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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8 23:08
영화음악가 열전 (4) 에릭 세라
조회 수 1844 추천 수 0 댓글 0
오늘 소개하는 에릭 세라는 이제까지 소개한 세 명의 영화음악가들에 비해 작품 수도 가장 적고, 그다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영화음악가이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개성이 강한 영화음악가임과 동시에 자신만의 영역을 착실히 구축해가고 있는 뛰어난 뮤지션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열혈 영화광이 아닌 이상 영화음악가의 이름까지 알고 있기는 힘든 노릇, 가장 쉬운 방법으로 에릭 세라의 이름은 생소할 지라도 그가 작업한 영화들을 살펴보자면, ‘니키타’, ‘그랑 블루’, 여기까지 언급해도 갸우뚱할 독자들을 위해 ‘레옹’, 그렇다, 그는 바로 전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왔던 ‘레옹’의 음악을 담당했던 영화음악가이며, 그럼에도 ‘레옹’ 외에는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이 없는, 그러나 고국인 프랑스에서는 거의 국보급과 다름없는 최고의 영화음악가로 추앙 받는 그런 인물이다. 이제껏 소개했던 세 명의 영화음악가들이 공통적으로 단짝 파트너인 영화감독을 만나 꾸준한 인연을 이어가며 작업을 하고 있는 일종의 법칙을 에릭 세라 역시 그 누구보다 충실히 따르고 있다. 같은 프랑스 출신으로 역시 프랑스의 국보급 감독인 ‘레옹’의 뤽 베송 감독이 그의 절친한 파트너로, 이제껏 에릭 세라가 작업한 영화들을 보면 타 영화음악가에 비해 그다지 많지 않은 작품(15편)을 작업했음에도 그 중 12편이 뤽 베송 감독이 직접 연출한 작품이거나 적어도 뤽 베송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사실, 뤽 베송 감독 자체가 다작을 하지 않는 감독인데다 ‘레옹’을 통해 헐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입성, 전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지만 아무래도 프랑스 감독 특유의 예술성과 개성이 강한 탓에 여느 상업감독과는 그 궤도를 달리하고 있어 그와 한 배를 타고 있는 에릭 세라 역시 상업적인 프로필이 다소 약한 느낌은 있으나, 매 작품마다 보여지는 특유의 감각과 작품세계는 분명 이 시대 최고의 영화음악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에릭 세라는 1958년 프랑스 파리 출생으로 뤽 베송 감독과는 동갑내기이다.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선물해준 기타의 매력에 사로잡혀 음악의 길로 들어선 에릭 세라는 20세가 될 때까지 다양한 음악활동을 벌이다가 우연한 계기로 당시에는 신출내기 영화인이었던 뤽 베송을 만나게 되고, 그의 음악세계에 매료된 뤽 베송의 제안으로 1983년 뤽 베송의 감독 데뷔작 '마지막 전투'를 통해 영화음악가로 데뷔한다. 이 작품은 당시 이렇다 할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의 인연으로 1985년 다시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서브웨이’를 통해 프랑스 영화계의 격찬을 얻어냄과 동시에 영화음악도 큰 반향을 일으키며 프랑스 내 최고 음반 판매량을 기록, 두 사람을 순식간에 주목 받는 영화인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어서 1988년 작업한 '그랑 블루' 역시 작품성과 흥행 양면에서 엄청난 찬사를 받으며 세자르 영화제 최우수 음악상, 빅토아르 최우수 영화 음악상을 비롯하여 각종 영화제 및 음반상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차지함과 동시에 영화음악 음반은 전세계적으로 27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국내에도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포스터가 인기를 끌면서 그들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1990년에는 여성 킬러의 이야기를 다룬 ‘니키타’가 제작되었는데, 사실 우리나라를 비롯 전세계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한 ‘레옹’의 전신과 같은 작품이 바로 이 ‘니키타’이다. '마지막 전투'에서 시작된 인연으로 역시 뤽 베송의 절친한 파트너인 배우 장 르노가 해결사로 등장함은 물론 의외로 액션에 일가견을 보인 뤽 베송의 스타일이 돋보임에 따라 자연스레 ‘레옹’의 제작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1994년 제작된 ‘레옹’은 그 동안 주로 프랑스를 배경으로 활동하던 뤽 베송 사단이 헐리우드에 입성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이끈 최고의 흥행작이 되었다. 사실, 영화음악 면에서는 에릭 세라의 훌륭한 오리지널 스코어 음악에도 불구하고 엔딩에 삽입된 스팅의 ‘Shape of my heart’가 워낙 인기를 얻은 탓에 에릭 세라가 다소 가려진 탓이 있는 것도 사실. 에릭 세라의 영화음악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다루면서도 마치 소리를 통해 그림을 그리는 듯한 특유의 감수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매 작품마다 주인공의 심리가 호소력 있게 묻어나는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뤽 베송과 함께 계속해서 훌륭한 작품을 지속할 것이기에 그의 영화음악 세계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뤽 베송과 관련되지 않은 작품으로는 1995년 피어스 브로스넌이 제임스 본드로 데뷔한 ‘007 골든아이’와 주윤발이 헐리우드에서 찍은, 아쉽게도 최악의 작품인 ‘방탄승’이 있으며, 1998년에는 자신의 독집 앨범 'RARA'를 선보이며 일반 음악가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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