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기

 이 시기 베토벤의 음악은 완전한 독립성을 보인다. 그의 이름이 유럽 전역에 알려지며 명성을 얻은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음악에 익숙해 있던 청중들은 다소 혁신적인 베토벤의 음악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점차 그의 음악에 익숙해졌다. 베토벤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와는 다르게 귀족에 속한 음악인이 아닌 귀족의 후원을 정당한 대가로 생각하며 계약과 속박에서 자유로운 작업 활동을 했다. 그는 출판업자와 작은 거래에도 열띤 흥정을 할 정도로 상당한 경제관념이 있었다고 한다.

 <피아노 소나타>

 이 시기에 속한 12개의 피아노 소나타는 상당히 자유로운 형식을 보인다. 이 중 다섯 곡은 2악장으로만 되어 있고 한 곡은 4악장으로, 여섯 곡은 3악장으로 되어있다. 느린악장이 속해 있기도 하고 느린악장의 상당한 축소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악기의 기술적 발전과 더불어 피아노의 기계적 사용을 실험해보고자 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Op.31 No.3 in E flat Major에서 볼 수 있는 1악장과 스케르쪼 악장의 스타카토와 트릴의 사용이다. 또한 소나타의 규모를 확대하고자 마지막 악장의 사이에 스케르쪼와 미뉴엣 악장을 넣어 각각의 4악장에 다양한 음악적 아이디어를 사용하였다.

 ‘발튜스타인 소나타’로 알려진 Op.53 in C Major는 베토벤이 가장 행복을 느꼈던 시기로 어려운 기교를 이용한 밝고 품위있는 곡이다. 단지 2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으로 론도 악장의 끊임없는 트릴이 1악장을 효과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열정’이라는 표제가 붙은 소나타도 이 시기에 작곡되었는데 이 곡은 완벽한 음악적 구성과 명상적인 감정 표현이 조화된 최고의 통일성을 갖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기교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는 만큼 이 곡은 연주의 극적인 효과를 보이는데 탁월하다. 이 곡의1악장 부분에 베토벤은 일부러 도돌이표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분위기를 반복되게 하지 않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고별’이라는 표제가 붙은 소나타 Op.81a E flat Major는 그의 친구이자 제자였던 루돌프 대공이 1809년 프랑스 군대가 빈을 침공하자 브레다로 피난을 간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작곡한 것이다. 단일주제를 전개한 후 중심주제를 이용하여 파생 되는 다른 주제들의 연결과 2악장에서 3악장으로 쉼 없이 연결하며 환희를 표현하는 음악적 역량이 탁월하다.    

 <제 3번 교향곡,영웅>

 나폴레옹을 위해 만들었다는 이 곡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나폴레옹이 황제의 자리에 스스로 등극한 것에 실망감을 보이며 악보의 표지에 ‘보나파르트라 칭한 그랜드 심포니’를 후에 ‘위대한 인물에 대한 추억을 기념하며,,’로 고치기는 했지만 베토벤은 스스로 이 작품을 영웅을 위한 곡이라는 것과 함께 9번 교향곡을 비롯한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하였다. 이 곡은 표제 그대로 영웅의 이상을 곡으로 위대하게 표현한 곡이다. 다소 복잡성이 있는 작품이여서 감상하기에 난해한 점은 있지만 뛰어난 극적 효과는 이 작품이 불후의 작품임을 여지없이 증명한다. 음악적 형식이나 악상의 풍부함이 주는 위대함 보다는 클라이막스로 향해가는 천부적인 음악적 진행, 즉 하나의 주제가 다른 주제로부터 가는 다이내믹한 성장이 모여서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또 그 목적지에서 머무르지 않고 또 다음의 목적지까지 치달으며 마지막을 향하여, 결국에 폭발하며 하나의 긴박한 스토리가 해결되며 승리를 상징하는 듯한 것이 하나의 실감난 영웅적 인물의 이야기이다.

 <라주모프스키 4중주>

 빈 주재 러시아 대사였던 라주모프스키 백작에게 헌정한 이 작품은 러시아 선율을 사용한 베토벤의 특징적 표현방식이 잘 드러난 곡이다. 바이올린 주자로도 활동하던 라주모프스키 백작과 그의 연주팀은 베토벤의 새로운 양식에 대해서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후대를 위한 작품’이라고 베토벤이 말했다는 이 곡은 영웅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긴 주제들과 확대된 발전부, 확장된 코다로 확대된 크기의 진행을 보여주었다. 명백히 드러났던 여러 부분들 사이의 구분되는 점들을 위장하며 변화된 형태로 나타내고 그 사이에서 다이나믹한 추진력을 보여준다. 제 2기에 기본적으로 보여준 베토벤의 기술적 희롱이 탁월하다.

 <교향곡 4,5,6,7,8번>

 교향곡 4,5,6번은 베토벤이 최고로 왕성하게 작품활동에 임했던 1806과 1808사이에 만들어진 곡으로 4번과 5번은 같은 시기에 만들어졌다. 이 두 곡은 대조적인 면이 있는데 즐거움이 투영된 듯한 4번에 비해, 5번에서는 비장함을 느낄 수 있다.

6번 교향곡 ‘전원’은 5개의 악장으로 각각이 시골 생활을 암시하는 묘사적 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냇가의 정경과 플룻과 오보에, 클라리넷의 새소리 등 자연의 모습이 정겹게 묘사된다. 하지만 여기서 베토벤이 우려한 것은 이 곡이 자연을 그냥 그대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하나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의 표현으로 해석하라는 것이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상하는 음악이 더욱 위대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7번 교향곡은 모리츠 폰 프리스 백작에게 헌정한 곡으로 작가 롤랑에 의해 ‘리듬의 대향연’이라고 불리어지는 곡이다. 독특한 리듬과 함께 트리오가 두번 반복되는 5부 형식(ABABA)으로 확대된 것이 주목할 점이다. 대규모의 곡으로 연주회에서 인기있는 레파토리로 자주 등장한다. 반면에 8번 교향곡은 작은 규모의 곡으로 9개의 교향곡 중 가장 즐겁고 발랄한 곡이다. 활발함에 치중한 것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마지막 악장은 스케르쪼 대신에 우아한 미뉴엣으로 대체하여 많은 비중을 두었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