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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12>

  같은 시대, 같은 하늘에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예술가<1>
         애니쉬 카푸어(Anish Kapoor)전/ 로얄 아카데미, 12월 11일 까지
      
       The Royal Academy of Arts/ 26 September -11 December 2009

  영국은 1984년 현대미술의 발전을 위한 야심적 기획으로 터너 프라이즈를 시행하고 25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러나 25년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터너 프라이즈의 권위와 타당성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부 수상 작가들의 작품과 예술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불 확신의 눈길은 애니쉬 카푸어 같은 훌륭한 작가가 깔끔하게 씻어주고 있다.

  1954년 인도의 봄베이에서 유태인 어머니와 인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애니쉬 카푸어는 인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19살인 1973년에 영국으로 와 미술 공부를 시작한다.
  그는 Hornsey College of Art을 거쳐 Chelsea School of Art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영국에 정착해 작업을 하고 있다. 첼시 미술학교에서 수업을 받던 중 정신분석학자 칼 융(Carl Jung)이 제시한 인간의 원형적 이미지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1979년, 귀국한 후 성장한 눈으로 발견한 홈 랜드의 아시아 문화는 그에게 새로운 충격을 준다. 서구와 아시아 두 문화의 충돌과 만남을 동시에 경험하며, <문명과의 만남>, <사람과 물질과의 만남>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고 새로운 이미지 작업을 시작해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인간의 원형적 이미지와 그 상징의 이원성을 영국과 인도에서 경험한 그는 <만남의 본질>에 대해서 접근해 자기의 조형언어를 풀어 놓는다. 미니멀리즘 적 표현과 같이 절제한 형태의 즉자적인 만남의 표현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이우환씨가 이미 보여준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이우환과 같이 정형화하고 고정시킨 순간적인 만남의 이미지를 거부한다.

  애니쉬 카포라의 만남은 다른 작가와 달리 일정한 형태를 부여하지 않고 항상 변화하는 과정을 연속성으로 형태에 담아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런 의미에선  물질의 변화의 과정과 만남의 순간을 포착해 보여주는 아르떼 포베라(Arte Povera)의 조형적 표현에 기대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또  정제된 형태를 선호하는 그의 작업은 극도의 미니멀리즘과 무정형의 형태를 추구하는 형식에서 미니멀리즘에 기대고 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그들과 전혀 다른 조형언어를 전달하고 있다.

   그가 차별화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트 포베라와 같이 변형의 가능성을 형태의 변화과정에서 찾지 않고 즉자적인 모든 만남이 이루는 소통의 변화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 그의 미니멀리즘적 표현으로 보이는 단순화 작업은 표현의 절제와 단순화를 추구하는 그 것과 달리 소통에 방해되는 것을 제거하기위한 단순화 과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이제까지의 구축된 조형언어나 미의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형식의 조각을 발표하고 있다. 다음 호에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90년 베니스 비엔날레 ‘프레미오 2000’상과 91년 터너 상을 수상한 카푸어는 이미 헨리 모아경의 명성을 누르고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섰다.  로열 아카데미에 열리고 있는 개인전을 돌아보며 그의 미술 세계를 자세히 더듬어 보기로 하자.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전하현/ writer, hyun.h.Jun 미술사가, 문화 평론가, 미술사를 강의하며 본지에 만화로 보는 세계문화사(유로저널)를 연재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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