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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1 09:36
얼었던 가슴을 녹이는 계절
조회 수 2568 추천 수 0 댓글 0
2015년 새해가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이 찾아왔습니다.
여전히 싸늘한 추위는 가시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괜히 3월은 어딘가 봄이 온 듯한
느낌이 물씬 풍겨옵니다. 그저 하루 하루 흘러가는 시간일 뿐인데, 고작 2월
28일에서 3월 1일로 달력 한 장 넘어갔을
뿐인데, 무엇 때문에 3월은 이토록 ‘봄’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하는 것인지... 한국에서의 3월은 항상 새로운 출발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마도 한국에서의 16년 간의 학창시절 동안 입학식과 개학식이 늘 3월이었기 때문이었던 듯 합니다. 여전히 쌀쌀한 날씨 속에서 새로운 학교, 새로운 학급,
새로운 학기를 시작했던 3월의 기억들... 무슨 기구한 운명인지 저는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동창이 한 명도 없는 중학교로 입학했고, 또 마찬가지로
같은 중학교를 졸업한 동창이 한 명도 없는 고등학교로 입학했습니다. 안 그래도 내성적이고 사교성이 부족했던
저로서는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3월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내성적이고 사교성이 부족했던 제가 사람을 상대하는 게 직업인 헤드헌터가 되었다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부끄럼을 너무 많이 타서 부모님 친구분들의 가족 모임에서 다른 집 자녀들은 모두 노래 한 곡씩 했는데, 저 혼자서만
끝끝내 노래를 못하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부모님이 속상해 하시면서 강제로 저를 웅변학원에 보내기도 하셨는데, 그랬던 제가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며 무대에 서는 뮤지션이 된 것도 정말 아이러니 합니다. 그러고 보면 어쩌면 우리는 어릴 적의 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앞날을 함부로 예측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세상 그 무엇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게 바로 우리 인간이니까요. 심지어 20대의 성인이 되어서도 그 사람의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꿈을 꾸고, 어떤 각오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게 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지 감히 그 누가 함부로 예측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이렇게 누군가의 앞날을 함부로 예측하는 못된 버릇을 바로 제가 갖고 있는 듯 해서 날마다 반성하며 지냅니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이 사람은 이렇게 될 것 같은데’라는 건방진 판단을 문득 문득
하고 있더군요.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보기 보다는 헤드헌터랍시고 그 동안 쌓여온 어줍잖은 지식과 경험에 근거한 보편적인 사례들을
기준으로 자꾸 저도 모르게 그 사람의 무한한 가능성을 함부로 제한하게 되는 것 같아서 속이 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또 그렇다고 “다 잘 될 겁니다, 무조건 해보세요.”라고 얘기하자니 그 분이 부딪히게 될 현실의 벽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는지라
근거 없는 긍정의 힘만 불어넣기가 참 어렵네요. 헤드헌터로서 실적을 올리는 것에 우선 순위로 두고 사람을 상대하고 함부로 판단하기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그리고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상대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해봅니다. 한편, 헤드헌터로서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겉으로는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지만 정작 속으로는
공허한 정적이 흐를 때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적인 관계가 아니라 공적인 관계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더구나 저마다의 목적(?)이 있는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가슴이 얼어붙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고, 그럴 때면 참 지치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꼬마였을 때는 누구와도 쉽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될 수 있었는데, 비록 그것을
자각하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늘 마음이 따뜻한 상태였던 것 같은데, 왜 어른이 되고 나서는 이렇게 마음이
쉽게 차가워지고 메마르게 되는 것일까요? 내 기분을 조금 상하게 했다고, 나와 조금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졌다고, 나의 몫을 조금 나눠 갖는 경쟁 상대라고, 이 외에도 우리는 셀 수 없는 수 많은 이유들로
그 누군가를 향해 마음이 얼어붙곤 합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먹고 살기만도 결코 만만치 않은 시대에 극도의
경쟁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가슴의 온기가 도무지 남아나질 않습니다. 찬 바람에 옷깃을 꼭꼭 여미는 겨울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마치 가슴 속까지 찬 바람이 들어온 듯 마음까지 꼭꼭 여미면서
가슴의 온기를 잊고 지내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행히 그렇게 얼었던 가슴을 녹이고 따스함을
채워 넣을 수 있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누군가에게 선한 눈길 한 번 더 줄 수 있는, 따스한 말 한 마디 한 번 더 건넬 수 있는,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그런 봄날의 온기가 우리 모두에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봄이 찾아와도 세상은 여전히 만만치 않고, 고단한 일상은 변함이 없으며, 내 기분을 상하게 하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들도 여전히 일어날 것입니다. 저마다의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서 때로는 상처를 받고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 마음이 열릴 때보다는 닫힐 때가 더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봄을 핑계 삼아서라도 우리들의 얼었던 가슴을 녹여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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