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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5 09:02
영화음악가 열전 (5) 대니 엘프만
조회 수 2705 추천 수 0 댓글 0
오늘 소개하는 대니 엘프만은 지난번 시간에 소개한 적이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단짝, 존 윌리암스와 여러모로 비교되는 인물이다. 언제나 그렇듯 영화 음악가의 이름까지 암기할 리 없는 보통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대니 엘프만이 음악을 담당했던 영화 몇 편의 제목을 언급하자면, ‘배트맨’,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그리고 ‘스파이더맨’. 존 윌리암스가 스필버그로 대변되는 꿈과 동심으로 가득한 밝은 SF, 판타지물의 음악을 전문적으로 담당한 데 반해 대니 엘프만은 다소 어둡고 기괴한 SF, 판타지물, 특히 만화와 많은 연관이 있는 작품들의 음악을 담당해 온, 음악으로 치자면 마이너/단조의 느낌을 지닌 영화음악가라 할 수 있겠다. 대니 엘프만 역시 이제껏 소개한 영화 음악가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단짝 영화 감독이 있으니, 바로 ‘이 시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를 찾아서’ 편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팀 버튼 감독이다. 1955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난 대니 엘프만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특별히 정규 음악교육과정을 이수했다거나, 눈에 띄는 뮤지션으로서의 활동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는 젊은 시절 아프리카를 비롯 다양한 지역을 홀로 여행하면서 보낸, 타인과의 접촉을 거의 갖지 않은 아웃사이더로서의 시간에 자신의 음악적 영감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형 리차드 엘프만의 영화 작업을 돕기 위해 음악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대니 엘프만은 영화음악 분야에서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한 채, Oingo Boingo라는 기괴한 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밴드를 결성, 소수 매니아의 호응을 얻던 차, 바로 이 기괴한 밴드의 열광적인 팬 가운데 한 명이 훗날 거장 영화감독으로 탄생할 팀 버튼이었다. 그리고, 1985년 드디어 팀 버튼의 장편영화 데뷔작인 ‘피위의 대모험’을 통해 두 사람의 작품이 탄생된다. 팀 버튼 특유의 재치와 상상력이 첫 선을 보인 ‘피위의 대모험’이 예상 외의 성공을 거둔 뒤, 1988년 제작된 ‘비틀쥬스’ 또한 비평적, 상업적 성공을 거두면서 어둡지만 우울하지 않은 판타지의 독특한 감성을 인정받은 팀 버튼과 대니 엘프만 콤비는 그들의 명성을 전세계적으로 드높일 작품을 만들 행운을 거머쥐었으니, 바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배트맨’ 이었다. ‘수퍼맨’으로 대변되는 웅장하고 밝은 만화 영웅의 테마음악과는 달리 스산하고 묘한 슬픔의 정서가 스며들어 있는 대니 엘프만의 음악은 팀 버튼이 창조해낸 어둡고 기괴한 고담시의 그로테스크한 매력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전 세계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1990년에는 팀 버튼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동화, ‘가위손’을 통해 다시 한 번 성공을 거둠과 동시에 비록 상업적인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무엇보다 샘 레이미 감독과의 만남을 갖게 된 ‘다크맨’의 음악을 담당했고, 이 인연은 2000년대 들어서 샘 레이미가 연출한 ‘스파이더맨’의 음악을 담당하기에 이른다. 이 후로도 팀 버튼 감독과는 ‘크리스마스의 악몽’, ‘슬리피 할로우’같은 작품들을 통해 꾸준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팀 버튼과의 작업 이외에도 그가 참여한 몇 작품은 그의 또 다른 작품세계를 보인다는 사실. 그에게 유일한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안겨준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뮤지컬 ‘시카고’, 물론 일반적으로 밝고 명랑한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달리 ‘시카고’는 다소 어둡고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가득한 작품. 이 외에도 ‘굿 윌 헌팅’과 같은 잔잔한 휴먼 드라마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으며,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던 ‘맨 인 블랙’, 그리고 미국의 인기 TV드라마 ‘위기의 주부들’(비록 판타지물은 아니지만 평범한 마을에 발생하는 기괴한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대니 엘프만의 작품세계와 어딘가 일치점이 있는 듯)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다. 대니 엘프만은 다른 영화음악가들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어두움, 슬픔, 동심과 같은 코드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감성을 타고남과 동시에 팀 버튼이나 샘 레이미 같은, 자신과 영화적 코드가 일치하는 명감독들을 만난 행운아이기도 한 것 같다. 다음 시간을 마지막으로 영화음악가 열전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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