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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4 01:56
<문화현장 39> 사이즈 0에 지배되고 있는 또 하나의 세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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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0에 지배되고 있는 또 하나의 세계 1 패션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의상을 입혀 쇼에 출연시키는 모델의 사이즈는 일반적으로 서구 신체에선 성숙하지 않은 12살에서 14살 미성년자의 몸이다. 당연 정상적인 성인의 여성들에겐 불가능한 사이즈다. 마른 몸매를 지닌 모델들도 제로 사이즈에서 2 범위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영양실조에서 벗어날 정도의 몸을 유지하고 눈물 나는 식이요법을 한다. 몇 년 전, 제로 사이즈 패션 구조에 반발하여 M&S에서 사이즈 12 사이의 여인들을 속옷을 입혀 모델로 광고를 시작했다. 이어 건강한 몸이 아름다운 몸이란 캐치프레이즈로 다른 신문과 방송들이 요란한 응원을 한다. 그러나 캠페인은 시작된 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다시 사이즈의 0의 환타지에 밀려 사라지고 만다. 모델 협회와 건강을 담당하는 부서의 강력한 제지에도 불구하고 모델들은 여전히 사이즈 제로에 집착하고 있다. 이것은 대중들이 사이즈 제로의 환상에서 여전히 붙들려 있기 때문이다. 왜 여인들은 입지 못할 디자이너의 옷에 열광하고 사이즈 제로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현대 패션계가 무대를 중심으로 만들어 낸 옷의 세계와 현실적 옷의 세계는 정말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일까? 패션 디자이너들은 첨단 전자장비와 난해한 현대미술의 개념을 도입하여 경쟁적으로 실험적 무대를 꾸미고 자기의 옷들을 현실에서 이탈시키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당장 입을 수 있는 옷이나 매점에서 판매가 가능한 옷을 발표하는 것은 상투적인 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20세기 말부터 일어난 말기 자본주의의 당연한 현상이다. 선진국의 매장과 대부분의 나라의 고급 매장에선 더 이상 ‘실용과 기능, 편리함’ 따위는 판매하지 않는다. 그러한 기능적인 상품과 매장이 있던 자리에는 모두 쓸모없고 기능성이라곤 전혀 없는 감성적이고 개성적인 상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로 사이즈의 세계의 힘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이 낯선 사이즈 영역이 만약 현실의 영역에 섞이면 어떻게 될까? 이 낯선 사이즈 영역이 만약 현실의 영역에 섞이면 어떻게 될까? 최근 프랑스에서 모델 김다울의 자살과 영국의 유명 디자이나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자살 사건이 있었다. 이 두 사건으로 필자는 제로 사이즈에 지배되는 패션 세계를 한 문화의 현장으로 돌아보았다. 김다울은 국제적 모델로서, 알렉산더 맥퀸은 천재성을 인정받고 정상에 오른 세계적 디자이너이다. 김다울은 22살의 나이와 화려한 패션모델이라는 직업에 걸맞지 않게 도스토엡스키의 작품을 즐겨 읽는 사려 깊은 젊은이였다. 맥퀸도 이스트 엔드의 전형적 코크니 출신으로 현장에서 기술을 익힌 후 재능을 인정받고 세인트 마틴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천재적인 디자이너였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다면 약간의 조울증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상실감 정도가 아닌가. 맥퀸은 어머니를 잃고 다울은 남자 친구와 헤어졌지만 그는 40세가 넘은 성인으로 충분히 노인이 된 어머니 죽음을 감당할 수 있는 연령이었고 그녀는 22살이었다. 그들이 쉽게 고귀한 자기 생명을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머물고 있던 세계가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관념의 세계이고 제로 사이즈의 환타지의 세계였던 것이 아닐까? 생존과 주검의 경계는 생명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때 극대화되고 사는 것에 별다른 의미가 없을 때는 주검과의 경계는 사라지고 만다. 당연 먹고 살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매일 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사실 현실 밖을 벗어날 방법이 없고 환타지 세계를 기웃거리며 그 것에 절대로 치일 염려도 없다. 이들은 정말 운이 좋은 것일까? 제로 사이즈의 세계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0의 사이즈의 세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다고도 할 수 없는 무의 공간의 개념이거나 철학적 관념의 세계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튼 한국과 일본 등 동양의 나라에선 이것도 걱정할 것이 없다. 대부분의 여성이 서구적 신체 사이즈인 제로로 12살에서 14살의 체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다음호에 계속 됩니다.> <전하현/ writer, hyun.h.Jun? 미술사가, 문화 평론가, 미술사를 강의하며 국내 매체에 미술과 문화 평론 등을 연재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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