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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스위스를 다녀왔다.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개최되어 다보스포럼으로 더 유명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기간 중 한국의 밤(Korea Night)’ 행사에서 연주를 하게 되어 난생 처음 방문해본 스위스는 참 많은 생각과 느낌을 남겨주었다.

 

따스한 휴양지보다는 눈 내린 겨울 왕국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스위스는 꼭 가보고 싶은 유럽국 중 한 곳이었다. 지난 연말 한국을 방문했음에도 제대로 된 눈 구경을 못했던 차, 이번 다보스포럼 공연이 성사되었을 때 눈 내리는 겨울의 스위스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원래 다보스는 스키 매니아들이 즐겨찾는 휴양지인데, 다보스포럼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정재계 인사들과 언론인들로 인해 엄청나게 북적인다. 당연히 호텔 숙박료도 치솟고, 어지간한 음식점들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

 

다보스포럼 기간 중 열리는 한국의 밤행사는 한국측 참가자들 및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는 자리로, 작년 한국의 밤행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수 싸이를 대동하고 참석하기도 했으며, 올해 행사에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참석하여 기조연설을 했다.

 

이날 오후 행사장에 미리 도착하여 다보스 시내를 둘러보았다. 비록 나는 다보스포럼 정식 게스트도 아니었지만, 다보스 시내 곳곳을 걸으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행사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다보스의 거리를 걷다가 재미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국가들의 국기를 머플러로 두르고 있는 눈사람 행렬이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참 재미있고 기발했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경제포럼의 분위기를 눈사람이라는 동심의 상징으로 부드럽게 누그러뜨렸다.

 

수 많은 눈사람들 중 한국 눈사람을 찾았다. 다보스에서 만난 태극기는 까닭모를 뭉클함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고, 이렇게 뮤지션으로서 이 자리에 왔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30.jpg

 

연주를 잘 마치고서 이제 스위스에서 남은 시간 동안 여행을 해야 했는데,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스위스는 가볼 곳이 많으니 어디를 구경해야 할 지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선정한 곳은 바로 마터호른산이 있는 체르마트. ‘꽃보다 할배첫 여행 때 등장해서 한국인들에게 유명해진 바로 그 곳이었다.

 

구름이 많이 끼거나 날씨가 흐리면 마터호른 봉오리가 잘 안 보인다고 해서 부디 날씨가 화창하기를 바랬는데, 스위스 일기예보를 보니 오전에는 흐렸다가 다행히 오후에는 맑아져서 마터호른 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취리히에서 남쪽으로 3시간 반 가량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체르마트는 전기 자동차 외에 일반 자동차는 진입할 수 없는 청정마을로, 일 년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도시면서, 겨울철에는 스키 매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체르마트 기차역에서 내리니 벌써 공기부터 다르다. 체르마트 자체가 이미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데, 여기서 또 다시 산악열차를 타고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전망대로 올라가 마터호른산을 감상했다.

 

창 밖으로는 마터호른산이 멋진 자태를 뽐내고, 설경으로 뒤덮인 가파른 산골짜기를 기차를 타고 올라가는데 마치 어느 동화 속에 들어와있는 착각이 들었다.

 

31.JPG  

 

지금까지 멋지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많이 감상했지만 이렇게 눈 쌓인 설경과 설산은 처음이었고, 그 감동은 도무지 말로도, 글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저 드넓고 웅장한 자연 앞에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새하얀 설경 앞에서, 우리들 마음을 무겁게 하는, 어둡게 하는 그것들이 조금이나마 녹아 내렸으리라.

 

다른 곳도 그렇지만 이 마터호른산이야말로 나중에 꼭 부모님과 함께 다시 찾아오리라 다짐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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