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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킹콩’ 이야기에 이어서 오늘은 파충류 패밀리(?)에 속하는 ‘고질라’와 ‘쥬라기 공원’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일단, ‘고질라’ 하면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1998년도 미국판 고질라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질라’가 가장 그럴듯한 특수효과를 등에 업고 일반인들에게 소개된 작품이 바로 이 미국판 고질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고질라의 역사는 60년대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즉, 고질라는 일본 괴수영화의 원조격이자 대형 파충류 괴수영화의 세계 최초라 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캐릭터이다. 지금 보면 그저 촌스럽기 짝이 없는 어설픈 특촬물 수준의 초창기 고질라부터 중간에는 ‘고질라vs킹콩’과 같은 황당한 작품도 눈에 띄고, 비교적 최근인 2004년까지도 ‘고질라-마지막 전쟁’이라는 시리즈가 만들어진 것을 보면 일본인들의 여전한 고질라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왜 일본이 그토록 고질라에 애착을 갖고, 고질라 영화가 오랜 세월 동안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았는지에 대한 영화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지진이나 화산 폭발, 해일,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를 워낙 많이 겪은 일본으로서, 고질라와 같은 괴수의 출몰을 통해 이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고질라 중 고질라가 도로를 붕괴시키고 건물을 무너뜨리는 장면 등은 마치 지진으로 인해 파괴된 일본의 현실과 묘한 오버랩 효과를 가져오곤 한다. 비록, 헐리우드의 최첨단 특수효과에 비하면 여전히 어설퍼 보이는 촬영 때문에 태생적(?)으로 고질라의 팬인 일본인이 아니고서는 그닥 일본판 고질라의 매력을 느끼기 어렵지만, 일본판 고질라는 분명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일본의 고질라가 서서히 전 세계에도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고질라 매니아들을 국제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을 즈음, 헐리우드에서도 ‘킹콩’ 외에 관객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괴수영화에 많은 제작자들이 눈독을 들여왔을 것이다. 그러던 중,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쥬라기 공원’이 전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를 기록하면서 괴수 영화 소재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던 헐리우드 제작자들의 표적이 되었음은 당연한 일. 그러나, 까다롭기로 소문난 마이클 크라이튼은 자신의 소설을 오히려 어설프게 영상화 시킬 것을 두려워해 쉽사리 영화화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유니버설 영화사가 히든카드로 내민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 앞에 결국은 영화화가 실현되었다. 스필버그는 이미 ‘죠스’를 통해 비슷한 유형의 연출에 검증된 최고의 SF 영화 감독이었고, 한 동안 헐리우드에서 볼 수 없었던 괴수 영화를 반갑게 맞이한 것은 놀랄 만큼 진보한 최첨단 특수효과 기술이었다. 오랜 동안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공룡을 실제와 같은 모습으로 스크린에서 만난다는 것은 전 세계인들에게 충분한 자극 거리였고, 그렇게 완성되어 1993년 개봉한 ‘쥬라기 공원’은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대히트를 기록했다. 물론 이러한 대성공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소설 지명도와 관객들을 매료시킨 특수 효과, 그리고 무엇보다 스필버그의 천재적인 연출력이 뒷받침된 완벽한 조합이었다. 그리고, 1997년에는 ‘쥬라기 공원’의 속편인 ‘잃어버린 세계’가 역시 스필버그에 의해 다시 한 번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공룡들이 미국의 도시에 상륙한다는 내용이 가미되어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하며, 평균 이상의 흥행실적을 올렸지만 이미 전작을 통해 공룡의 매력을 맛볼만큼 맛본 관객들의 반응은 예전만 못했다. 그러던 차, 일본의 고질라를 영화화하기로 마음먹은 헐리우드는 ‘인디펜던스 데이’로 스케일 큰 오락영화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연출로 1998년 미국판 ‘고질라’를 내놓기에 이른다. ‘쥬라기 공원’의 공룡보다 큰 사이즈의 고질라와 함께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로 고질라의 습격을 받는 뉴욕을 현란하게 그려낸 오락물이었지만, 아쉽게도 에머리히 감독에게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과 같은 검증된 원작도, 스필버그가 지닌 탄탄한 극 진행력도 없었던 나머지 그저 볼거리만 화려하고, 스토리와 진행은 엉성한 아쉬운 작품으로 탄생되었다. 어느 정도의 흥행은 기록했지만 예상을 훨씬 밑도는, 결코 성공작이라 할 수 없는 기록을 남기고 미국판 고질라는 절반의 성공만을 기록한 채 잊혀져 갔다. 이후 2001년 스필버그로서는 더 이상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연출할 능력이 고갈되었는지, ‘쥬만지’의 조 존스톤 감독이 대신 메가폰을 잡고 ‘쥬라기 공원’ 3편을 내놓지만 결과는 영 신통치가 않았다.

‘킹콩’부터 ‘고질라’, ‘쥬라기 공원’을 분석해보면 분명 괴수 영화는 언제나 관객을 끌어들일 요소를 지닌, 즉 시작부터 절반은 흥행이 보장된 안전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볼거리만으로 승부하기엔 2%가 부족한, 그래서 더욱 탄탄한 연출력이 요구되는 장르임에는 틀림없다. 정통 괴수영화로 보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나, 심형래 감독의 정통 괴수영화 ‘디 워’를 통해 안그래도 장르가 편협한 우리 영화에서도 훌륭한 괴수 영화의 출현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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