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ude a l apres midi d’un faune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가 1894년에 작곡한 곡으로 19세기 낭만파 음악의 퇴색과 함께 작곡가의 주관적 감정을 색채(음색)적으로 주로 표현하는 인상파의 시작을 알린 대표적 작품이다.
드뷔시가 관현악을 위해 만든 이 곡은 프랑스의 시인인 스테판 말라르메(Stephane Mallarme: 1842-1898) 의 상징시 ‘목신의 오후’를 전주곡으로 음악화 한 것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와 몸통은 사람이고 밑은 짐승인 목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가 배경이다. 간략한 줄거리는 더운 여름날 시칠리아 초원에서 졸던 목신이 잠을 깨어 생각에 잠기게 되고 여기서 그는 꿈과 현실을 헤매며 개울물에서 목욕을 하던 두 요정을 연상한다. 몽상 속에서 두 요정에 대한 갈망을 느끼던 그는 두 요정을 품에 안아 머리카락에 키스를 하지만 두 요정은 그대로 사라진다. 대신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환상하며 애석함을 달래던 목신은 또 다른 몽상을 떠올리게 되고 결국엔 태양을 바라보며 넋을 잃게 된다. 적막함에 빠진 목신은 다시 잠에 빠져들며 깊은 회환에 잠긴다 라는 것이 이 시의 내용이다.
이 곡에서 드뷔시는 그 전의 낭만파 음악에서의 논리적인 전개와 극적 긴장감을 배제하고 장 단조의 조성에 의지하지 않는 선법적인 선율에 의한 진행, 자유로운 주제와 모자이크식의 배열, 그리고 자유로운 리듬과 음색의 다채로움과 섬세함 등을 핵심적 요소로 적용시켰다. 이러한 획기적인 특징을 선보인 이 작품은 드뷔시 작품의 주요한 특징을 나타낸 최초의 작품이었고 인상, 현대음악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다.
1894년 파리에서 상연되어 큰 호평을 받은 이 곡은 환상적인 시적 분위기를 각 악기의 특징적인 소리로 섬세히 살리며 드뷔시의 독자적인 감성을 독특하게 살렸다. 플롯과 오보에, 잉글리시 호른, 클라리넷, 파곳, 호른, 심벌즈, 하프, 현악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큰 스케일의 악기편성으로 되어있으나 모든 악기가 전체적으로 동시에 연주하는 일은 의외로 거의 없다.
곡 해설에 들어가면, 목신의 환상을 묘사하는 플롯의 주제가 등장하며 곡의 시작을 알리고 이는 전체적인 모호한 분위기와 즉흥성을 나타낸다. 이어 동기를 이용한 반복 연주가 목신의 환상을 계속적으로 암시한다. 또 다른 주제가 나오면서 안정적인 멜로디로 비너스의 등장을 표현, 이어 (ABA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특정한 경계 없는 밀고 당김의 연속은 현대적 인상주의 음악의 효과적 어법인 밀물과 썰물 같은 묘사 성으로 템포의 유동성으로 인한 긴장과 이완의 연속성을 나타낸다. 곡이 클라이맥스로 흐르면서 감미로운 멜로디로 비너스의 환상을 나타내는 또 다른 주제는 목관과 현의 결합으로 달콤함을 느끼게 한다. 제멋대로인 듯이 흘러가는 박자와 리듬은 좀처럼 규칙성을 찾아볼 수 없으며 새로운 현대적 음악어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첫 주제의 재등장은 플롯의 소리와 함께하는데 이는 변형된 조성과 리듬, 박자로써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이어 처음에 등장했던 몽환적 분위기의 주제가 목관에 의해서 등장, 목신의 환상이 깨지며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하다. 울적한 정적과 함께 주 선율은 서서히 사라져가고 종소리 같은 심벌즈와 하프, 호른의 소리가 적막한 분위기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