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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9 04:46
왕년의 B급 액션스타들을 추억하며 (3)
조회 수 4141 추천 수 0 댓글 0
B급 액션스타 2인방 중 오늘은 스티븐 시걸(Steven Seagal)이다. 화려한 발차기의 반담과는 다른, 상대방을 자빠뜨리고 팔다리를 꺽는 일종의 공수도, 호신술 같은 그의 액션은 한 때 천하무적 이었다. 주로 가라데, 태권도, 쿵후 등을 선보이는 액션 배우들은 종종 있었지만, 시걸의 액션은 그야말로 시걸표 액션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오직 그만이 선보일 수 있는 것이었다. 시걸은 1951년 미국 출생으로, 1960년 생인 반담에 비하면 거의 열 살이나 많은 형님(?)이다. 그는 1971년에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이주하여 어렸을 적부터 동양 무술과 동양 종교, 여하튼 동양적인 것들에 푹 빠졌다고 한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일본에 머물면서 시걸은 일본 이름도 가졌고, 일본에서 무술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후 80년대 중반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시걸은 헐리우드로 가서 배우가 되려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88년에 앤드류 데이비스 감독이 연출한 ‘형사 니코(Above the Law)’라는 영화로 영화 데뷔를 하면서 곧바로 주연을 맡았다. ‘형사 니코’는 당시 극장 개봉 없이 비디오로만 출시된 작품이었으나 시걸에게는 여러모로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우선, 감독인 앤드류 데이비스는 훗날 시걸의 최고작인 ‘언더 씨즈’를 연출하게 되는 인물로, 시걸과 작업한 감독 중 단연 최고의 연출가였다. 또한, ‘형사 니코’는 시걸의 실제 이야기에 살을 붙여 영화화 하면서, 액션스타로서의 가능성을 점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이 무명 시절 이 작품에서 시걸의 아내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점도 재미있다. 데뷔작인 ‘형사 니코’가 나름 좋은 평을 얻으면서 시걸은 1990년 두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비디오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은 ‘복수무정(Hard To Kill)’과 극장 개봉까지 했던 ‘죽음의 표적(Marked For Death)’. 이 작품들로 시걸은 B급 액션스타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다.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맨손으로 적을 물리치는 그의 특유의 액션은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의 주연작들이 비디오 시장에서 대박이 나자 1991년에는 ‘복수무정’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Out For Justice’라는 영화가 ‘복수무정 2’로 둔갑하여 비디오로 출시되어 역시 대박을 기록했다. 영화 데뷔 후 불과 3년 만에 초고속 성장을 한 것이다. 그리고, 1992년 그의 최고작이자 A급 액션스타로 도약하게 해준 ‘언더 씨즈(Under Siege)’가 만들어진다. 미 해군의 특급 전함 미조리호가 마지막 항해에서 테러범들에 의해 장악되고, 시걸은 전직 특수부대원이자 현 요리사로 미조리호에 탑승해 이들과 한 판 승부를 벌인다.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전함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원래 ‘다이하드’ 3편의 아이디어 였으나, ‘언더 씨즈’가 먼저 선수를 쳤다(?)는 얘기도 있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제작비도 제법 투입되어 화려한 폭파씬도 있으면서, 시걸의 매력이 극대화된 작품으로 극장 흥행은 물론, 당시 최고의 액션영화로 돌풍을 일으켰다. 앤드류 데이비스 감독은 다음 해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도망자’로 대박 행진을 이어갔으며, ‘도망자’에도 등장하는 토미 리 존스와 ‘리쎌웨폰’ 1편에서 악역으로 등장했던 게리 부시가 멋진 악역 연기를 받쳐주고 있다. 1994년도에는 ‘스티븐 시걸의 죽음의 땅(On Deadly Ground)’을 통해 직접 감독 도전에도 나서고, 1995년에 제작된 ‘언더 씨즈 2(Under Siege 2 : Dark Territory)’ 역시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나름 좋은 성과를 거둔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A급 액션스타로 자리를 굳히기에는 시걸의 한계가 드러났다. 우선, 1996년 작 ‘파이널 디씨전(Executive Decision)’에서는 출연한 지 몇 분 안되어 비행기에서 추락사하는 황당한 까메오로 출연했다. 당연히 시걸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이후 출연한 작품들은 아쉽게도 다시 그렇고 그런 B급 액션영화들로 이어지면서 서서히 식상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래도, ‘언더 씨즈’의 여파로 이후 몇몇 작품들까지는 극장 개봉을 했지만, 아쉽게도 2000년대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A급 영화에서 멀어지면서 다시 비디오로만 출시되는 영화들에 출연했다.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 나이든 티도 나고, 늘 뻔한 액션과 함께, 훌륭한 연출가도 못만나면서 더이상 그의 작품들은 영화계도, 관객들도 주목하지 않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영화에 출연하여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간간히 기획이나 각본,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예전과 같은 전성기가 다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과연 이들 액션 스타들의 대부분이 맞이하는 초라한 결말(?)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다음 시간에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번 시리즈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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