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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8 04:11

드뷔시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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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인상파 작곡가 끌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는 바다를 사랑한 음악가였다. 그가 바다를 주제로 작곡한 3개의 교향악적 스케치 ‘바다’ (La Mer)는 그의 천재적인 재능에 힘입어 너무나 훌륭하게 바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바로 내 앞에 거대한 대양이 움틀 거리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미 드뷔시는 그의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의 제2막에서 밤의 바다의 모습을 신비롭게 묘사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좀더 구체적으로 바다의 인상을 악보에 적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가 어떻게 음악으로 바다를 나타내고 있는지 악보를 살펴보자.

이 곡은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악장은 상기네르 섬들의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출판된 악보에는 ‘새벽에서부터 정오까지의 바다’ (De l’aube a midi sur la mer)라고 표기되어 있다. 곡은 아주 약한 팀파니의 트레몰로 위에 콘트라베이스의 여린 음으로 시작된다. 이 것은 마치 안개 자욱한 미명의 새벽을 연상시킨다. 그 후 2대의 하프가 밤새 잔잔했던 바다에 일어나는 미묘한 움직임을 나타내며 그 후 악기들이 점점 첨가되며 바다의 아침을 서서히 준비한다. 트럼펫과 잉글리쉬 혼이 새벽을 깨우는 듯한 팡파레를 연주하며 곡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며 저 멀리 동이 트고 있음을 알린다. 그 후 현악기의 파도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음형과 리듬 위에 다채로운 바다의 모습이 펼쳐진다. 때로는 한가롭고 또 때로는 거친 파도가 일며 갈매기가 날아가는 모습도 보인다. 곡이 후반부에 다다르면 이제 본격적으로 거대한 태양이 저 멀리 떠오르는 것이 보인다. 이 부분은 1악장의 하이라이트 부분이며 너무나 감동적이다.

제2악장은 파도의 희롱(Jeux de vagues)이란 제목이 붙어있다. 제목 그대로 여러 가지 모습의 파도에 대한 음악적 묘사이다. 특히 타악기의 효과적인 사용으로 파도의 섬세한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음악적으로 매우 짜임새 있는 악장으로 2개의 중심테마가 여러 악기들로 변주된다. 눈부신 햇살이 비치는 백사장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을 상상시킨다.

제3악장은 바람과 바다의 대화(Dialoque du vent et de la mer)로 거센 바람을 타고 일어나는 파도의 거친 모습과 폭풍우후의 잔잔한 바다의 모습 등을 보여준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로 시작되는 거친 음형은 바다에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징조가 있음을 예고한다.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비장한 듯한 트럼펫의 팡파레가 울려 퍼진다. 이 것은 1악장에서 보여준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 후 본격적으로 폭풍우가 밀려온다. 여전히 현악기의 급작스런 음형의 연주들은 파도의 분위기 묘사에 매우 효과적이다. 한차례의 격렬한 폭풍우가 지나가고 바다에는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그 고요함 속에 목관악기들이 파도와 바람의 조용한 대화를 들려주고 다시금 바다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돌아가 힘차게 곡을 끝맺는다.

드뷔시는 이 곡을 1905년 3월 5일에 완성하여 그 해 10월 15일 파리의 라뫼르 관현악단의 연주회에서 카유 시비야루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그가 한창 이 곡을 작곡 중일 때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대양이 부르고뉴 언덕의 경사진 비탈길을 어떻게 씻어 내릴 수 있겠느냐고 당신은 말하겠지요! (중략) 그러나 나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는 편이 현실보다도 나의 감각에는 좋습니다. 현실의 매력은 사고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너무나 무겁게 덮쳐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1905년 영국여행 당시에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바다는 영국사람처럼 정확히 물결을 치고 있다. 깨끗이 청소되어 있는 잔디밭 같은 그 해변에는 뽐내는 제국주의자의 영국인이 잔물결을 일으키며 놀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일하기에는 좋은 곳이랴! 하등의 잡음도 없고, 소음도 없다. 단지 상쾌한 기계적인 피아노가 있을 따름이다. 회화를 논하는 음악가도 없으며 음악을 말하는 미술가도 없다. 요컨대 에고이즘을 발휘하는데 가장 적당한 곳이다"

드뷔시의 ‘바다’는 음악적으로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듣는 이들은 충분히 이 음악을 통해 바다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지금 바다의 모습과 소리, 그리고 그 내음까지 그리워한다면 이 한 곡의 음악으로 어느 정도 그 갈증은 해소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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