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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2 21:09
다보스 그리고 마터호른
조회 수 2141 추천 수 0 댓글 0
지난 주말 스위스를 다녀왔다.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개최되어 ‘다보스포럼’으로 더 유명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기간 중 ‘한국의 밤(Korea Night)’ 행사에서 연주를 하게 되어 난생 처음 방문해본 스위스는 참 많은 생각과 느낌을 남겨주었다. 따스한 휴양지보다는 눈 내린 겨울 왕국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스위스는 꼭 가보고 싶은 유럽국 중 한 곳이었다. 지난 연말 한국을
방문했음에도 제대로 된 눈 구경을 못했던 차, 이번 다보스포럼 공연이 성사되었을 때 눈 내리는 겨울의 스위스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원래 다보스는 스키 매니아들이 즐겨찾는 휴양지인데, 다보스포럼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정재계 인사들과
언론인들로 인해 엄청나게 북적인다. 당연히 호텔 숙박료도 치솟고, 어지간한
음식점들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 다보스포럼 기간 중 열리는 ‘한국의 밤’ 행사는 한국측 참가자들 및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는 자리로, 작년 ‘한국의 밤’
행사에서는 이날 오후 행사장에 미리 도착하여 다보스 시내를 둘러보았다. 비록 나는 다보스포럼 정식 게스트도 아니었지만,
다보스 시내 곳곳을 걸으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행사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다보스의 거리를 걷다가 재미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국가들의 국기를 머플러로
두르고 있는 눈사람 행렬이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참 재미있고 기발했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경제포럼의 분위기를 눈사람이라는 동심의 상징으로 부드럽게 누그러뜨렸다. 수 많은 눈사람들 중 한국 눈사람을 찾았다. 다보스에서 만난 태극기는 까닭모를 뭉클함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고, 이렇게 뮤지션으로서 이 자리에 왔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연주를 잘 마치고서 이제 스위스에서 남은 시간 동안 여행을 해야 했는데,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스위스는 가볼 곳이 많으니 어디를 구경해야 할 지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선정한 곳은 바로 마터호른산이 있는 체르마트. ‘꽃보다 할배’ 첫 여행 때 등장해서 한국인들에게 유명해진 바로 그 곳이었다. 구름이 많이 끼거나 날씨가 흐리면 마터호른 봉오리가 잘 안 보인다고 해서 부디 날씨가 화창하기를 바랬는데, 스위스 일기예보를
보니 오전에는 흐렸다가 다행히 오후에는 맑아져서 마터호른 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취리히에서 남쪽으로 3시간 반 가량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체르마트는 전기 자동차 외에 일반 자동차는
진입할 수 없는 청정마을로, 일 년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도시면서, 겨울철에는 스키 매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체르마트 기차역에서 내리니 벌써 공기부터 다르다. 체르마트 자체가 이미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데,
여기서 또 다시 산악열차를 타고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전망대로 올라가 마터호른산을
감상했다. 창 밖으로는 마터호른산이 멋진 자태를 뽐내고, 설경으로 뒤덮인 가파른 산골짜기를 기차를 타고 올라가는데 마치 어느 동화 속에 들어와있는 착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멋지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많이 감상했지만 이렇게 눈 쌓인 설경과 설산은 처음이었고, 그 감동은 도무지
말로도, 글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저 드넓고 웅장한 자연 앞에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새하얀 설경 앞에서, 우리들 마음을 무겁게 하는,
어둡게 하는 그것들이 조금이나마 녹아 내렸으리라. 다른 곳도 그렇지만 이 마터호른산이야말로 나중에 꼭 부모님과 함께 다시 찾아오리라 다짐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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