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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리즈를 통해 한 때 나름 화려한 전성기를 구사했던 B급 액션스타들을 조명한 것은 이들의 말로가 초라하다는 점, 그리고 그 초라한 말로를 예방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사실, 이는 비단 이들 B급 액션스타들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A급 액션스타들 역시 노후(?)에 대한 대비나 대안이 없다면, 비록 전성기 시절 축적한 재산으로 윤택한 생활은 유지할 지언정, 배우로서 초라한 말로는 피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A급 액션스타들의 말로는 어떠한가? 우선 8,90년대 최고의 액션스타인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실베스터 스탤론을 보자. 이 둘은 나름 초라한 말로를 피했다고 볼 수 있다. 아놀드는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액션스타로 누릴 게 없다는 판단 하에 정치권에 입문하여 캘리포니아 주지사라는 상당한 위치에 섰다.

사실, 아놀드는 그야말로 헐리우드 상업성의 초절정체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오직 상품성으로만 소비된 스타였다. 간혹 코미디물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는 철저한 상업용 액션 스타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가 예측되는 시기에 즉시 영화계를 떠나는 지혜(?)를 발휘했다. 물론, 그에게 정치권이라는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쨌든 초라한 말로를 보여주지 않고, 제 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셈이다. 대중들은 그를 지난 날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며 악당들을 무찌르던 액션 영웅으로만 기억할 뿐, 노년에 접어든 그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볼 일이 없었다.

스탤론의 경우, 록키, 람보 시리즈 이후로 하향세를 겪다가 ‘클리프 행어’로 잠시 재기하는가 싶더니 역시 다시 몰락해 갔다. 그러나, 그는 액션스타로서는 운 좋게도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2000년대 들어서 본인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록키와 람보로 노장의 투혼을 발휘했다.

사실, 스탤론은 직접 각본을 쓴 ‘록키’를 통해 데뷔한 것처럼, 액션 스타를 지향하기보다는, 진지한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인물로 평가된다. 스탤론의 영화 ‘코브라’, ‘록키 4’에 출연하여 스탤론과 잠시(?) 결혼했던 여배우 브리짓 닐슨은 훗날 스탤론과의 결혼생활에 대해 그가 너무 지적이고 진지해서 지루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훌륭한 드라마인 ‘록키’를 스탤론이 직접 집필했다는 사실과 연결지어 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얘기다.

어쩌다가 람보 시리즈를 통해 미국을 상징하는 액션 스타가 되었지만, 그는 상업용 액션스타에 만족했던 아놀드와는 달리 늘 진지한 연기 변신을 꿈꾸었던 것으로 회자된다. 몸무게를 불리고 부패한 경찰로 출연해 드라마 연기를 선보였던 ‘캅랜드’ 같은 저예산 영화에 출연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여전히 그를 통해 멋진 액션 스타를 보기만을 원했고, 그의 연기 변신은 결국 실패했다. 어쨌든, 현재도 그는 직접 각본, 감독, 주연한 ‘The Expandables’라는 액션 영화를 찍고 있으니, 각본을 쓰고 연출하는 능력으로 인해 그나마 마냥 초라한 말로를 지내고 있지는 않다.

‘다이하드’로 단박에 A급 액션스타로 떠오른 브루스 윌리스의 경우, 액션스타에 그치지 않고 연기 변신에 성공한 경우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아놀드나 스탤론은 외모부터 근육질로 액션스타의 이미지를 타고났지만, 브루스 윌리스가 스타가 된 것은 평범한 인물처럼 보이는 그가 죽기살기로 악당들과 대치하는, 조금은 다른 액션 영웅상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즉, 그는 액션스타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고, 따라서 관객들은 그가 액션이 아닌 장르의 영화에 출연해도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죽어야 사는 여자’ 같은 코미디, ‘컬러 오브 나이트’ 같은 에로틱 스릴러, ‘식스 센스’ 같은 호러 영화에서 그가 자유자재로 연기 변신을 하면서 나름 성공을 거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브루스는 이렇게 다양한 장르들을 넘어 서면서도, 간간히 액션 영화에도 출연해 흥행을 기록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운 좋은 경우라 할 수 있다.

원래는 이번 시간에 시리즈를 마치려 했는데, 아무래도 다음 시간까지 이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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