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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9 05:13
쉽게 문화인이 되는 법
조회 수 1692 추천 수 0 댓글 0
길을 걸을 때 주변을 두리번거려 보는가? 사람마다 걷는 모습이 다르고, 걸으면서 하는 행동들도 다르다. 걷는 모습으로 본다면, 어딘가를 급하게 가는 것처럼 상체를 앞으로 내밀고 빠르게 걷는 이들이 있는데 사실 이것은 성격이 급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마치 숲 속을 걷는 것처럼 뒷짐지고 편안히 양반걸음을 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걷는 중에도 주변의 온갖 사소한 변화에 민감하다. 그래서 이 부류의 사람들은 학교재학시절 지각대장이었을 확률이 높다. 걸으면서 하는 행동들로 본다면, 특히 도시의 사람들 같은 경우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많이 듣는다. 그러면 옆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이나 길가에서 부딪치는 사람들에 무뎌져 이 때문에 짜증내는 일도 줄 것이며, 집으로 향하는 귀가시간 또한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MP3와 같은 미디어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음악을 들을 때처럼 여유를 가지며 걷는 이들을 발견 할 수 있는데, 바로 걸으면서 머리 속에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찬 사람들이다. 나 같은 경우가 이러하다.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이동시간 동안 주로 생각을 많이 한다. 그 생각이 깊어질 때면 꼭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있는 것처럼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사실 이것은 그렇게 좋은 습관이 아니다. 왜냐면 생각을 너무 골똘히 하다가 내려야 하는 정거장을 놓치는 일도 다반사고 가야 할 길을 지나치기도 한다. 무엇보다 런던의 길거리나 지하철 역 등에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많은 광고들을 못 본다는 것이다. 사실 런던의 공공장소는 마치 거대한 문화공간과도 같다. 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연주가들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니라 공공 장소 내 붙어있는 다양한 종류의 문화행사 광고 포스터 때문이다.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걷는 좁은 터널이나 에스컬레이터 옆에서도, 길거리의 광고판에서도, 하나 못해 지나가는 택시나 버스를 봐도 각종 뮤지컬이나 전시, 공연에 관한 광고들이 넘친다. 사실 우리나라의 버스를 봐도 광고 포스터를 많이 볼 수 있다. 지나가는 버스의 옆면을 보면 어떤 영화가 상영 중인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런던 같은 경우,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지하철 역이나 버스에 붙은 포스터를 통해 영화뿐만 아니라 미술전시, 뮤지컬, 혹은 공연소식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버스 옆면뿐만 아니라 버스전체를 포스터로 덮거나 뒷면을 이용하기도 한다. 바쁜 생활 속에 사는 사람들이 보는 광고들마다 흥미로워하고 모든 전시나 공연들을 찾아가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이 광고들을 통해 지금 어떤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뮤지컬이나 전시들을 챙겨 관람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뿐더러, 배우나 예술가처럼 막상 문화를 위해 종사하는 사람들 조차 그들의 시간을 쪼개어 다른 공연이나 전시들을 찾아 헤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왜냐하면 방대한 양의 공연들과 전시들을 모두 쫓아다닌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전시와 공연들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반복하니 그것을 어떻게 일일이 다 눈여겨보고 관심을 가지겠는가? 하지만 문화에 그리 관심을 없던 사람들에게도, 혹은 바쁜 예술인들에게도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귀에 꼽은 이어폰을 빼고, 머리 속에 가득한 생각들을 버리고 길을 걷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버스의 뒷모습을 바라봐도 좋고 지하철을 갈아 탈 때에도 허둥지둥 다른 사람들 속에 묻혀 그들의 걷는 속도에 맞춰 걷지 말고 조금은 천천히 걸으면서 관심 있는 포스터 앞에서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다. 때론 전시의 내용보다 효과적인 광고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하지만 그것도 상관없다. 이미 공공장소에 광고포스터가 붙어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공연과 전시들이라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사실 나 같은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잘 홍보된 전시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포스터를 발견하면 그 전시의 제목을 찾아보자. 일반적으로 특정작가의 개인전이나 큰 박물관의 전시라도 전시의 제목은 있기 마련이다. 광고포스터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전시제목 또한 흥미롭게 다가온다면 전시 일시를 확인한 후 홈페이지주소를 적어가 전시에 대한 정보를 한번 검색해보자. 어떤 이들은 전시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이 먼저 전시를 본 후 그 전시에 관한 기사나 평론 등을 보는 게 바른 순서가 아닌지 묻는다. 그것 또한 괜찮은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의 평론이나 의견에 상관없이 자기 방식대로 전시를 읽고 본인이 좋은 것은 좋고 싫은 것은 그냥 싫으면 된다. 왜냐하면 관람에 있어서 본인의 의견이 가장 강하기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먼저 전시를 보는 관람방식의 최고 장점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기사나 평론 등에서 많이 지적하는 전시의 특정한 작품이나 부분에 대해 사고할 기회를 놓칠 확률이 높다.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친 부분이 거론된다면 이미 놓쳐버린 것에 대해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어떤 순서로 관람할 지는 각자의 기호에 맡기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분명한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예술인이건 일반인이건, 아니면 평소 예술문화에 관심이 있건 없건 간에 자신의 배경지식이나 경험된 것들로부터 배여 나오는 독특한 의견이 필요하다. 평론가가 훌륭하다고 해서, 아니면 주변의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 멋지고 훌륭한 건 아니다. 물론 특정 작품이나 부분들에 대해 많은 언급이 있다면 한번 눈 여겨 볼만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작품일 수 있고, 아니면 미술사적으로 평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 수 있다. 이런 작품들을 관람할 때에는 그 이유를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있어하는지 말이다. 분명 있지 말아야 할 것은 문화에 무지한 사람들이라도 자신만의 시각이 있다는 것이다. 문화를 즐길 때에는 절대 ‘나’다운 것을 버리지 말자. 행여 자신이 그 무지한 사람들 중에 한 명이라고 생각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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