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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3 16:18
청년들의 해외취업은 정치가 아닙니다
조회 수 1970 추천 수 0 댓글 0
‘서른 즈음에’를 통해 몇 차례 밝혔듯 나는 한국 정부가 진행하는 청년들의 해외취업 지원 프로젝트인 K-Move의 멘토로 선정되어 활동하고 있다. 내가 어떤 대단한 업적을 이룬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토종 한국인으로서 영국에서 취업하였고, 무엇보다 헤드헌터라는 한국인으로서는 독특한 직업을 갖다 보니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나름대로 시간을 할애하여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해외취업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의 취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인구 자체가 부족하거나 유능한 인재가 부족한 국가가 아닌 이상, 요즘처럼 전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 어지간한 국가라면 자국민들 중에서도 실업자가 속출하고, 누구나 선호하는 인기 국가일 경우에는 전 세계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오기 때문에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 한국인들 중에는 그렇게 전 세계 인재들과 경쟁하여 당당히 해외취업에 성공한 이들도 적지 않다. 당장 내가 있는 런던만 해도 정말 어쩌면 저렇게 훌륭할 수 있을까 싶은 한국인 인재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게 유능한 인재들은 국가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스스로의 능력으로 해외취업에 얼마든지 성공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그렇게 유능한 인재가 되지 않은 단계인, 즉 한국에서 아무런 경력을 쌓지 못한 대졸신입 구직자들이나 취업 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이다. 정부가 나서서 청년들의 실업난을 해소하고 이들의 해외취업을 돕고자 하는데, 솔직히 현실적인 상황은 해외취업이 이들 취준생들이 이룰 수 있는 성과가 아니라는 점이 너무나 안타깝고 고민이 된다. 열 명이 넘는 나의 멘티들 중 한국에서 어느 정도 직장 경력을 갖춘 멘티는 단 한 명이었고, 나는 이 친구에게 이런 저런 조언도 건네고 면접 요령 등을 나름 열심히 코치해서 이 친구는 해외취업에 성공하여 곧 출국한다. 멘토로서 너무나 보람되고 기쁜 성과인데, 문제는 이렇게 어느 정도의 경력을 갖추고 해외취업에 도전할 준비가 된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지원자들은 한국에서조차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이들은 먼저 한국에서 경쟁력, 즉 탄탄한 외국어 실력과 자신만의 전문 경력을 어느 정도 갖춘 뒤에 해외취업에 도전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눈 앞의 청년실업률이 부담스러우니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해외취업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려는 것 같아서 우려가 된다. 게다가 관료사회의 특성 상 이 일도 수치나 실적 위주로 일을 처리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한 젊은이의 인생이 걸려 있는 일인데, 단순히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취업이 무분별하게 권장되어서는 안 된다. 당장 나한테 연락 오는 한국 청년들을 보면 한국에서 취업이 어려우니 해외취업이나 알아보자는 식의 잘못된 발상으로 해외취업에 접근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내가 보기에는 해외취업은커녕 해외에서 맥도날드 알바를 할 수준도 되지 않는 (이들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해외에 나올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 이들이 해외취업을 너무 쉽게 여긴다. 얼마 전 한국의 주요 일간지에서 나에게 인터뷰 요청이 왔었다. 어떤 취지와 방향의 인터뷰인지 기자와 얘기는 나누다 보니 한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다 해외로 눈을 돌려 성공한 사례를 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례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다 그 경력을 바탕으로 해외로 이직하거나 유학,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해외경험을 하다가 현지에서 취업할 수는 있어도, 한국에서 아무런 경력도 없는 취준생이 한국 취업도 성공 못하다가 해외에서 더 쉽게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는 그야말로 로또와 같은 것이다. 더욱이 최근 대통령이 우리 청년들의 중동 진출을 적극 권장하고 나선 만큼, 관련 부처나 기관에서는 어떻게든 우리 청년들의 중동 취업을 실적으로 내놓아야 할 판이다. 그런데, 중동 지역에서 외국인 인력을 필요로 한다면 둘 중 하나다, 정말 우수한 기술이나 경력을 보유한 고급 인재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 아니면 현지인들도 원하지 않는 수준 낮은 일자리. 한국에서조차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우리 취준생들이 고급 인재는 아님은 분명한데, 그렇다면 과연 그들이 중동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떤 일일까? 호텔, 휴양지 등의 서비스업이나 항공 승무원 정도는 도전해볼 수 있겠지만, 결국 그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는 무척 어렵지 않을까? 또, 솔직히 중동이라는 지역에서 지내고 싶어하는 우리 청년들이 얼마나 될 지도 의문이다. 예전에 정부 관계자들과 기업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왜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냐는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지만 나는 거기 나온 높으신 분들께 되묻고 싶었다, 그러는 당신 자녀는 왜 중소기업에 보내지 않았냐고. 이번에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친인척 자녀들과 정치권 자녀들부터 먼저 중동 취업에 나서는 것이다. 사회 지도층이 이렇게 솔선수범하여 나선다면 그것을 보고 우리나라 취준생들도 적극 중동 취업에 동참하지 않을까?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청년들의 해외취업이 결코 정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감히 당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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