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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붙은 눈물이 볼을 타고 떨어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운 것일까.. 눈물이여, 차디찬 아침 이슬처럼 얼음으로 변해 버리다니, 너는 그렇게 미지근하더냐. 그러나 너는 겨울의 얼음도 모두 녹여 버린다는 듯 뜨겁게 가슴에서 솟아나고 있지 않느냐..

슈베르트의 가곡집《겨울 나그네》중 제3곡 ‘얼어붙은 눈물 (Gefrorne Tranen)’의 가사이다. 슈베르트의 두 번째의, 그리고 최후의 가곡집이 된 《겨울 나그네》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827년에 작곡되었다. 전작인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처럼 빌헬름 뮐러(Wilhelm Muller 1764~1827)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인데 뮐러도 이 해 9월 30일, 33세의 나이에 요절하였다. 두 젊은 천재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탓일까.. 이 가곡집은 너무나 어둡고 절망적이며 암울하다.

실연의 쓰라림을 가슴에 안은 한 젊은이가 한겨울 이른 새벽,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그 사랑을 잊으려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난다. 스산한 겨울 들판을 헤매는 그의 마음은 절망에서 차차 광기로 변하면서 죽음에 대한 상념이 교차한다. 그리하여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늙은 떠돌이 악사(樂師)에게 함께 겨울 나그네길을 떠나자고 하는 데서 이 가곡은 끝난다. 이 무렵 슈베르트는 병마와 가난에 고통 받고 있었는데 이《겨울 나그네》는 20대 후반의 젊은이에게 당시의 어려운 현실이 얼마나 큰 중압감으로 다가와 그의 감수성을 어두운 쪽으로 몰고 갔는지를 짐작하게 만든다.

가곡의 왕, 소탈한 맥주통

1797년 빈에서 초등학교 교장의 아들로 태어난 슈베르트는 평생을 빈곤하게 살았지만 그는 가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탐욕도 출세욕도 없었다. 오로지 자신은 그저 작곡하기 위해서만 세상에 태어났다고 친구들에게 말하곤 했다. 번듯한 집은 물론 피아노도 없어서 친구 집 다락방에서 기타를 치며 작곡을 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주위의 많은 유명 예술가들이 그의 재능을 인정하고 아꼈으며 “슈베르티아데”라는 음악모임을 통해 그의 음악을 세상에 알리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156센티미터의 작은 키에 통통한 몸집을 가진 슈베르트에게 친구들은 ‘맥주통’이란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는데, 실제로도 맥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소탈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슈베르트는 31살이란 젊은 나이에 요절했는데 그가 일생 동안 작곡한 곡은 무려 1000여 곡에 이른다. 그 중 가곡이 600여 곡이나 되는데 그는 모짜르트와 더불어 음악사상 최고의 속필가로 꼽힌다. 작품을 머릿속에서 완성하고 곧장 악보에 적는 작업방식도 서로 비슷했다. 그는 가난 때문에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항상 끊임없이 샘솟는 악상과 자신의 예리한 감성과 영감으로 아름다운 서정적 음률의 낭만적인 가곡을 작곡했다. 이 것은 선배인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나 베버(Carl Maria von Weber 1786~1826)도 아직 눈 뜨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조금만 더 살았다면 더 많은 주옥과 같은 작품이 나왔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들 중의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비애를 알지 못한다. 또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기쁨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스쳐 지나갈 뿐이다.” 고독과 절망은 인간에게 있어 필연적인 요소이지만 극복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슈베르트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의 삶에서 고독과 절망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참고로《겨울 나그네》중 "보리수"나 "우편마차", "봄의 꿈"과 같은 곡은 널리 알려져 단독으로 많이 불리어지는 곡들이다. 하지만 이들 노래를 따로 듣는 것보다 전곡을 듣는 것이 이 슈베르트의 자전적 명곡인 《겨울 나그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추천음반은 명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Dietrich Fischer-Dieskau)"와 "헤르만 프라이 (Hermann Prey)"의 음반을 권하며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테너"이안 보스트리지 (Ian Bostridge )"의 음반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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