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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9 00:53
영국의 박물관 및 미술 기행 69/ 내셔날 갤러리
조회 수 2857 추천 수 0 댓글 0
미술작품을 바로 보기 3 직유의 순진한 눈이 은유의 '메타포어'를 죽인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오죽하면 성철 스님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고 일갈을 했겠는가? 산으로 산 그대로 보지 못하고 물을 물 자체로 보지 못하는 색 안경 낀 눈들이 범람하는 세상을 한탄한 스님이 신년의 화두로 이같이 직설법의 맨 눈 보기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성철 스님의 법문대로 사물이 있는 그대로를 보고 해석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상 모든 것은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실들을 더 많이 담고 있고 더 많은 비밀 들을 등 뒤에 숨기고 있다. 언어나 겉으로 표현된 이미지 뒤에는 마치 빙산의 일각처럼 더 많은 의미가 숨겨져 있다. 또 인류는 어떤 사실을 설명하고 말하기 위해 직설법 보다는 은유적 표현을 자주 사용해왔기 때문에 은유가 제시하는 '메타포어'를 바르게 읽는 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로는 은유가 직유의 뜻을 죽여 말조차 고사(枯死)시키고 직유(直喩)의 순진한 눈이 은유(隱喩)의 '메타포어'를 죽이는 경우가 있다. '노인을 위한'이 아니라 '올드 맨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다. 바로 금년도 아카데미 상을 휩쓴 영화 'No country for old man' 은 한국인의 맨 눈 해석의 노인(old man)같은 경우이다. 올드 맨은 직유적 표현은 그 말대로 '늙은 사람'이다. 그러나 이젠 '나이가 많은 사람' 혹은 '늙은 사람'으로 올드 맨이라는 표현을 영국이나 미국에선 잘 쓰지 않는다. 원래 Old man은 노인이라는 일반적인 뜻 보다는 은유적인 뜻으로 범죄 단체나 조폭의 '보수' 로 많이 쓰이고 '무기력한 사람'이나 집안의 어른, 가게의 주인이란 뜻으로 많이 사용된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나이 많은 사람, 즉 한국에서 사용하는 말인 노인이란 말로 잘 사용하지 않고 한국에서 사용하는 보호 받아야 할 나이 많은 사람이란 뜻으로 노인이란 말은 'elderly man', 'elderly people'이라고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No country for old man'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고 번역한 것은 메타포어를 무시한 순진한 맨 눈의 사람이 잘못 붙인 제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순진한 맨 눈이 제목의 말이 주는 메타포어뿐만 아니라 작품의 주제까지 잘못 해석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는 세 사람의 은유적인 '올드 맨'이 등장한다. 집요하고 병적인 마약조직의 두목으로써'올드 맨'인 하비에르 바르뎀, 그리고 사냥으로 연명하며 카라반에 살고 있는 무기력한 가장인 '올드 맨', 마을의 보안관으로 정년 퇴직 후를 걱정하는 '올드맨'이 쫓고 도주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마약 거래 현장에서 우연히 돈가방을 주은 사냥꾼, 그리고 없어진 돈을 쫓아 추격하는 마약조폭의 잔인한 보수, 그리고 이들을 쫓는 보안관의 관계가 무서울 정도로 냉혹한 감정이입의거리를 유지하며 진행된다. 세 사람의 거리와 간격을 코헨 형제는 욕망의 거리와 욕망이 펼쳐졌을 그 거리로 조절하며 냉정하게 관객들의 시선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 영화는 그동안 헐리우드에서 보여주던 환타지가 아니라 '리얼리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렘브란트의 벨사살왕의 연회 (Belshazzar's Feast) 그림에서도 똑 같은 맨 눈의 무법자들이 유창한 설명으로 순진한 관객들이 바로 보는 것을 방해하고 그림의 본질인 은유의 메타포어까지 간혹 죽이는 경우가 있다. 내셔널 갤러리의 인기 그림인 렘브란트의 '벨사살왕의 연회 (Belshazzar's Feast)' 같은 경우이다. 그림 속의 터번을 두르고 황금 관을 얹은 채로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 남자는 느부갓네살의 아들인 바빌론의 마지막 왕 벨샤자르이다. 그는 손님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이고 거나하게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펑 하고 소리가 나고 벽에 손이 나타나더니 'Mene, Mene Tekel Upharsin'라는 글을 쓰고 사라져 버린다. 놀란 벨샤자르는 아버지 느부갓네살의 꿈을 신통하게 해몽했던 다니엘을 불러 그 뜻풀이를 시킨다. "왕이여, 메네(MENE)는 신께서 왕의 나라 햇수를 세어 보시고 이제 그만 문을 닫게 하겠다는 뜻이며, 드켈(TEKEL)은 왕을 저울에 달아보니 무게가 모자란다는 것이라, 브라신(UPHARSIN), 왕의 나라를 둘로 쪼개 메데아와 페르시아에 나눠주겠다는 말씀입니다." 라고 해석한다. 그림의 내용은 이 같이 다니엘 서 5장 1절~7절에 나오는 이야기를 묘사한 것으로, 바빌론의 왕 벨사르가 1,000명의 손님들을 불러놓고 아버지 네부카드네자르(Nebuchadnezzar)가 예루살렘의 신전에서 약탈한 황금 술잔에 포도주를 마시며 큰 향연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은 맨 눈으로 보고 모든 은유적인 메타포어를 죽인 것이다. 그림 안에는 13세기 이후 유럽에서 냉대를 받았던 유태인들의 비사가 숨어있고 그들의 항변이 은유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그것이 그림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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