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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와 종교개혁
한스 홀바인(Hans Holbein the Younger) 의 대사들 1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 걸려있는 이 그림은 보는 이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왜 홀바인은 이 그림을 그렸는가?
그리고 그는 왜 이 그림에 자신의 서명을 하지 않았는가? 또 이 그림을 자기가 그린 그림 목록 중에 집어 넣지 않았는가? 또 왜 두 사람이 그림에 나란히 그려져 있는가?
유명한 이 그림은 18세기 중반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한 미술사 가에 의해 발견되기 까지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드 댕트빌의 고향 폴리시(Polisy)의 저택의 이탈리아식 타일이 깔린 응접실 옆 문 사이에 걸려 있었다.
그림은 실물의 인체 사이즈로 2미터가 넘는다. (Oil on wood 207 x 209.5 cm) 더욱 재료는 오크 판에 오일로 그려졌다.

이만한 사이즈의 그림을 그리려면 홀바인이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을 소요해야만 한다. 당연 재료 값과 그림 값으로 지불된 돈은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비용이니 적지 않은 돈이다.
그림의 내용상으로 보면 한스 홀바인의 대표작이라 할 만큼 훌륭한 그림인데 화가는 자신의 그림 목록에 이 그림을 적어 넣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로 미루어 이 그림은 주문자의 의해 비밀로 혹은 공개를 하지 않기로 하고 그려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작가가 서명을 하지 않은 까닭도 이 같은 이유가 아닐까?
이런 거액을 지불한 사람은 물론 프랑스 대사로 좌측 편에 서 있는 장 드 댕트빌(Jean de Dinteville)이다.
장 드 댕드빌은 명문가의 집안에서 성장한 귀족으로 돈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림의 내용을 보면 도대체 왜 이런 장면을 거액을 지불하고 화가에게 그리게 했는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그림이 그려진 1533년은 이 두 사람이 런던에 있었던 해였고 그림을 그린 홀바인도 헨리8세의 초상화가로 런던에 체류하고 있었다.
장 드 댕드빌은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Francois I)가 영국 국왕 헨리 8세에게 파견한 외교 사신으로 프랑스의 국익을 보호하고 영국이 로마 교회와 결별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임무 수행을 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조르주 드 셀브(25세)은 댕트빌의 친구로 프랑스 라보르(Lavaur)의 주교로 훗날 프랑스 대사가 되어 스페인이 지배하던 베네치아에 외교관으로 파견된 역시 거물이었다.
옆에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람은 친구라는 것이 더 놀랍다. 도대체 어떤 사이이길래? 거액의 금액을 지불하고 그리게 했을까?  
부인과의 영원한 사랑을 기념하기 위한 그림도 아니고 가족과의 관계를 남기는 그런 초상화도 아니다.

이런 까닭에 두 사람의 관계를 동성애 관계로 보고 있는 미술사가와 역사학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동성애 사이로 단정짓기에도 무언가 석연치 않다.
두 사람의 표정에 기쁨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무겁기만 하다.
그리고 옷을 최대로 잘 차려 입고 있는 분위기에 알 듯 모르게 묘사된 해골, 그리고 한 쪽 구석에 반쯤 가려진 십자가 상은 무언가 긴장감을 주고 있다.

또 이 성장을 한 두 친구 사이에 있는 물건들은 두 사람의 옷차림에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고 어색하다.
연인 사이라면 두 사람 사이에는 꽃이나 풍성한 과일 바구니 그 밖의 영원한 사랑을 상징할 물체들이 놓였을 것이다.
정면에 길게 그림자처럼 그려진 대형 해골이 두 사람 사이에 있고 수 많은 물건들이 복잡하게 놓여 있다.
단순한 우정이나 우정 이상의 동성애 관계라면 이렇게 복잡한 물건들이나 해골을 굳이 집어 넣었을 필요가 있었을까?

해골은 물론 홀바인이 끼어 그려 넣은 것이 아니라 그림을 주문한 장 드 댕드빌의 주문에 의한 것이 틀림없다.
그의 좌우명은 《늘 죽음을 생각하라(Souviens-toi de la mort)였다. 실제로 그가 그림 속에 쓰고 있는 모자의 배지도 해골이다.
해골을 그려 넣으라는 주문자의 지시에 홀바인은 고민하다 우측의 측면이나 도구로 이용하여 발견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골은 단순하게 그의 좌우명을 암시하기 위해 집어 넣었을까? 그의 그림 속에는 많은 사실들이 숨겨져 있다.
다음 호에 다시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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