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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재인 성사재천(某事在人 成事在天)
-재영 한인 VIP님들 그 밥이 넘어갑디까?-

제갈공명이 사마의를 호로곡에 몰아넣고 화공으로 불태워 죽이려 할 때였다.  신중한 사마의를 어렵사리 화약이 묻혀있는 지뢰밭으로 유인한 공명은 지체 없이 불화살을 당기라 명령했다.
호리병 모양의 호리곡에 꼼짝없이 갇힌 사마의의 3부자는 서로 어깨를 부등켜 앉고 발 밑에서 연거푸터지는 화약더미 속에서 이제 죽게 되었구나 하며 방성대곡을 하고 있을 무렵 하늘에서 느닷없이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불길을 꺼가기 시작했다.
최고 강적인 사마의를 장사 지낼 것을 목전에 두고 있던 공명은 예상치 못한 소낙비에 회심의 미소를 습쓸한 웃음으로 바꿔야 했다.
위 유묵은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요, 그것을 성공시키는 일은 하늘의 뜻에 달려있다.’라며 말머리를 돌리던 제갈공명의 명문을 안중근의사가 1910년 순국하기 한 달 전쯤 뤼순감옥에서 남긴 유묵이다.

지난 22일(토), 킹스톤 페어필드에서는 1년에 한 번 있는 한인축제가 열렸다. 예년과 달리 이번 축제는 8월에 열리지 않고 6월로 앞당겨졌다.
8월 축제가 비로 인해 번번히 엉망이 되는 것을 보아온 현 집행부는 6월로 옮기면 비를 피할 수 있겠거니 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번 제 10회 한인축제 행사 또한 비로 인해 풍성한 축제가 되지 못하고 여름날 영국의 비맞이 행사가 되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예년과 달리 알찬 내용과 함께 무대와 객석에 비를 막을 수 있는 천막까지 처져 비가 올 것을 예비한 주최측의 세심한 준비가 돋보였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진행돼온 한인회 행사 날짜를 비로 인해 옮긴다는 것이 명분이 약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인회 집행부가 밀어붙임으로 인해 게도 구럭도 다 잃은 꼴이 되고 말았다.
이 날 많지는 않지만 행사장을 찾은 재영 한인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것은 행사 주최측인 재영한인회 초청 인사들이 머무는 일명 VIP 텐트와 그 옆에 붙어있는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모이는 텐트가 보여주는 현격함이었다.
VIP 텐트는 한 쪽에는 뷔페음식이 차려져 있고 식탁보에 꽃과 포도주로 장식하고 있는 반면 참전 용사들이 모인 장소는 VIP자리에 있는 그 흔한 꽃 바구니 하나 보이질 않고 말 그대로 야전군 탁자모습으로 벌여져 있었다.
재영한인회측은 참전용사들이 뷔페 대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권을 원했다고 하나 5파운드짜리 식권 2장으로 뭘 어떻게 대접했다는 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번 행사를 후원한 한 한인 기업체 간부는 두 텐트를 멀건히 바라보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20대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을 지키러 달려온 사람들에 대한 대접이 바로 저런 것인가.”
가장 존중 받아야 할 참전 용사들은 열 살짜리가 먹어도 시원치 않을 식권으로 때우고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은 한인회는 기업체와 후원회비로 만든 VIP 막사에서 한국에서 온 공연팀들의 화려한 부채춤을 보며 서로 행사에 대한 자화자찬을 끊이지 않았으니…

아무리 참전용사 측에서 식권으로 달라고 했어도 이들이 생명을 걸고 지켜준 것에 대한 감사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하진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최대 1만 명 안팎이었던 행사에 작년에 이어 올 해도 3만 명씩 온다고 후원을 받아낸 외국업체들이 결국 한인사회에 갖는 공신력의 실추. 팔순이 넘는 노병들이 휠체어를 끌며 음식을 사들고 오는 모습, 1파운드 입장료 시비로 발길을 돌리는 외국인들, 외국 손님을 초대해놓고 한국어로만 진행한 행사 등등…이 모습들이 2007년 한인축제가 남긴 잔상들이다.
비가 온 것은 하늘의 뜻이라 어쩔 수 없다 치자. 손님 대접도 하늘의 뜻인가? 한 사회의 지도자는 그 사회의 수준을 반영한다고 재영 한인사회는 부끄러움도 모르는 한마디로 염치없는 사회란 말인가.  
<한인신문 편집장 박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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