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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6 08:47

오케스트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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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31일, 파리의 유서깊은 연주회장인 살 가보(Salle Gaveau)에서는 여도 어린이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었다. 2012년 여수시 세계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 이 오케스트라는 체코, 폴란드,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거쳐 마지막으로 프랑스에서 연주를 가지는 것이다. 한인신문을 통해 이 연주회의 광고를 접했을 때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었다. ‘한국의 초등학교 오케스트라가 파리의 살 가보에서 연주를?’ 이 단체의 대한 다른 자료들을 얻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여 보니 다른 도시에서의 연주회의 평들이 올라와 있었다. 매우 성공적인 공연 평들이다. 이에 더욱 관심을 가진 나는 이 연주회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당일 연주회장에서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연주회의 입장권은 무료로 배포하기 있었기 때문에 당일 날 느긋하게 가면 입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오산 때문이었다. 전석매진이었다. 약간은 당황스러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흐뭇해 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 아이들이 파리에서의 마지막 공연에 좋은 추억을 갖고 떠나겠다는 생각과 우리도 두다멜과 같은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은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의 산물이다. 올해 26세의 두다멜은 현재 세계 음악계의 떠오르는 핵이다. 2004년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쿨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2006년 굴지의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 사와 전격 계약하여 베네수엘라 국립 청소년 교향악단과 함께 베토벤의 교향곡 5번과 7번을 내놓았고 올해 스웨덴의 괴텐부르그 심포니와 상임지휘자로 취임한다. 그리고 올 여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는 다니엘 바렌보임과 더불어 빈 필하모닉을 지휘하기로 예정되어있다. 작년 로마에서 있었던 베네수엘라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의 에피소드는 그를 더욱 주목하게 만들었다. 이 연주의 지휘를 맡은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1부 순서인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을 마친 후 2부에 예정되어 있던 말러의 교향곡 5번의 지휘봉을 객석에 앉아 있던 두다멜에게 양보한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특별한 오케스트라 교육

   여기서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독특한 오케스트라 교육을 주목해야 한다. 베네수엘라는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 수준의 나라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는 120개가 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60여 개의 어린이 오케스트라가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단원 대부분이 가난한 서민층으로 단원들 중에는 청소년 보호감호소에 수감중인 아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오케스트라는 삶의 희망이자 꿈을 주는 곳이다. 이들이 쓰고 있는 악기는 대부분 오케스트라에서 무료로 제공해준 낡은 악기들이지만 그들이 연주해내는 음악은 그 어떤 명기보다도 훌륭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일까? 베네수엘라의 오케스트라 부흥운동은 한 개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경제학 박사이면서 작곡가, 오르간이스트였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1975년 빈민층 어린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을 만들고 10명의 아이들과 함께 한 작은 창고에서 오케스트라를 시작하였는데 현재 전국의 작은 동네마다 오케스트라가 있을 만큼 방대한 네트워크로 성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음악적 환경의 산물 중 하나가 구스타보 두다멜이다.

오케스트라에 대한 인식의 변화

  여도 어린이 오케스트라의 모습에서 우리는 한국 오케스트라의 희망을 볼 수가 있었다. 많은 실력 있는 연주자들을 가지고 있는 한국은 아직까지도 세계에 내놓을만한 오케스트라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작년 정명훈씨가 서울시향 음악감독에 취임하여 이 악단을 세계적인 단체로 성장시킬 포부를 밝힌바 있다. 작년 한해 동안 그 성과는 괄목할만한 것이었지만 정씨 자신이 말하듯 한 오케스트라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한 두 해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다. 한국오케스트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합주에 대한 훈련을 받게 해야 한다. 사실 한국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솔리스트를 꿈꾸며 시작하지만 결국 솔리스트로 남는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유럽에서는 시작부터 오케스트라의 단원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한국에 비해 오케스트라 단원의 대우조건이 매우 높다는 것도 있겠지만 이들에게 오케스트라 단원은 솔리스트만큼이나 자부심 있는 직업이다. 우리가 정확히 구분해야 할 것은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 단원은 더욱 전문화 될 때 많은 부분이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문제점은 이것에 대한 차이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오케스트라의 단원을 꿈꾸며 음악을 시작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찍부터 전문화된 오케스트라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여도 어린이 오케스트라가 베네수엘라의 예처럼 한국 오케스트라 부흥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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