랑하는 사람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내가 누구인지, 지금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도,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통기타 소리를 듣게 되면, 누군가가 통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내가 이렇게 기타를 치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희미하게라도 기억하게 될까?

 

젊은 시절 영국 방방곡곡을, 유럽의 이곳 저곳을 다니며 음악을 연주했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조금이라도 기억하게 될까? 내가 작곡한 음악을 듣게 되면 음악을 내가 만들었다는 것을 어렴풋이라도 느낄 있을까?

 

죽음은 죽음대로 숭고한 것이고, 하늘 나라의 소망으로 감사하고 기쁘게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그래도 늙는다는 , 그리고 죽음에 가까워져 간다는 것은 어쨌든 참으로 슬픈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장수 시대에 찾아온 치매라는 질병도 너무나 무섭고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살아온 기억들을 잃은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조금 일찍 세상을 떠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알아보고 아름다운 추억들을 기억할 있을 세상을 떠나는 , 그래서 행복한 인생을 살았구나하는 것을 느끼면서 눈을 감는 것이 오히려 나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 보면 짧은 인생이고 순간 소중한 시간들인데, 이렇게 의식이 또렷하고 기억이 멀쩡한 상태로 지낼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은데, 과연 지금 우리는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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