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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7 20:29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
조회 수 3870 추천 수 0 댓글 0
지난 8월 공연 차 방문했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우연히 만난 소중한 인연이 있다.
공연이 일요일 저녁이어서 낮에 더블린 한인교회를 방문했는데, 마침 이날 예배는 더블린
한인교회에 출석하는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주인공은 한국에서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겪는 것처럼 그녀의 사연들 중 같은 반 친구들을 생일잔치에 초대했는데 아무도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너무나 마음이 아프면서
또 우리 사회를,
그리고 나 자신을 반성하게 했다. 어쩌면 나 또한 어렸을 적에 우리들과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그 누군가에게 그런 상처를 주었을 것이기에.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세상과 당당히 맞서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일반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여기셨고, 그녀가 자신의 장애를 최대한 극복하고 꿈을 향해 전진할
수 있도록 교육하셨다. 청각장애는 어쩔 수 없이 언어장애를 동반하게 되는데, 더블린에서의 그 짧은 만남 이후 마침 런던을 방문한 그녀를 다시 만나 함께 식사를 하면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 부정적인 자세로 삶을 살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녀는 그 누구보다
긍정적이었고 에너지가 넘쳤으며 꿈을 꾸고 있었다.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로서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는 게 과연 어떤 것일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아서 조심스레
그녀에게 물었더니 TV 볼륨을 완전이 줄여놓고 TV를 보는 느낌일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또 그렇게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기에 그만큼 굳이 안 들어도 될 소리, 특히 사람들의 악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들을 안 들어도 되니, 그런 점에서는 또 좋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함으로 인해 찾아오는 고요 속에서 더 많은 생각과
느낌들을 가질 수 있고, 또 그래서 그녀의 글은 너무나 순수하면서도 깊이가 있었다. 특히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순수한 시선은 부럽기까지 했다. 나 역시 글을
쓰고 노랫말을 쓰는 사람으로서 언제부턴가 그렇게 순수한 시선이 조금씩 탁해져간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그녀가 말하는 법을 익히기 전 어린 시절, 그녀의 친구가 그녀를 따라서 수화를 하는 것을 보고는 그
친구의 어머니가 그녀와 놀지 못하게 했다는 사연을 들으면서 어쩌면 진짜 장애를 가진 것은 그녀가 지닌 청각장애보다 우리들이 가진 마음의 장애, 즉 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차갑고 삐뚤어진
시선이야말로 정말 치료가 필요한 장애가 아닐까? 아쉽게도 우리 한국 사회는 아직 그렇게 ‘나와 다른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도, 사람들의 공감대도 형성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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