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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볼 수 없는 이들의 삶에서는 그렇지 않은 평범한 이들의 삶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들은 평범한 이들이 지니지 않은 다른 고도의 감각을 지녔으며, 그에 따른 감정을 지녔다. 오늘은 앞을 볼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소개하려 한다.


어두워질 때까지(Wait until dark, 1967)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만큼 위험한 상황에 더 노출될 수 있고, 또 그에 따른 공포감도 더 클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앞이 보이지 않는 이들이 등장하는 영화들 가운데는 유난히 공포, 스릴러물이 많다. 테렌스 영 감독의 1967년 작 ‘어두워질 때까지’가 바로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는 여주인공 수지, 그녀가 직면하게 되는 위기 상황과 앞을 볼 수 없기에 너욱 고조되는 긴장과 공포가 영화 전반에 드리워져 있다. 수지 역은 설명이 필요 없는 클래식 배우 오드리 헵번이 열연했다. 앞을 볼 수 없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릴러물의 효시격인 작품으로, 비록 오래된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잘 만들어진 수작.


제니퍼 연쇄살인 사건(Jennifer Eight, 1992)

‘킬 빌’의 금발 미녀 우마 서먼이 앞을 볼 수 없는 주인공 헬레나로 분했으며, 쿠바 출신 매력남 앤디 가르시아가 형사로 등장, 시각 장애인 여성들을 상대로 한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주제 자체가 시각 장애인 여성에 대한 연쇄살인인 만큼, 이들을 노리는 범인의 접근과, 이에 대한 위협에 놓여 있는 시각 장애인 피해자들의 심리를 긴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어둠 속에서 헬레나가 목욕을 하는 중 이를 노리는 범인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묘한 관음증의 심리도 자극하고 있다. 지금은 상당한 명성을 쌓은 두 배우의 멋진 연기도 놓치지 말 것.


브링크(Blink, 1994)

‘어두워질 때까지’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역시 미녀 배우 메들레인 스토우가 주연했다. 20년 만에 망막 이식 수술로 눈을 뜬 바이올리니스트가 우연히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어 범인의 위협을 받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상당히 잘 만들어진 작품인데 아쉽게도 개봉 당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쯤 되면 이 부류의 영화들은 여성, 그것도 아름다운 여성을 주인공으로 기용하고 있다는 어느 정도의 공식이 확립될 듯 하다.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 1992)

시각 장애인을 연기한 배우들 가운데 아마도 가장 우수한, 또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 작품이 아닐까 싶다. 설명이 필요 없는 명배우 알 파치노가 시각 장애인인 퇴역 장교로 분해 젊은 학생 크리스 오도넬과 짦은 일정을 통해 인생의 참 의미를 교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알 파치노는 특유의 이글거리는 감성과 정교하게 분석된 시각 장애인 연기를 멋지게 선보이고 있으며, 특히 알 파치노가 가브리엘 앤워와 탱고를 추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그 특유의 불타오르는 눈빛에 시각 장애인의 감성을 담아낸 알 파치노의 연기가 오랜 여운으로 남는 작품.


사랑이 머무는 풍경(At First sight, 1999)

시각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로는 드물게 시각 장애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본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다. 시각 장애인 안마사가 평범한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시각 장애인으로서만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감정들, 또 그에 따르는 상처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 그 가운데서 사랑의 역할 등을 잔잔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발 킬머의 시각 장애인 연기도 훌륭하고, 발 킬머와 사랑에 빠지는 역의 미라 소르비노도 설득력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어둠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 2000)

100% 시각 장애인은 아니지만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한 여성, 게다가 너무나 힘든 삶의 환경, 그러나 그 속에서도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음악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간직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마치 뮤지컬과 같은 영상과 음악으로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비극임에도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거장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노련한 연출 감각이 돋보인다. 여주인공인 비요크는 실제로 세계적인 팝 가수, 연기에는 초보나 다름 없지만, 놀라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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