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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수 있는 한 선을 행하라, 무엇보다도 자유를 존중하고, 설사 왕좌의 곁에 있을지라도 결코 진리를 배반하지 말라. -루드비히 판 베토벤- 독일 본(Bonn)에 위치한 베토벤의 생가를 방문한 때는 차가운 바람이 매서운 12월의 겨울날이었다. 클래식 음악에 있어 ‘음악의 성자(聖者)’로 불리는 베토벤, 나에게 있어서도 그는 어릴 적부터 나의 삶과 정신 속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그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여정은 마치 성지순례를 떠나는 순례자의 기분만큼이나 엄숙한 것이었다. 쾰른(Koln)에서 30분 정도 S-Bahn을 타고 지나자 본에 도착했다. 처음 방문한 이 도시의 모습은 옛 서독의 수도답지 않게 매우 소박했고 이제 곧 맞이할 성탄절 준비로 여기저기 분주한 모습들이었다. 여느 유럽의 도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지만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는 베토벤의 이름과 동상, 기념품들을 통해 이 곳이 그의 고향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안내책자를 따라 Bonngasse 20번지를 찾아갔고 분홍빛의 베토벤의 생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베토벤 하우스 박물관이라고 불려지고 있는 이 곳은 2개의 독립된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뒤쪽 집이 베토벤이 1770년 12월 16일(혹은 12월 17일)태어난 집이다. 1889년 이 베토벤 생가가 철거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당시 12명의 본 시민들이 베토벤 하우스 협회를 설립하고, 이 두 건물을 취득해 그 사이를 연결했으며 그 안에 기념관을 건립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 12명의 시민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을 잃었을 것이다. 박물관 내부는 총 3층 11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진촬영은 금하고 있다. 그리고 반갑게도 여러 가지 언어의 안내서 중 한국어도 만날 수 있다. 이 박물관에는 그의 자필악보들과 그가 사용했던 물건들과 악기들, 초상화, 그리고 보는 이의 가슴을 아련하게 만드는 그의 커다란 보청기 등이 전시되어있는데.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그가 사용한 피아노였다. 유심히 그의 피아노를 살펴보던 중 건반에서 눈이 멈추었다. 대체적으로 많이 사용하지 않는 고음과 저음 건반들에 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음의 건반들이 수많은 손길에 의해 닳아있음을 발견했다. 우리가 악성(樂聖)이라 부르는 베토벤도 그 이면에는 한 인간으로써 피나는 노력이 있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모짜르트와 같은 신동으로 만들기 위해서 엄한교육을 시켰다. 우리가 흔히 전기에서 읽었듯이 아버지에게 매를 맞으며 연습을 했던 것이다. 어린 시절 그는 궁정합창단 가수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의해 자연스레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사기혐의로 권고사직 당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지자 집안은 궁핍해졌고, 베토벤의 다섯 동생들 중 단지 카를(Caspar Anton Carl)과 요한(Nikolaus Johan) 둘만이 살아남았다. 13살이 되었을 때 베토벤은 학교를 그만 두어야 했으며, 16세가 되자 그는 집안의 생계를 떠맡게 되었다. 그에게 이 곳은 안 좋은 추억들만 있기 때문일까... 그는 22살 되던 해인 1792년 가을에 본을 떠나 다시는 이 곳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집을 둘러 본 후 다시 거리로 나오자 아까와는 다른 느낌이다. 유난히 짧은 목. 큰 두상, 뭉뚝한 코. 스페인 사람처럼 까무잡잡한 피부색으로 '스파뇰'이라고 놀림 받던 어린 베토벤, 어린 시절 베토벤이 뛰어다녔을 이 거리가 왠지 슬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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