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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주에 소개했던 ‘더 로드’ 편을 재미있게 보셨다는 독자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번 시간에도 필자 개인적으로 유사한 경험을 했던 영화 한 편을 소개할까 한다. ‘킬러 나이트’, 원제는 ‘Judgment Night’로 ‘심판의 밤’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다. 1993년도 작품으로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에 접한, 제법 오래된 영화이다. 당시 유명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극장 개봉도 거의 못하고 바로 비디오로 출시되었으나, 이마저도 몇몇 영화광들에게만 발견되었을 뿐, 일반적인 관객들이라면 상당히 생소할 영화일 것이다.

영화에서 상당히 자주 등장하는 플롯인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구도를 갖고 있는 이 영화는,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은 실제로 접할 수도 있는 상황 설정,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긴장감을 자아내는 연출이 결합하여 제법 스릴과 재미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영화는 마치 캠핑카처럼 차량 내부에 갖가지 시설이 설치된 승합차를 타고 네 명의 절친한 친구 사이인 청년들이 저녁 무렵 권투 시합을 보러 떠나면서 시작된다. 도로 정체 때문에 시합 시간에 늦을 것 같자, 이들은 가려던 도로를 벗어나서 지름길을 찾을 요량으로 낯선 길로 들어선다. 그런데, 그들이 다다른 곳은 황량하고 인적이 드문 저개발 지역. 시간은 어느덧 밤으로 접어들고, 그들은 낯설고 황량한 마을을 배회하다가 이 지역을 지배하는 갱들의 살인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모든 것이 차단된 이 마을에서는 총을 든 갱들이 바로 법이었고, 이제 이 네 명의 청년들의 목숨을 노리는 갱들의 추적이 시작된다. 전화도, 경찰서도 없는 고립된 외진 마을, 도와줄 이는 아무도 없고, 이들을 그저 평범한 청년들, 과연 이들은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회가 그렇겠지만 그 곳 어딘가에는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 같은 그런 고립되고 개발이 멈춘 지역, 빈곤과 범죄가 용인되는 지역, 법과 문명이 다가갈 수 없는 그런 지역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문명의 혜택과 정상적인 사회의 안전망을 벗어나 이 같은 지역에 불시착 한다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이 영화는 자칫 평범할 수도 있었던 추격과 도망의 이야기를 이처럼 독특하면서도 현실성 있는 공간 설정을 통해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를 처음 봤던 고등학교 시절, 절친한 친구들과 이 같은 위기 상황에 처해 모험을 겪게 된다는 게 참 흥미로웠고, 심지어 실제로 그런 상황을 겪게 되면 재미(?)도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면서 이 작품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10년 뒤 미국에서 친구들과 대형 승합차량을 빌려서 미국 보스톤에서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한밤중에 10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를 이동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온지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은데다가,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나섰던 그 여행길에서 캐나다 국경 근처에서 길을 잃어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 같은 황량한 마을에 들어섰고, 이상한(?) 사람들의 위협적인 상황을 겪으면서 이 영화 생각이 어찌나 나던지…

연출을 맡은 스티븐 홉킨스는 HBO의 유명한 TV 시리즈인 ‘납골당의 미스터리’, 설명이 필요 없는 ‘24’의 첫 시즌을 연출했으며, 영화로는 ‘나이트메어 5’, ‘프레데터 2’, ‘고스트 앤 다크니스’, ‘언더 서스피션’ 등 주로 스릴을 자아내는 작품들을 연출해 왔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스티븐 홉킨스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둔 듯 하다. 주연 배우들로는 마틴 쉰의 아들이자 찰리 쉰의 형인 에밀리오 에스테베즈(가족인데도 다른 성을 쓴다), ‘제리 맥과이어’의 쿠바 쿠딩 주니어 등이 출연하고 있다.

고립되고 외딴 곳에서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숨막히는 추격전을 감상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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