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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를 암흑시대라고 한 까닭

세계 문화사에 대한 오류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고 크다. 지금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의 문화사와 예술사는 대부분이 엉터리라고 해도 될 만큼 틀린 내용으로 그득하다. 예를 들어 서울대 등 명문대들이 권장도서로 사용하고 '아르놀트 하우저( Arnold Hauser) '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도 개인의 편향적 시각들이 산만하게 전개되고 여러 부분에 오류가 자주 보인다. 비교적 객관적으로 알려진 '곰브리치'의 <미술사>도 극히 제한적인 시각으로 오늘날 드러난 미술사를 드러내는데 실패하고 있다.
서구 편향적으로 전개된 세계 문화사와 예술사 교과서들은 사실상 세계를 아직 객관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시각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한국의 문화는 물론 남미의 문화도 편입시키는 것은 정말 요원한 난제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접근할 안목도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체성과 일반성을 돌출해내는 보편적 이론 정립도 안 되어 있을뿐더러 전문학자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막눈 시대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통합적 시각의 출현은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세계의 여러 종교와 문화 축으로 각기 다르게 진행되어 온 문화사상을 깊이 이해하고 이것들에 대한 일반성과 전체성을 돌출해 하나의 흐름으로 개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오늘날 세계 문화 현상은 전체성보다는 개별성 고유성으로 더욱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 보편성의 발견과 이론 성립을 크게 방해하는 것은 이러한 외부적 요인보다는 정치적 목적과 자기 선전성, 과시성으로 치장되어 오류를 범하고 있는 문화사 자체의 문제가 더욱 크다.
예를 들어 15세기 피렌체 사람들은 자기의 업적을 과장하고 선전하기 위해 자기 이전인 시대를 중세라 호칭하고 암흑 세기라 규정했다. 이렇게 이탈리아 반도의 한 지역 사람들이 규정한 역사인식을 한국의 학생들까지 중세를 암흑 세대라고 믿게 했으며 대부분의 사람을 무지와 편견 속에 묻어버렸다.
중세를 암흑 세기라고 한 것은 오직 이탈리아 로마 중심으로 일어난 작은 지역의 문화 현상이었을 뿐이다. 그리스와 터키 지역에선 소피아 성당이 지어졌고 곳곳에 역사적인 건물이 들어선 훌륭한 비잔틴 문화가 전개되었고 7세기 이후에 이슬람 문화가 전성기를 이루며 건축과 미술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황금기를 이루었다.
로마지역에서 탄압받던 기독교도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계속 성장을 하고 초기 교회와 수도원 제도가 그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유럽에 베네딕트 수도원 등은 이집트인들과 에디오피아등에서 일어난 수도원이 기초가 된 것이다. 이집트는 로마가 몰락한 이후에도 품질 좋은 면과 의류를 로마 등 유럽지역으로 수출했다.
뿐만 아니라 무어족은 높은 문화 수준과 군사적 힘으로 현재의 스페인 지역과 프랑스,
포르투갈 지역의 일부를 점령하고 수준 높은 과학 기술과 문명을 유럽지역에 약 700여 년간 보급해 주었다. 16세기 초에 이들이 스페인에서 쫓겨나가자 한동안 스페인의 경제와 산업이 퇴락할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은 지대했다. 대부분의 기술 분야를 이들로부터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교과서에선 여전히 중세를 암흑세대라고 한 이탈리아 반도 한 지역의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왜곡된 역사를 교육하고 있다. 왜 그릇된 역사를 그들은 중심 역사로 과장하고 선전했는지를 다음 호에 구체적으로 엿보기로 하자.

<전하현/ writer, hyun.h.Jun ⓒ미술사가, 문화 평론가, 미술사를 강의하며 국내 매체에 미술과 문화 평론 등을 연재하고 있음, 저서‘스물이 되기 전에’ (생각의 나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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