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쇼팽(Frederic Chopin, 1810-1849) 녹턴(Nocturne; 야상곡)의 연주를 잘 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스케일이 큰 스타일의 작품을 즐겨 하는 나에게 녹턴의 서정성과 섬세함은 표현하기에 까다로운 감이 있어서 이다.

하지만 이러한 서정성과 섬세함은 감상할 때 새롭게 다가온다. 사랑에 빠졌을 때,, 지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차를 마실 때,, 옅은 안개가 낀 호숫가를 생각하며 행복한 명상에 빠질 때,, 나에게 녹턴은 여러 상황에서 함께했던 벗이었다. 곡들에서 느껴지는 음 하나하나가 나의 마음 구석구석을 아는 듯, 말을 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쇼팽을 ‘피아노의 시인’ 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악으로써 인간의 섬세한 감정을 너무나 아름답게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원래 ‘녹턴’ 이라는 음악 장르는 아일랜드 출신인 존 필드(John Field,1782-1837)에 의해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 멜랑콜리한 스타일로 밤에 꿈꾸는 듯한 멜로디로 만들어진 ‘녹턴’은, 본래 교회에서 기도서를 낭독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이었다. 쇼팽은 그의 작품에서 존의 작품 형식을 어느 정도 답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는 창시자인 존의 영역을 훨씬 초월하는 그의 예술적인 탁월함으로, 피아노란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무한한 감정을 그의 특유한 음악성과 함께 극대화 시켰다.

 ‘우리는 존 필드의 수줍고 잔잔한 음악에서 더 표현되어 질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쇼팽의 시적인 녹턴에서는 노래하는 것만이 아닌 형언할 수 없는 기쁨에서의 하모니와 끊임없는 움직임, 흔들어대는 긴장감이 증폭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

 쇼팽은 모두 21곡의 녹턴을 작곡했는데 그는 존의 A-B-A 형식(단순 3부 형식; A파트의 음악이 있고, 그 다음에 차별되는 B 파트의 음악이 따르고, 마지막에 다시 A부분의 음악이 반복되는 것을 뜻함)을 받아들였다. 보통 그의 A 부분은 ‘벨 칸토(bel canto; 아름다운 소리란 뜻으로 이태리 오페라가 생겨나면서 나온 용어인데, 아름다운 노래를 하기 위한 발성법으로 완벽한 테크닉이 요구되어진다)’ 스타일을 따랐고, B는 한결 드라마틱한 효과를 노렸다. 쇼팽의 녹턴은 멜로디의 극대화된 효과와 풍부한 하모니를 받침으로 하여 쓰여진  피아노 곡인 것이다. 이들 중 몇 가지 곡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Nocturne in B-flat Minor, Op.9. No 1-Larghetto

쇼팽의 첫 녹턴곡. 단순한 선율이지만 슬픈 밤의 정적을 느끼기에 좋은 곡이다. 22살에 작곡한 이 곡은 장식효과를 주기위해 변칙적인 리듬 패턴을 사용한 쇼팽의 작품 중 하나이다.

 *Nocturne in E-flat Major, Op.9. No.2-Andante

쇼팽의 녹턴 곡들 중 가장 유명한 곡이다. 센티멘탈한 감미로움과 함께 여성스러움이 더욱 묻어나는 곡이다. 다른 악기로 편곡되어 영화의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애용되었다.

 *Nocturne in G Minor, Op.15. No.3-Lento

변칙적이고 기대하지 않는 프레이징이 보인다. 깔끔한 passage의 표현을 위해 절제된 페달 사용을 볼 수 있다. 다른 곡들 보다 명상적 분위기를 더 느낄 수 있다.

 *Nocturne in D-flat Minor, Op 27. No.2-Lento sostenuto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미로운 곡이다. 매혹적인 선율과 함께 평온한 바다와, 파도에 의해 녹아 드는 고향의 향수를 느끼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정교하고 기교적인 연주를 부분적으로 느낄 수 있다.

 *Nocturne in G-Major, Op.37.No.2-Andantino

우아함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쇼팽이 항해를 하던 중에 착상되었다고 한다. 중간 부분에 평화로운 자장가의 선율과 함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브라질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노바이스(Guiomar Novais,1896-1979)는  ‘난 이 곡에서 당신이 강조하는 영상, 향수, 평온 그리고 깊은 감정을 찾았다.’고 표현했다.

 * Nocturne in C Minor Op.48. No.1-Lento

발라드 풍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높은 기품이 느껴지는 곡으로 슬픈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격렬한 정열이 함께하는 곡으로 쇼팽의 원숙한 음악성에 대한 절정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Nocturne in C Sharp Minor (Posth.)-Lento con gran espressione

쇼팽의 유작으로 불리는 이 곡은 그의 피아노 협주곡 F Minor(op.21)의 테마가 차용되었다. 쇼팽이 1830년에 쓰여졌던 곡이지만 1875년에 출판되었다. 영화 ‘피아니스트’에 나오면서 더 유명해진 이 곡은 고독함이 느껴지는 곡으로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