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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2 03:21
8년 전 이맘때 시작된 이야기
조회 수 1955 추천 수 0 댓글 0
런던에서 유학생으로 언론 석사 과정을 공부하던 중 학교 공부만으로는 별로 남을 게 없을 것 같았고, 어떻게든 실무
경험을 병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외국 언론사나 미디어 회사에서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관련 일자리를 검색해보고 이력서를 보내보면서 영어도 완벽하지 않고 별 경력도 없는 비
유럽인 유학생이 런던에서 언론이나 미디어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언론이나 미디어 분야는 그야말로 ‘좋아서’ 이
일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넘쳐나다 보니 제대로 경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무급으로 일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영어를 더 열심히 연마하고 그 어려운 관문을 뚫고서 어떻게든 외국 언론사나 미디어 회사 취업에 도전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여러 현실적인
여건들 상 그것은 나에게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 말로 글을 쓰는 것은 조금이나마 자신이 있었으니, 그렇다면 영국 내 한인 언론사에서 일자리를
구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해서 유로저널에 ‘서른
즈음에’라는 개인 칼럼과 지금은 쓰지 않고 있는 ‘시네마 천국’이라는 영화 칼럼을 처음 쓰기 시작한 게 바로 8년 전, 즉 2007년 1월이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참 힘들었던 유학생 시절, 그래도 이렇게 내가 쓴 글로 몇 푼의 돈이라도 벌게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즐겁고 감사했던지... 처음 내 글이 실린 신문을 펼쳐보고는 무척 신기했고, 한 동안 신문을 꾸준히 모아두기도 했다. 8년 전 그렇게 ‘서른 즈음에’를 쓰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8년 동안이나 지속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보다도
유학생 시절에는 당장 학업을 마치고 나면, 학생비자가 종료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어떻게 펼쳐질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고, 그 막막한 앞날에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는데, 더 솔직히는 두려움이 훨씬 컸던 것 같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유학을 마친 뒤에는 결국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는 것처럼 나 또한 그렇게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갔더라면
‘서른 즈음에’는 채 1년도 못 되어 종료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학 후 나는 기적적으로 런던에서 취업을 하게 되고, ‘서른 즈음에’를 계속 쓰게 되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가 지나가고, 어느덧 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렸다. 그 사이에 나는 8년 차 헤드헌터라는 커리어도 갖게 되었고, 취업비자로
지낸 기간을 통해 영국 영주권도 받았으며, 가야금과 기타 듀오로 유럽국가들을 다니며 연주를 하는 뮤지션이
되었고, 최근에는 이런 나의 이력을 통해 한국 정부가 주관하는 청년 해외취업 장려사업에서 멘토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이렇게 ‘서른 즈음에’를 쓰고 있다. 작년 이맘 때 쓴 글에서도 언급했듯 사실 이제는 타이틀을 ‘서른 즈음에’에서 ‘마흔 즈음에’로 바꿔야 하는데, 그냥 계속 ‘서른 즈음에’로 놔두기로 했다,
그 시절의 마음을 잃지 않고 글을 쓰기 위해. 내가 유학생 시절부터 ‘서른 즈음에’를 읽어주신 분들은 나의 지난
과정들을 어느 정도 알고 계시겠지만, 비교적 최근에 영국에 와서 ‘서른
즈음에’를 접하신 분들은 나를 영국에서 오래 산 교민으로 착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지난 날의 나처럼 부푼 꿈을 안고 이제 막 영국에 와서 첫 발을 내디딘 젊은이들은 ‘서른 즈음에’를 읽고서 영국에서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나를 부러워할 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날의 나 또한 영국에 막 왔을 때 이미 영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던 이들을 부러워했던 것처럼. 그러나, 8년 전의 ‘서른 즈음에’로 거슬러 올라가면 (유로저널 웹사이트 eknews.net을 방문하면 지난 8년 간의 ‘서른 즈음에’를 다 읽어볼 수 있다) 나 역시 지금 막 영국을 찾아온 그들처럼 한 치 앞도 알 수 없던
그 시절을 지나왔다. 정말 뭐 하나 내세울 것 없이 별 볼일 없는 나 같은 사람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 지금 막 영국을 찾아온 젊은이들은
나보다 훨씬 더 멋진 성과들을 많이 거둘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나 또한 아직 어떤 완성된 단계가 아니다. 더 솔직히는
아직도 이룬 게 별로 없다.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고, 그래서 여전히
모든 것들이 진행형이다. 지난 날 취업만 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던 순간이 있었고, 영주권만 받으면
더 이상 고민이 없을 것 같았던 순간이 있었지만, 나는 지금도 여전히 바라는 게 있고 또 지금도 여전히 고민하는
것들이 있다. 인생이란 그렇게 뭐 하나가 원하는 대로 된다고 끝이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뭐 하나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끝인 것도 아니다. 8년 전 시작된 이야기, 그리고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
‘서른 즈음에’를 그렇게 이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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