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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7 20:57
야생을 통한 자아찾기, ‘Into the Wild’
조회 수 1141 추천 수 0 댓글 0
There is a pleasure in the pathless woods. There is a rapture on the lonely shore. There is society, where none intrudes. By the deep sea, and music in its roar I love not man the less, but Nature more. 길 없는 숲에는 기쁨이 있다. 외로운 바닷가에는 황홀함이 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곳, 깊은 바다 곁, 그 함성의 음악에 사귐이 있다. 난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게 아니라, 자연을 더 사랑한다. - 바이런 오늘 소개하는 2007년 작 영화 ‘야생 속으로(Into the wild)’는 말 그대로 진짜 야생을 통해 자신의 진실한 자아를 찾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한 젊은 영혼과 그 영혼을 품고 있는 웅장한 자연을 담아낸 걸작이다. 첫글에 있는 바이런의 시와 함께 시작되는 이 작품은 존 트라카우어의 논픽션 소설을 바탕으로, 우리에게는 성격파 배우로 더 유명한 숀 펜이 직접 연출을 맡은 작품이며, 유명 배우들이 등장하거나, 전형적인 상업 영화의 요소를 갖추고 잊지 않음에도 절대 놓쳐서는 안될 수작이다. 특히, 숨가쁜 일상에 쫓기고, 억압된 사회의 무게에 짓눌려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이 영화가 전하는 가슴의 울림은 단연코 최고의 그것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알래스카의 설원을 찾은 한 젊은이의 이야기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주인공 크리스는 하버드 법대를 졸업할 만큼 수재에 집안도 부유한, 어떻게 보면 조금도 부족함 없는 인생을 누리는 평범한 젊은이 같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더 없이 망가져 있고,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은 그저 어느 멋진 곳에 가서 관광을 즐기는 그런 여행이 아닌,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영혼의 여행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전재산 24000달러(2천4백만원)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자신의 종적을 지인들로부터 철저히 감춘 채, 여행길에 오른다. 그동안 틀에 박힌 삶을 살았던 그는 자신이 소유한 모든 것을, 자신을 둘러싼 모든 틀을 벗어버린 채, 자유로운 여정을 통해 대자연의 품에 안기고, 히피들을 비롯,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세상과 사회의 진실을 고민하게 되며, 그토록 원하는 자연과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 알래스카의 설원에 도착하게 된다. 영화는 알래스카의 설원에 버려진 버스에서 홀로 야생 체험을 하는 크리스의 현재와 그가 이제껏 지나온 시간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그가 여기까지 온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그를 떠나도록 했던 주된 요인으로 부모와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그의 부모가 경제적으로 궁핍했거나, 그를 학대했거나, 표면상 어떤 심각한 문제도 지니지 않은, 평범한 미국 중산층의 부모라는 점은 현 시대 젊은이들의 갈등과 방황이 단지 이전 세대들처럼 어떤 외형적인, 물질적인 문제로 인한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크리스 역을 맡은 에밀 허쉬라는 젊은 배우가 펼치는 진솔한 연기와, 보는 것 만으로도 답답한 일상이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대자연의 풍경, 그리고 그 풍경과 어우러지는 에디 베더의 환상적인 음악, 아마도 당신의 영혼이 아직은 살아있는 그것이라면 당신은 이 영화를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에 그 모든 것들이 상상 속의 허구가 아닌, 실제 한 젊은이의 이야기였다는 놀라운 사실과 함께, 그리고 결국 자아를 찾은 댓가로 대자연의 품에서 젊은 생을 마감한 실제 주인공, 실수로 독성이 있는 열매를 먹고 홀로 죽어간, 후에 사냥꾼들에 의해 발견된, 사망하기 전 그가 스스로를 사진으로 촬영한 실제 크리스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난다. 알래스카에서 혼자 지내보고 싶다는 크리스를 이해하지 못한 이가 크리스에게 대체 알래스카에 가면 뭘 할 것이냐고 묻는다. 크리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냥 사는 거죠, 그냥 있는 거예요, 그 특별한 시간, 그 공간 속에서.” 그의 결말이 결코 실패나 패배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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