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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레더블 헐크’가 개봉되었다. 헐크, 요즘 어린 세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캐릭터겠지만 지난 세대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캐릭터일 것이다.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우리 나라에서도 TV 시리즈가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으며, 미국 프로레슬링 WWF의 역대 최고 스타인 헐크 호건도 이 헐크를 모티브로 했으며, 평소 온순하다가 성격이 불같이 변하는 사람을 가리켜 헐크라고 부를 만큼 헐크는 널리 알려진 캐릭터였다.

원래 헐크는 ‘스파이더맨’으로 유명한 미국의 마블 코믹스의 만화를 통해 1962년에 창조된 캐릭터였다. 작가 스탠 리와 일러스트레이터 잭 커비가 공동으로 창조한 것이지만, 사실 헐크의 모티브는 19세기 말에 발표되었던 로버트 스티븐슨의 유명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진정한 모티브가 아닐까 싶다.

감마선에 과다 노출된 뒤 괴력을 지닌 헐크로 변신하는 과학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헐크는 이중생활(?) 전문 군단인 ‘수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의 인기 캐릭터들과 유사한 듯 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캐릭터이다. 앞에서 언급한 캐릭터들이 지구 평화와 공익(?)을 위해 변신하고, 활약한다는 점과는 달리, 헐크는 일반인들에게 공포감마저 자아내게 하는, 괴물에 가까운 존재이다. 물론, 헐크도 선한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하는 일 없이, 주로 악당들 내지는 자신을 분노하게 만든 이들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만, 어쨌든 선한 캐릭터이면서도 ~맨들과는 다른 개성을 지녔으며, 무엇보다 주인공인 브루스 박사는 헐크로 변하는 게 싫은지 치료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만화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헐크는 CBS사의 텔레비전 시리즈로 제작되어 1977년부터 1982년까지 장기 상영 하며 성공을 하였다. 시청자들은 비록 요즘의 특수효과에 비하면 조잡하지만, 당시로서는 정말 실감났던 헐크의 변신을 화면에서 본다는 사실에 환호하였고, 시리즈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브루스 박사 역으로는 지적이고 젠틀한 이미지의 빌 빅스비가, 헐크 역으로는 보디빌더 루 페리노가 출연하였다. 당시 헐크는 근육질의 거인 루 페리노 그 자체(?)에 녹색 칠을 한, 단순한 헐크였지만 사실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았던 헐크였음에는 틀림없다. 이후 루 페리노는 최근 두 편의 헐크 영화에서 카메오로 출연하여 올드팬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했으나, 빌 빅스비는 안타깝게도 오래 전에 암으로 사망한 바 있다.

TV시리즈의 종영 이후,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던 ‘수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과는 달리 헐크의 영화화는 한참 뒤인 2003년에서야 시도되었다. ‘The Hulk’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21세기 헐크의 감독으로는 ‘와호장룡’으로 헐리우드에서 진가를 인정받은 이안 감독이 선정되었으나, 사실 필자 개인적으로 이는 적절치 못한 매치였다는 의견이다. 물론, 이안 감독은 훌륭한 감독임에는 틀림 없으나 그의 연출작인 ‘음식남녀’, ‘브로크백 마운틴’ ‘색,계’등을 살펴보면, 헐크와는 무언가 매치가 잘 되지 않는 연출세계를 지녔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와호장룡’에 반한 헐리우드가 이안 감독을 선택했지만, 사실 ‘와호장룡’과 헐크는 너무도 다른 영화지 않는가? 게다가 지나치게 CG맛(?)을 낸 헐크 캐릭터는 너무도 부자연스러웠으며, 루 페리노의 헐크를 추억하는 이들을 실망시켰다. 결국 헐크는 비평, 흥행 양면에서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성과를 거두었고, 다음 시리즈의 제작에 대한 소식이 한 동안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2008년 원작인 ‘인크레더블 헐크(Incredible Hulk)’라는 제목으로 다시 헐크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번 헐크는 지난 2003년 헐크의 실패를 유념한 듯 제작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미 ‘피라이멀 피어’와 ‘파이트 클럽’에서 훌륭한 다중인격 연기를 선보였던 에드워드 노튼을 주인공 브루스 박사 역으로 내세웠으며, ‘반지의 제왕’의 리브 타일러를 비롯, 팀 로스, 윌리엄 허트 같은 탄탄한 배우들을 내세웠다. 무엇보다 헐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와는 다소 거리가 먼 연출세계를 지닌 이안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던 2003년 헐크의 실패를 유념한 듯, 신인이지만 ‘더 독’, ‘트랜스포터-엑스트림’을 통해 액션 오락물의 능력을 인정받은 프랑스 출신의 루이스 리테리어에게 연출을 맡겼다.

아직 직접 관람하지 못해 구체적인 평을 할 수는 없지만,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상당한 규모의 화려한 액션 신으로 무장한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한다. 헐크 캐릭터도 지난 2003년도의 부자연스러움을 벗고, 보다 원작 만화의 캐릭터에 가까운, 실감나는 캐릭터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2008년 새롭게 찾아온 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를 직접 확인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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