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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독들의 영화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에 이어서 이번 주에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전사들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본의 아니게 여성 특집 시리즈가 된 것 같다.

실제 역사 속에서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역시 여성들은 전형적인 여성의 이미지로만 묘사되어 온 탓에 영화사 초반에는 간간히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는 있었지만, 여성이 액션이나 강인하고 거친 역할을 연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또한, 여배우들 역시 전형적인 여성상에 가까운 이미지와 연기에 주력한 탓에 ‘여전사’를 소화할 배우 역시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여성의 강인함이 본격적으로 묘사된 영화가 출현했으니, 바로 여주인공 리플리 역을 맡은 시고니 위버의 ‘에이리언’(1979)이었다. 괴생물체 에이리언과의 사투를 통해 열혈 여전사로 열연한 시고니 위버의 전사 이미지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2편에서는 어린 소녀를 보호하며 모성애를 가미했고, 3편에서는 에이리언이 리플리의 몸에서 잉태되기도 하는 등, 리플리의 여성성을 표현하는 다양한 은유가 담겨 있었다.

이후 여성 액션물은 의외로 보수적인 동양에서 발견되었으니, 당시 홍콩영화의 부흥 초기에 선보였던 ‘예스마담’(1985)의 미모의 여형사 양자경이었다. 여성이, 그것도 미모의 여성이 현란한 무술과 함께 형사 역을 연기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파격, 그럼에도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여 시리즈물로 이어졌다.

1990년에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기념비적인 액션물 두 편이 선보였다. ‘여성의 손길에 의해 빚어진 영화들’ 편에서도 소개한 ‘블루 스틸’(1990)은 남성 중심의 형사 세계에 뛰어든 신참 여형사의 활약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외모 상으로는 강해 보이지 않는 제이미 리 커티스가 여성성과 형사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할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레옹’의 뤽 베송 감독이 연출한 ‘니키타’(1990)는 범죄자 출신의 여성이 국가에 의해 비밀 암살요원으로 훈련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니키타 역을 맡은 안느 빠릴로의 연기는 말 그대로 신기에 가깝다. 국가의 암살 명령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갈등하는 니키타는 상당히 복합적인 요소를 지닌 여전사라고 볼 수 있겠다.

너무나도 유명한 ‘터미네이터’(1984) 1편에서 여주인공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은 항상 겁에 질리고, 눈물을 흘리는 연약한 여성상이었다. 그런데, 1991년 개봉된 2편에서 사라 코너는 운동으로 단련된 근육질 몸매와 강인한 정신력으로 재무장한 여전사가 되어 화려한 액션을 펼친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전직 특수요원이 기억을 되찾아가는, 최근 흥행한 ‘본’ 시리즈와 유사한내용의 ‘롱키스 굿나잇’(1996)의 여주인공 사만다는 본격적인 여성 액션을 선보인다. 180센티나 되는 지나 데이비스는 액션은 물론, 얼음물 속에서 고문을 당하는 장면 등을 직접 연기해내며 완벽한 여전사를 소화해 냈다.

원래 넓은 어깨와 남성적인 골격으로 인정(?) 받아온 데미 무어가 자신의 남성적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출연한 ‘GI 제인’(1997). 여성의 입단이 금지된 네이비 씰 특전단을 배경으로 여성 군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즈음 우리 영화에서도 여전사의 탄생을 목격할 수 있었으니, 바로 한국 블록버스터의 효시가 된 ‘쉬리’(1999)의 북파 공작원 이명현(김윤진) 이었다. 우리 영화 제작자들은 여전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 ‘쉬리’ 이후 우리 영화에서 여전사의 캐릭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섹시함의 대명사인 안젤리나 졸리가 라라 크로포드로 분한 ‘툼레이더’(2001)는 SF가 가미된, 마치 게임이나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여전사 영화들의 효시가 되었다. 이후 제작된 유사한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미모의 여주인공과 화려한 테크노(?) 액션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레지던트 이블’, ‘언더월드’, ‘일렉트라’, ‘이온 플럭스’, ‘울트라 바이올렛’ 같은 작품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다만, 너무 인위적인 이미지가 남발되는 탓에, 현실감이 살아있는 진정한 여전사의 매력이 그다지 살아나지는 않는 것 같다.

2000년대 들어서 최고의 여전사를 꼽으라면 쿠엔티 타란티노의 화려한 피의 향연, ‘킬빌’(2003)의 주인공 브라이드(우마 서먼)을 꼽을 수 있겠다. 사무라이 액션과 복수를 배경으로 선보이는 브라이드의 폭력 여정은 복고를 가미한 21세기 여전사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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