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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우리 곁에 있었던 명배우 한 명이 지난 주 세상을 떠났다. 폴 뉴먼(Paul Newman), 흑백 영화 시대에서 컬러 시대로 넘어오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지난 5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화면 속에서, 화면 밖에서도 너무나 멋진 모습을 간직했던 그가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0대, 20대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클래식 영화 시대와 현대 영화 시대를 관통하는 몇 안 되는 이 대배우는 아직도 수 많은 영화팬들의 기억 속에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가 흐르는 가운데 캐서린 로스를 자전거에 태우고 달리던 ‘내일을 향해 쏴라’의 부치 캐시디로 남아 있다.

지난 해 6월 미국 ABC-TV의 'Good morning, America’에 출연, 더 이상 스스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영화에서 보여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영화계에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콤비라 불릴만한 파트너 로버트 레드포드는 중년 이후 배우로서보다는 감독으로서 입지를 굳혀갔던 데 비해, 폴은 노년에 들어서도 배우로서의 마지막 길을 걸었다. 물론, 폴 역시 몇 편의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감독으로서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는 다작을 하는 배우도 아니었고, 극성팬을 몰고 다니는 스타형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100% 연기파라 할 수도 없는, 그럼에도 긴 세월 동안 폴 뉴먼이라는 이름을 영화팬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게 했던, 말 그대로 천상 배우였던 인물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자가 되길 원했던 폴은 1958년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주연한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를 통해 주목 받기 시작했다. 완벽한 미남형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용모에 진지한 연기, 그리고 흠잡을 데 없던 배우 외적인 요소들을 통해 그는 곧 배우로서 성공적인 입지를 다지게 되었고, 로버트 로센 감독의 1961년 작 ‘허슬러(The Hustler)’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력과 스타성을 인정받게 된다. 당구를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훗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컬러 오브 머니’로 후편이 이어지면서 폴 뉴먼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은 앞서도 언급한 조지 로이 힐 감독의1969년 작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00년대 실존했던 강도 콤비를 소재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American New Cinema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으며,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가 총탄세례를 받으며 뛰쳐나오는 정지 화면은 영화사상 최고의 라스트신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환상의 콤비를 이룬 로버트 레드포드와는 1973년 역시 조지 로이 힐 감독이 연출한 ‘스팅’에서도 다시 뭉친다.

사실, 로버트 레드포드와의 콤비를 통해 상당한 명성과 스타성을 얻었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팬들, 특히 여성팬들은 전형적인 미국식 미남형에 바람둥이 기질도 보였던 로버트 레드포드를 더욱 선호했던 것 같다. 그에 비하면 폴은 다소 모범적이고, 어딘가 정의롭고 착실한 모습이 더욱 강했다.

이 외에도 대형 빌딩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을 다루고 있는 대표적인 재난영화 ‘타워링’, 또 다른 재난영화 ‘대지진’, ‘심판(The Verdict)’와 같은 작품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흥행에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90년대 들어서는 백발에 주름진 모습으로도 여전히 작품 활동을 하였으며, 가장 최근 작품으로는 2002년 톰 행크스와 주연한 갱스터 영화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이 있다.

배우 이외에도 폴은 자신의 이름을 딴 식품회사 ‘Newman’s Own’을 설립, 이를 통한 수익으로 우리 돈 2천억이 넘는 액수를 기부한 자선 사업가로도 말년에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1958년 '길고 무더운 여름'에서 만난 두 번째 부인 조안 우드워드와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50년간 해로하면서 헐리우드 최고의 금슬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제는 우리 곁을 떠난 폴 뉴먼, 그러나 그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영원히 그를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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