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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27>

미술사가와 문화 이론가들의 처절한 문화 전쟁 3
  
런던의 ‘한국 문화원’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가?

  

세계의 주요 문화 수출국들의 총칼 없는 문화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중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문화사와 미술사를 주도하려는 야심찬 의도 하에 자국의 문화를 육성하는 것은 물론 타국에게도 침투하려고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90년대 초에 한국 공주에서 한국인 미술그룹인 ‘야전’에 의해 주도된 ‘국제자연미술제’라는 행사가 개최되었을 때 독일에서 행사 예산의 거의 절반가량을 지원해 준 일이 있었다.

  왜 독일에서 한국의 지방에서 실시하는 미술제에 거액을 지불했을까? 맵고 짠 독일인이 한국의 미술가들에게 선뜻 돈을 내주고 국제적인 행사를 하도록 도와준 것은 사실 그냥 도와 준 것이 아니다.
  그 까닭은 그룹을 주도한 H대 출신의 화가 I씨가 독일에서 유학하고 장기간 체류하고 돌아와 당시 카셀 도큐먼트에서 추구하고 모색한 경향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I씨는 독일에서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는 자연미술의 갈래를 가지고 돌아와 후배와 인근 지역의 미술인을 결합해 그룹을 결성하고 미술운동을 시작해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독일에서 한국의 작가들에게 거금을 지원한 까닭은 첫째, 독일의 미술의 아류를 I씨를 통하여 한국에 심을 수 있다는 전략과 둘째, 당시 카셀의 경향을 포스트모더니즘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신사조를 독일의 주도아래 세계에 파급시키겠다는 전략, 셋째로 카셀의 주류적 경향이었던 ‘자연미술’을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대안으로 모색한 것이 아닌가, 필자는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이탈리아에서 베니스 ‘비엔날레’를 개최하고 독일의 카셀에서 세계 작가를 불러 모아 ‘도큐먼트’를 개최하는 것은 자국 중심으로 문화 질서와 미술사를 세우고 전면으로 나서겠다는 야심에서 출발한 것이다. 즉 기웃거리는 외국 작가들을 줄을 세운 후 적당히 등을 도닥거려주고 상을 주어 독려한 후에 외국에 홍보하며 자국 중심으로 세계 문화사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에서 비롯되었다.
  이 같은 까닭에 영국의 문화사가나 미술사 가들은 두 행사를 일부러 외면하고 냉소적인 시각으로 보며 물론 언론과 방송에서도 베니스의 비엔날레와 독일의 카셀 도큐먼트에 대해서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요란하게 선전하고 보도하고 있는 것과는 많이 대조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아무튼 치열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독일이 카셀을 중심으로 세계 미술사의 줄기를 잡으려고 끈질기게 시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미술’을 한 중심으로 부상시키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바로 서구가 가지고 있는 자연의 개념에 대한 혼란스럽고 정리되지 못한 원인과 아직도 세우지 못한 미학적 체계와 이론 부재 때문인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이렇게 세계는 문화 치열하게 문화 전쟁 중이다. 얼마 전에 세워진 런던의 한국 문화원도 아마 이러한 까닭에서 세워진 것이라 짐작되어 진다.

내셔널 갤러리 인근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문화원은 임대와 건물 유지비용만 해도 월 2천만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장소에 있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도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도서관의 회원으로 등록해 8번 간 방문했으나 단 한번 사서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고 아직도 도서 색인도 정리되어 있지 않다. 가뜩이나 방문객도 없는데 이러한 무성의한 직원의 태도는 발길을 끊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닌가?
  비싼 임대료와 직원 월급, 유지비를 위해 아마도 억대의 비용을 지불하고 그들이 런던 시민들에게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주목받지 못하는 수준 낮은 행사를 위해 국민들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혹시 아닌가? 다음호에 구체적으로 런던 문화원의 활동을 살펴보기로 하자.


<전하현/ writer, hyun.h.Jun 미술사가, 문화 평론가, 미술사를 강의하며 본지에 세계문화사(유로저널)와 국내 매체에 미술과 문화 평론 등을 연재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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