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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5 23:39
그들의 21세기 연출작을 기다리며 (3) 박광수
조회 수 2056 추천 수 0 댓글 0
부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와 공멸해버린 지난 2005년도에 역시 그 중 한 편이었던 ‘눈부신 날에’라는 영화가 있었다. 박신양이라는 스타 연기자와 기똥차게 연기를 잘 한다는 서신애 라는 아역 배우가 출연했건만, 영화는 말 그대로 틀에 박힌 신파를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고,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이 영화의 감독이 다름아닌 오늘 소개하는 박광수 감독, 더구나 단독 연출작으로는 1998년 ‘이재수의 난’ 이후로 무려 7년만에 내놓은 작품이라는 사실이었다. 박광수 감독, 1980년대 혜성같이 등장하여 한국 사회를 치밀한 시선으로 그려내던 그였다. 앞서 소개했던 이장호나 배창호 감독이 소위 대박 흥행 작품들이 몇 편 있었던 까닭에 그나마 그들의 작품이나 이름은 얼핏 익숙한 이들에게도 박광수 감독은 다소 낯설 것이다. 비록 대박 흥행작은 없지만, 수상 경력에서는 앞서 소개한 두 감독을 보다도 훨씬 화려한 박광수 감독, 그는 누구인가? 서울대 미대 출신인 그의 첫 단독 연출작은 다름아닌 1988년 작 ‘칠수와 만수’, 암울함과 부조리로 가득했던 80년대 우리 사회를 예리하면서도 따스하게 그려낸 걸작이면서, 안성기&박중훈 콤비가 처음 탄생한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간판을 그리는 칠수와 만수,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 박광수 감독은 칠수와 만수를 통해 소통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 거짓과 모순으로 가득찬 우리 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으로 박광수 감독은 대종상, 백상 예술대상, 영화평론가 협회상에서 신인 감독상 수상, 1989년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청년 비평가상 3위에 선정되는 등, 말 그대로 화려한 데뷔 신고식을 치루었다. 최인석의 소설 ’새떼’를 영화화한 1990년 작 ‘그들도 우리처럼’은 ‘칠수와 만수’에서 선보인 박광수의 영화 철학을 본격화한 수작. 탄광촌을 배경으로 역시 80년대 우리 사회를 담아내고 있으나, 박광수 감독 자신의 형상과도 같은 주변인의 시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탄광촌의 치밀한 묘사와 인물들간의 갈등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고, 문성근, 심혜진, 박중훈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도 매우 뛰어났다. 이어서 1991년도에 연출한 ‘베를린 리포트’는 당시만 해도 흔치 않은 해외 입양아를 주제로 해외 로케를 통해 뛰어난 영상을 선보였지만, 영화는 흥미로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다소 주제가 불분명한, 즉 애매한 느낌으로 남게 되었다. 앞서 너무 뛰어난 두 작품을 연달아 내놓았던 탓인지 본 작품은 기대에는 많이 못미쳤다는 평을 들었다. 1993년 작인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몇 년 전 개봉했던 ‘웰컴 두 동막골’처럼 어느 외딴 섬, 모두가 순수하고 순진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 섬이 6.25 전쟁과 함께 이념으로 인한 갈등과 분열을 겪게 되는 모습을 통해, 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조명하고 있다. 이후 1995년에 연출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다소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사회적인 주제에 힘입어 흥행에서도 비교적 성공한 작품. 근로 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22세라는 젊은 나이에 분신 자살한 전태일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홍경인이 주인공 전태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회를 주제로 한 박광수 감독의 영화 세계가 말 그대로 절정에 달한 시기의 작품으로,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광수 감독의 마법(?)은 여기까지 였던 듯. 심은하, 이정재라는 톱스타를 기용한 1998년 작 ‘이재수의 난’은 제주도 민란을 주제로 한 사극, 그리고 당시로서는 막대한 금액이었던 35억이라는 제작비로 화제가 되었지만, 수려한 제주도의 경관을 영상으로 담아냈다는 것 외에는 어느 것 하나도 건질 게 없는 작품이라는 최악의 평을 들었으며, 박광수의 명성에도 큰 흠집을 남겼다. 아마도 21세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8,90년대의 사회 관찰, 비평 전문가(?)였던 박광수 감독으로서는 다소 방향성이나 감각에 이상이 생겼던 것 같다. 분명 우리 영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박광수 감독은 그러나 늘 엘리트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관찰자의 자리를 탈피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지난 20세기보다 더 모순과 부조리가 많은 것 같은데, 박광수 감독이 지난 날 선보였던 예리한 시선과 풍자로 21세기 우리 사회를 조명하는 걸작 한 편을 내놓길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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